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감염자 증가폭이 커지는데 경계완화 조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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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감염자 증가폭이 커지는데 경계완화 조치를 한다?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3.21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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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를 꼽자면, 일본인의 생활관습 자체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굳이 오타쿠니, 히키코모리를 들 것 없이 일본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는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더 강한 게 사실이니까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일본은 감염자 증가폭이 점점 커지는데 외려 경계완화 조치를 취하네요. 어젠가 전문가회의가 열렸는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라고 조언한 모양입니다. 확진자가 안 나온 지역에서는 학교도 다시 열고, 스포츠도 야외경기라면 열어도 무방하고, 이벤트는 주최자가 방역대책을 갖춘다는 조건 아래 열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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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휴업했던 전국의 놀이동산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데, 코로나를 독감보다 조금 더 위험한 질병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심지어 어느댓글을 보니, "일부러라도 옮아서 빨리 면역이 되고 싶다"는 얘기까지 하더군요.

확산속도는 늦지만 확진자수 증가폭은 계속 커져왔습니다. 하루 확진자가 처음에는 몇 명에서 10명대로, 거기서 20명대, 40명대로, 그러다가 최근에는 50명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 나라에선 다른 나라와 달리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검사를 안 해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게 단지 검사의 문제라면 지금쯤 병원은 유증상자로 차고 넘쳐야 하며, 사망자 수도 엄청나게 늘어났어야 하죠. 고로 검사를 제대로 안 한 결과 확진자수가 작아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유럽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로는 되도록 남에게 폐를 안 끼치는 습관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을 가장 많이 꼽더군요. 그런가 하면 목욕을 자주하는 등 위생관념이 철저한 것을 지적하는 이도 있습니다. (어디선가 어느 서양인이 "옛날에 서구인들이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일본인들이 그들을 보고 얼마나 더럽다고 생각했을까?"라고 쓴 것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를 꼽자면, 일본인의 생활관습 자체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굳이 오타쿠니, 히키코모리를 들 것 없이 일본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는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더 강한 게 사실이니까요.

이런 독특성 때문인지, 일본인들은 코로나에 대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의 몇몇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한국처럼 검사를 많이 하면 의료붕괴가 일어나,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중증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검사를 너무 많이 해 이탈리아처럼 의료붕괴가 일어났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대구에서 몇몇 환자가 대기중에 사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검사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감염자 수천 명에 이르는 대형 클러스터가 생겼기 때문이죠. 그나마 검사를 안 했으면 정말 의료붕괴가 일어났겠죠.

PCR 검사에 대해서는 정확도에 시비를 겁니다. 방송에서도 정확도가 7~80%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98% 아닌가요? 그것도 여러 차례 하고.) 황당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양성인데도 음성으로진단이 잘못 내려지면, 그 사람들이 음성이라 생각해 신나게 돌아다닐 것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답니다.

아니. 검사를 아예 안 하면, 그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양성인지도 모르는 채 여기저기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닐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게다가 일본에서 하는 검사도 한국과 똑같은 PCR검사입니다. 정확도가 떨어져 더 위험하다는 검사를 자기들은 왜 하는지.

방송을 보니 드라이브 스루에 대해서도 시비를 겁니다. 먼저 의사의 진찰이 동반되지 않으면 정확도가 떨어진다나요? 의사도 모르겠으니까 검사를 의뢰하는 거지, 의사의 문진이 검사보다 정확하면 뭐하러 검사를 의뢰합니까?

심지어 드라이브 스루가 감염을 확산시킨다고 우깁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검체를 채취할 때마다 매번 장갑을 갈아낀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더군요.

결국 니가타와 요코하마에서도 이 방식을 도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애써 한국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한국과 달리 자신들은 클러스터가 발생한 기관에서만 한정적으로 하는 것뿐이라고. 어이가 없더군요.

일본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이 멈춘다면, 일본의 방식도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겠지요. 우리 방식보다 경제적이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만약 신천지교 같은 대형 클러스터가 일본에서 발생했다면 지금 일본은 이탈리아가 됐을 거라는 점입니다.

다른 한편, 일본에서 뒤늦게 바이러스의 폭발적 확산이 일어난다면, 일본사회는 중요한 변화의 전기를 맞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일본정부와 언론은 태평양전쟁 당시 대본영 같은 느낌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하는 말을, 거짓말까지 다 믿어주는 분위기랄까? 그 환상이 깨지면 일본이라는 사회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겠지요.

의료붕괴가 일어나지 않게 관리하면서도 검사수를 획기적으로 늘려 공격적 대응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왜 그렇게 안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어느 방송을 보니, 한 패널이 (1) 한국은 바이러스를 찾아다니며 박멸하는 방식이고, (2) 일본은 바이러스와 평화로운 공존을 꾀하는 방식이라며, 방역대책으로선 후자가 더 낫다고 주장하더군요. 일본은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길로 가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메시지가 혼란스럽습니다. 학교도 열고, 스포츠 경기도 하고, 놀이동산도 열라고 하면서, 3일연휴 동안 오사카와 효고켄 사이의 왕래는 삼가라고 하거든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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