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女) 장로로 시무해보니... 이순원 장로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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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女) 장로로 시무해보니... 이순원 장로 기고
  • 박동현 기자
  • 승인 2019.06.16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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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장로가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을 든다면, 교회 구성원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까닭에 여성들이 가진 애로사항과 문제들을 쉽게 파악하고 해결하도록 다리가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여 성도들은 대체로 남성 장로나 목회자보다 여 장로에게 접근하기 쉽다는 점 아닐까 한다.
이순원 장로
이순원 장로

여전도회 전국연합회 여장로회 세미나 사례발표자 이순원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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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청년선교와 해외선교에 비전을 두고 22년 전 시작된 교회에서 2007년 나는 장로 임직을 받았다. 대학교 재학 중일 때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은 나는 같은 비전을 가지고 개척멤버로 섬겨오던 중에 당회의 추천과 공동의회 선거를 통해 장로로 피택되어 여러 남성 장로들 중에 유일한 여성 장로로 임직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에서 온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믿음의 본이 된 장로 모델이 있었다. 예수 믿지 않던 나의 아버지, 가끔 아내에게 술주정도 하는 남편이었던 아버지와 그 장로님의 모습을 비교해 보며 '나도 장로 남편과 함께 사는 가정을 이루어야겠다'는 꿈은 있었지만, 내가 장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기에 장로 피택 제안이 왔을 때, 한 집에 남편 한 사람 장로로 족하다고 거절했었다. 그러다가 "지나친 겸손은 교만"이라는 당회장님 말씀에 그만 내 생각을 접었다.

남성 장로님들뿐인 당회에서 여 장로 한 명이 끼어 있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되었다. 당회는 주로 주일 저녁예배를 마치고 몸이 피로하고 지쳐있는 저녁에 모였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당회를 할 때마다 부드러운 대화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간단한 음료와 간식이 준비 되어야 하고 그런 준비는 여성인 내가 더 잘 할 수 있고 신경 써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장로님들의 아내 되시는 권사님들의 협조로 돌아가며 간식을 미리 준비하도록 하면 별 문제가 없었다.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을 때 남성들은 직선적인 표현으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장로님 좀 조용히 말씀 해 주세요"하고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자리에 있기가 매우 거북할 때도 있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고 어떤 상황에도 회의가 원만하게 의사를 결정하고 끝나도록 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린다. 그래도 여성 장로인 내가 함께 있어서 남성들끼리만 하는 당회보다는 서로 말을 조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존재의 가치를 느꼈다.

여 장로가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을 든다면, 교회 구성원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까닭에 여성들이 가진 애로사항과 문제들을 쉽게 파악하고 해결하도록 다리가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여 성도들은 대체로 남성 장로나 목회자보다 여 장로에게 접근하기 쉽다는 점 아닐까 한다.

또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실행위원으로 일 하는데 있어서 장로이기 때문에 더 쉬웠던 예를 든다면, 노회활동으로 인해 노회원이나 노회 임원들과 서로 잘 아는 친분 관계가 형성되어서 우리 여전도회연합회의 애로사항을 전할 수 있고 협조를 구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어려운 점이라면, 교회나 노회에서 정치적이고 교회법적인 문제를 다룰 때 남성 장로들보다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분야의 관심 또한 부족하기 때문에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것이겠지만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주로 소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한번은 노회에서 재판국원으로 배정되어 2년간 사역했는데, 정말 아는 게 없어서 재판이 있을 때마다 감시원 내지는 배우러 간 견습생 노릇으로 2년을 버틴 게으른 종의 모습이었다. 전문성 까지는 아니어도 장로가 되려면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맡겨진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우물 안만 살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장로가 되면 교회에서나 노회, 총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분야의 일들을 어떻게 다 바르게 분별하여 재판하고, 상담하고, 결정하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소규모의 교회에서 여성 장로만 세워진 경우엔 지식과 소양을 쌓을 기회를 더 많이 얻어야 그 책임과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의 바른 사역을 돕기 위해 여 장로가 의무적으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얻도록 총회나 여전도회연합회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이미 임직된 여 장로들이 후대 앞에서 모범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되어, 닮고 싶은 인격적인 그리스도인으로 존재할 때 여성 장로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 질 것 같다.

쉽진 않겠지만 장로로서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바르게 이해하고 필요한 역할을 잘 해낸다면 그 실력을 인정받아 상호 우호적인 관계 속에 노회에서도 총회총대로 뽑히지 않을까?

또한 여 장로가 여성으로 특별하게 창조주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된 모성적 열정으로 일한다면 한국교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여 장로로 부름 받은 피택 장로님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 모두는 어느 누구의 지시나 허락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장로로서 하나님께 받은 직무를 잘 감당하기 위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물론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이해 이해 한다. 

다양한 간접 경험을 얻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며 소양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스스로 지식을 쌓으며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야만 부끄럽지 않은, 하나님의 쓰임 받는 리더로 서게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지식과 소양을 갖추지 않고, 교회 안과 바깥 활동에 적극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대표가 되고, 세움 얻기를 바란다면 목회자와 평신도 동역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고 정당하지도 못하며 억지가 된다. 이순원 장로 (충주연합회 중원경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에도 게재되었다. 기자와 한국장로교육원 동기(13)인 이순원 장로로 부터 원고를 받아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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