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智園] 중국 기업이 무서운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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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智園] 중국 기업이 무서운 진짜 이유
  • 며경, 채경옥 논설위원
  • 승인 2015.12.2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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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고작 1.4%. 나머지 98.6%는 8만2471명의 직원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설립된 지 28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상장을 고집한다.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고작 1.4%. 나머지 98.6%는 8만2471명의 직원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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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세습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선포한 런정페이 회장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의 미래와 경쟁력에 대해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종업원지주제"라고 설명한다.

화웨이는 '신입사원들에게 야전침대부터 준다'고 할 정도로 밤샘근무가 일상화돼 있다. 지분에 따라 분기마다 배당을 확실하게 해주니 일하지 못해 안달이다. 늑대처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화웨이 특유의 '늑대 문화' 역시 여기서 유래했다. 단돈 3500달러로 시작한 화웨이가 전 세계 임직원 15만명, 16개 연구개발(R&D)센터, 매출액 395억달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바탕에는 종업원 지주제, 순환 최고경영자(CEO)제도, 이사진 선거 등 사람 중심의 수평적 기업문화가 주효했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사내에서 'YY'로 불린다. 직급이나 나이가 아닌 철저히 개인 능력으로만 판단하는 수평적·개방적 기업문화의 일환이다. 창업주인 류촨즈 회장은 초기부터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물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더 잘하는 사람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며 당시 37세에 불과했던 양위안칭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입사 3년 만에 사업부장이 될 만큼 영업력이 뛰어났던 양위안칭을 눈여겨본 것이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 역시 미국식 자율과 파트너십을 중국식으로 재해석한 수평적·개방적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샤오미는 고객 서비스 직원들에게 업계 평균보다 20~30% 더 많은 임금을 준다. 초기 60%가 외주 계약직이었으나 현재 75%가 자체 고용이며, 가까운 미래에 100% 자체 고용할 예정이다. 종업원들 없이는 기업도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창업주 레이쥔 회장의 기본 철학이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무섭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의 중심축이었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자, 반도체 등 모든 업종이 중국발 태풍에 속절없이 휩쓸려 가는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1위 애플, 2위 삼성에 이어 3~5위가 샤오미, 레노버, 화웨이 차지다. 중국 기업이 무서운 이유는 그들이 값싼 노동력에 더해 기술과 품질 경쟁력까지 더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기업의 존재 기반은 결국 '사람'이라는 진리를 기업문화로 승화시키면서 종업원들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어서다.

한국 기업은 어떤가. 대기업 중소기업 할것 없이 사람 자르기에 바쁘다. 수십 년 몸담은 회사에서 졸지에 잘린 40·50대들이 부지기수다. 야당 원내대표는 '총선용 경풍(經風) 공작'이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팔자 좋은 국회의원들만 못 느낄 뿐이다. 온 국민이 올해보다 더한 진짜 경제위기, 대량 실업 사태가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러면서도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면세점 사업 출정식에는 재계 3세, 4세들이 선두에 섰다. 이래저래 씁쓸한 크리스마스다. 출처 매경 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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