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 청년문화 및 기독교문화의 전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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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 청년문화 및 기독교문화의 전망과 과제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1.20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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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가나안 성도’ 200만 시대가 도래했다. 기독교인이 술을 마셔도 되는가 혹은 기독교인의 스킨십과 같이, 과거 금기시되거나 쉽게 공론화하기 어려웠던 의문들, 결국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의 약어)로 끝나버리는 논의들이 이제 수면 위로 떠올라 관련 단행본이 출간되기도 하고(『교회 역사 속 술』(2018)),
김지혜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지혜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들어 밀레니얼 세대 담론을 중심으로 청년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책 『90년생이 온다』와 같은 밀레니얼 세대 분석이 큰 인기를 끌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편입되면서, 기존의 시스템이나 사고방식으로 포착할 수 없는 세대 간의 격차를 인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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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로서, 한국에서는 폭넓게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분류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확산되고 있는 ‘워라밸’, ‘욜로’, ‘소확행’ 등과 같은 담론은 이전 세대보다 개인의 취향과 행복,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를 주축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SNS와 뉴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독특한 청년문화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청년 세대의 교회 이탈 추세와 결합하면서 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해, 문화선교연구원이 발표한 <2019 문화선교트렌드: 한국 사회문화 변동과 한국교회의 과제>에서 언급한, 교회 내 미투 운동, 교회 지형의 변화, 유튜브의 약진, 다양성의 가치 확산, 생태감수성 주목 등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거나 밀레니얼 세대가 지향하는 가치들이 반영된 것들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문화적 흐름을 주도하고, 만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 분리될 수 없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어떠하며, 앞으로 어떠해야 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지점들이 메가트렌드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러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2020년에는 청년 문화와 기독교문화 분야 중 특별히 다음과 같은 지점에서 강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을 넘는 사람들 신앙 공동체, ‘혼자 사회’를 만나다 뉴미디어 시대, 기독교문화 꽃필 무렵 선을 넘는 사람들

선을 넘는 것은 거기에 선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은 현대사회에서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경제적 계층 간의 ‘선’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현대 한국사회에는 경제적인 선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관습적 차원의 선 – 분리, 규칙, 제한으로서의-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존에 구획되어 있던 다양한 영역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영역 간에 분리와 구획을 하던 선들의 경계를 흔들면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영역은 대중문화와 미디어 분야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부상하면서, 매체와 플랫폼, 컨텐츠 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대중문화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 중인 EBS 캐릭터 ‘펭수’가 타방송사인 MBC 연기대상에 시상자로 나오거나 KBS로 이직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는 것처럼 말이다.

대중과 소통하고 일상적 삶을 공유하는 1인 미디어 컨텐츠의 경향,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뿐 아니라 일상과 방송, 온라인과 오프라인,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분리되었던 선들을 허물었다. 그리고 소통과 관계 맺기의 양상을 변화시키는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경계 넘나들기는 교회도 무관치 않다. 세속화와 ‘가나안 성도’ 담론은 기독교와 비기독교의 경계를 허물었고,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신앙과 일상의 선을 넘나들며 다양한 담론들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유튜브 컨텐츠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기존에 교회나 몇몇 목회자들이 설교를 업로딩하는 수준에 그치던 것에서, 이제 목회자나 신학자, 신학생이나 평신도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관심사나 일상을 다양하게 공유하고 구독자와 소통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을 넘어가는 게 금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주일성수와 금주가 신앙인의 척도로 여겨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주일은 물론,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가나안 성도’ 200만 시대가 도래했다. 기독교인이 술을 마셔도 되는가 혹은 기독교인의 스킨십과 같이, 과거 금기시되거나 쉽게 공론화하기 어려웠던 의문들, 결국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의 약어)로 끝나버리는 논의들이 이제 수면 위로 떠올라 관련 단행본이 출간되기도 하고(『교회 역사 속 술』(2018)),

유튜브에서는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관련 컨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그간 금기시되었던 선을 넘는다는 데서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하고, 기독교인에게 신앙과 삶을 이분법적으로 명료하게 나눌 수 없음을 반증해주기도 한다. 앞으로 유튜브의 부상과 맞물려 이러한 신학과 신앙생활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이 교단 신학이나 규범적 교리들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다뤄지고, 직장생활이나 일상생활과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신앙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며 2020년에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기존의 선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허물어지는 경향은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공동체 결속과 유지를 중요히 여기며, 이를 통해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과 달리, 기존의 공동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개인이 선택적으로 느슨한 관계 짓기를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회 내 청년부 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교회 안팎에서 페미니즘이나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등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모임을 형성하는 것이다. 젊은 목회자의 경우에도 생존에 대한 위기감과 공공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탈기성교회적, 탈교단적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기존의 목회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교회 개척 등을 시도하는 등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한편, 울타리가 아니라 규제나 억압으로 여겨지는 교단 신학과 교단 정치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범교단·초교파 기관들 간의 연대와 협력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올해 더욱 본격적으로 이러한 시도들이 이루어지는 한편, 교단과 직분을 초월해 뜻이 맞는 이들 간의 모임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
경청하는 참석자들

신앙 공동체, ‘혼자 사회’를 만나다

지난 해 12월, 통계청은 현재 1인 가구가 모든 가구 유형을 통틀어 처음으로 가장 많은 비율(29.8%, 2세대 가구 29.6%)을 차지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비혼이나 사별, 이혼, 배우자와 따로 사는 경우 등 1인 가구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2-30대가 전체의 35%를 차지하고(60대 이상은 32%), 전체 1인 가구 중 비혼인 경우가 44%인 것을 고려할 때(2015, 통계청), 만혼과 비혼이 1인 가구 급증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 연말, 문재인 대통령은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만들라고 언급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다시 1인 가구로 한국사회 가구의 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2세대 가구 중심의 정책으로는 1인 가구의 삶의 방식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서 나온 말일 것이다.

사실 1인 가구 담론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르게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비혼율이 더욱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 등장에 따라 종합적으로 새로운 정책이 요구되는 것처럼, 교회 역시 비혼 1인 가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구조적 변화가 요구된다.

문화선교연구원은 이미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2016년 문화선교트렌드에서 “3040 싱글들을 위한 새로운 틀짜기”, 2017년 문화선교트렌드에서 “따로 또 같이, 1인 가구 시대의 관계 맺기”를 통해 목회환경의 변화를 짚고, 방향을 전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1인 가구의 신앙인 비율이 전체 종교인구에 비해 확연히 적다는 점이다. 85세 이상을 제외하면, 전체인구에 비해 1인 가구 신앙인은 20~40% 가량이 적다. 10년 전에 비해서도 4.4%가 줄었는데, 이러한 추세라면 교회 이탈은 1인 가구 시대에 들어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관련해 교회가 이들을 파악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이 이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들까? 여러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겠지만, 우선 1인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교회 시스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1인 가구가 점차 사회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형성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교회는 30~40대 비혼자들을 결혼이 시급한 ‘청년’으로 대한다. 이들을 위한 교구를 따로 마련하는 교회도 있으나, 이러한 시스템은 오히려 이들의 비혼 여부를 부각시키고, 청년부나 장년부 어디에도 편입되기 어렵게 만든다.

기존의 교회 구성원들이 혼인과 출산을 통해 부부와 자녀 세대로 이루어진 ‘정상 가족’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기면서, 비혼 1인 가구를 향한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것을 견디다 못해 자발적으로 혹은 비자발적으로 교회 공동체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의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교회 공동체 문화 간의 간극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의향이 없는 1인 가구는 생업(32%) 및 취미(30.1%), 여행(27.4%)에 더 시간과 비용을 할애한다. 경제활동에 분주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여가, 취미 활동에 투자하며 사교적인 인간관계에 가치를 두지 않는 성향의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결속, 순종을 강조하는 기존의 교회 문화와 대치되는 이야기다. 최근 워라밸, 성장과 성취, 취향, 느슨한 공동체와 같은 키워드가 밀레니얼에게 중요한 이슈로 언급되고 있다. ‘트레바리’와 같은 독서모임, 나이나 직업 등은 묻지 않고 취향만을 공유하는 블라인드 모임, 비혼여성들을 위한 모임 등과 같은 소셜 살롱은 성장욕구나 즐거움 혹은 필요를 채우기 위해 각자 관심 있는 주제를 매개로 모이고 흩어지는 느슨한 관계 맺기에 방점을 찍으면서 1인 가구와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 공동체 참여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생활을 누리기를 원하는 ‘혼자’들에게 교회는 어떠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최근 일부 교회는 기존의 지역별로 구획된 구역 대신 세대별로 분리하거나, 관심사에 따라 구역을 편성하는 등 전통적 가족 구성원과 새로운 가구 구성원을 포용하려는 시도들이 개교회에 맞게 이어지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고 규모가 클수록 새롭게 판을 짜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날로 늘어나는 1인 가구 전도의 접촉점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교회는 삶의 다양한 방식을 수용하고 존중하면서, 이들을 위한 새로운 관계망을 마련해야 한다.

막상 1인 생활을 하게 되면 경제, 외로움, 식사, 건강, 주거, 안전 등의 측면에서 취약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교회가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치 않으면서, 1인 가구 구성원들이 교회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찾아내고 기쁘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며 이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향후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발제자 4인
발제자 4인

뉴미디어 시대, 기독교문화 꽃필 무렵

기독교문화계가 일반 문화계를 선도했다고 자부심을 갖고 추억하는 8-90년대에는 ‘경배와 찬양’이라고 하는 거대한 하나의 조류와 ‘문학의 밤’과 같이 개교회나 지역교회가 연합해 자체적으로 문화행사를 하는 작은 흐름들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대중문화 산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기독교의 문화창조의 시도들은 힘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기독교문화의 영역에서 발로 뛴 기획자와 활동가들의 노고가 겹겹이 쌓이면서, 작년에는 영화와 출판, CCM과 뮤지컬 등 분야별로 몇몇 작품과 창작자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기독교문화를 값없이 소비하는 데 익숙하던 이전과 달리 요즘 창작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자는 의식이 조금씩이나마 확산되고, 기독교문화 컨텐츠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최근 보다 분명한 흐름은 전통적인 영역보다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 유튜브 컨텐츠, 일러스트레이트, 만화, 캘리그라피, 굿즈 등 기독교문화컨텐츠를 생산하고 참여하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활발히 시도되면서, 창작자들을 발굴하는 장이 되고 있다. 전통적인 영역도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마케팅이나 홍보의 방식이 다변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은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프로슈머적 경향과, 팬이 제작에 적극 참여하는 팬슈머적 영향이 있다. 기독교만의 플랫폼을 넘어서 공공의 플랫폼에서 기독교문화 컨텐츠가 유통, 소비되고 있다는 지점은 뉴미디어의 흐름이 만들어낸 새로운 선교적 가능성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비주얼적이며 영상 중심의 뉴미디어는 묵직한 메시지보다 가볍고 친근한 소통과 관계 맺기에 적합하다. 2020년은 기독교적 메시지가 뉴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소비자와 만나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로 접점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에 따라 기독교문화산업 확장의 가능성이 달려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에 약점도 동시에 존재한다.

주요 기독 매체의 자본력이나 몇몇 기독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예술성이나 전문성은 담보되지만 대중에게 인지도가 약한 문화컨텐츠의 지속가능성을 과제로 안겨준다. 이를 위해서 소비자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좋은 기독교문화컨텐츠를 발굴 및 소개, 창작자들 간의 연대와 협력도 못지않게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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