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구원하는가, 박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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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구원하는가, 박해하는가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5.11.20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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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는 일부 ‘명품 스님’, 대형교회의 목사, 가톨릭 사제 등이 종교를 중산층의 사교모임 정도로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성탄 현장 미사’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이 사회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진보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복음의 기쁨 187) 사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재개발 지역에서 지난해 연 ‘집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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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교황이 강조한 말이다. 가난한 이들의 해방은 그리스도교에서 중요시하지만 정작 교회 안에서 언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평등과 민주주의, 해방과 진보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금기시되는 분위기조차 있다. 가난한 이들의 해방이 종교적 차원에서 왜 중요한 것인가. 또 진정한 자유와 해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유와 해방’을 주제로 한 제8회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경계 너머, 지금 여기’ 참가자들은 종교가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기를 촉구했다. 

화쟁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제8회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경계 너머, 지금 여기’에서는 ‘자유와 해방’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가난한 자의 눈’으로 자유와 해방을 바라보고, 사회적 해탈(해방)에 고민하며 종교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가톨릭)이 발제하고,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불교),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개신교)이 토론에 참여했다. 사회는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맡았다. 김근수 소장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자유와 해방을 죄와 죽음, 구조악 등 세가지 측면에서 봤다. 죄는 용서로, 죽음은 부활로, 구조악은 하느님 나라를 통해 해방된다. 죄와 죽음은 주로 개인적 차원에서 다뤄왔지만 구조악에 대한 성찰은 많지 않았다. 그는 “자유와 해방은 고통을 전제로 한다. 그리스도교는 고통이 무엇인가보다 누가 고통받는 사람인가를 먼저 묻는다”며 “예수가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신학에서 한때 ‘아우슈비츠 이후 신학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화두가 됐다. 유태인 박해에 찬동한 죄를 지은 후 신학할 자격이 과연 있는가, 뼈아픈 고백이었다. 김근수 소장은 가난한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신학할 수 있는가, 종교계가 스스로 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종교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들에게 다가가 공감하며 고통을 줄이는 데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천이 쉽지만은 않다. 김진호 실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오면 교인들이 불편해하는 분위기마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난이 때론 가정폭력 등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대화하기 어려운 모습을 지녔다”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은 복잡하게 물타기가 돼 있어 고통(가난)의 구조를 진지하게 읽고 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서양 그리스도교에서 ‘신앙과 이성의 관계’는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였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인간 이성이 어떻게 합리적으로 이해하느냐를 두고 철학과 문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을 동원해 연구해왔다. 그러나 예수의 핵심 메시지인 하느님 나라는 신앙과 이성보다는 ‘신앙과 정의’에 관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근수 소장은 “자비(사랑)를 실천하려면 정의가 필요하다”며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과 나누는 정도가 아니라 왜 가난이 생겼는지 원인을 캐고 가난을 줄이는 방향으로 애쓰는 것이 해방신학이 생긴 이유이며, 최초의 해방신학자는 예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난 등 구조악 해결에 종교가 오히려 방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헬조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침울한 사회현실에서 종교가 희망을 주기는커녕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는 일부 ‘명품 스님’, 대형교회의 목사, 가톨릭 사제 등이 종교를 중산층의 사교모임 정도로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구원 이기주의, 종파 이기주의, 성직자 중심주의 등의 만연도 문제다. 조성택 교수는 “사회적 해탈(해방) 없이 개인의 해탈이 가능한 것인지, 불교가 사회를 열반에 들게 하는 노력을 했던가 반성하게 된다”며 “불교에서 ‘나와 세계는 같은 지평’에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근수 소장은 자유와 해방을 위한 실천으로 “종교가 부패에서 벗어나고, 희생자(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를 기억하며 이들 곁에 있고, 이웃종교와 활발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종회인 제9회 종교포럼은 28일 서울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정의들의 화쟁’을 주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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