유발 하라리의 트럼프 경고 "왜 허구가 진실을 이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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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트럼프 경고 "왜 허구가 진실을 이기는가"
  • 박동현 기자
  • 승인 2019.06.08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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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수백만명을 결집시키는 데는 진실이 아닌 신이나 인종, 경제와 관련해 완전히 허구적인 얘기를 믿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것이다. 또 하라리 교수에 따르면 진실이 아닌 허구를 이용해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건 성공에 대한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진실은 종종 고통스럽고 불안하기 때문"에 누군가 순수한 현실을 고수한다면 그를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 2016.4.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편집자주][세계의 지성]은 동서양 석학들의 이론이나 저서, 지성계의 흐름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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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姓) '트럼프'(Trump)는 14세기 말 영어 단어로 처음 등장해 수백년 간 고유명사이자 명사 및 동사로 발전해왔다. 처음엔 '북'(drum)과 같은 악기를 뜻했지만, 심지어 '방귀'(fart)란 뜻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1550년대의 한 라틴어 번역 지침서를 보면 트럼프는 '크레포'(crepo)와 동의어였다. 크레포는 1차적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나 '울려 퍼지는 것' '산산이 부서지는 파열' 등을 의미했지만 인체의 은밀한 부분에서 일어나면 바로 방귀가 된다.

독일과 영국 등에서 살아남은 트럼프란 희성(稀姓)은 그런 이유로 시끄럽고 떠들썩함을 바탕에 둔 다소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준다. 트럼프의 두 번째 중요한 의미 '카드놀이의 으뜸패'는 1550년대 이후 나타난다.

'이기다' '능가하다'를 의미하게 된 단어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측 슬로건 '러브 트럼프스 헤이트'(Love Trumps Hate·사랑은 증오를 이긴다)에 사용됐다가 지난달 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의 쓴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 다시 등장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하라리 교수는 '왜 픽션은 진실을 트럼프하나'(Why Fiction Trumps Truth)란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진실이 아닌 허구를 보여주는 지도자가 결국 승리한다'면서 우회적으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줬다.

하라리 교수는 "많은 사람들은 진리가 힘을 전달한다고 믿는다"고 썼다.

"일부 지도자, 종교 또는 이데올로기가 현실을 잘못 이해한다면 결국 그들은 더 분명한 경쟁자들에게 패배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고수하는 게 권력을 얻기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불행하게도 이는 단지 위안을 주는 신화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진리와 권력은 복잡한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힘(권력)'을 사냥이나 다리 건설, 질병 치료 등처럼 객관적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인간의 믿음을 조작할 수 있는 힘으로 구분했다. 전자는 진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후자는 진실이 아닌 허구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하라리 교수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수백만명을 결집시키는 데는 진실이 아닌 신이나 인종, 경제와 관련해 완전히 허구적인 얘기를 믿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것이다. 또 하라리 교수에 따르면 진실이 아닌 허구를 이용해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건 성공에 대한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진실은 종종 고통스럽고 불안하기 때문"에 누군가 순수한 현실을 고수한다면 그를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래서 그는 어떤 나라에서든 국민에게 진실만 말하는 대통령 후보는 선거에서 100% 패배한다고 주장했다. "진실에 대한 비타협적 집착은 존경할 만한 영적 실천이지만 승리하는 정치 전략은 아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라리 교수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일단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허구와 편리한 거짓을 믿기 시작하면 이런 습관이 점점 더 많은 영역에 퍼져 결과적으로 나쁜 경제적 결정을 하고, 역효과를 내는 군사 전략을 채택하고, 또한 효과적인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하라리 교수는 '사피엔스'에서 호모사피엔스(현생인류)가 호모속(屬)의 유일한 종(種)으로 살아남은 이유를 '언어'로 봤다. 이 언어가 만들어낸 신화 같은 허구가 사람들의 대규모 협력을 가능토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다른 종의 '학살'과 '절멸'을 가져왔을 가능성을 시사한 그의 책과 마찬가지로 이 칼럼 역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요란스럽게 퍼져나갈 허구가 가져올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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