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칼럼) ‘돈보다 사람의 생명’ 손봉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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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칼럼) ‘돈보다 사람의 생명’ 손봉호 박사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6.29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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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재앙이 무엇 때문인가를 발견하고, 재난을 기회와 자원으로 삼아 사회와 교회를 개혁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생산적이다. 우선 ‘코로나19’ 전염병이 인재란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중국인이 천산갑, 뱀, 밍크 등 야생동물을 잡아먹거나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박쥐와 공생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오지 않았을 것이다.
손봉오 교수
손본호 교수 (사)기독교 세계관 학술 동역회 이사장)

‘코로나19’ 전염병은 그 영향과 충격의 정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인류 역사가 ‘코로나 전 시대’(BC)와 ‘코로나 후 시대’(AC)로 구분될 것이란 말까지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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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달라진 세상이 어떨 것인지를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헤겔과 마르크스는 역사 발전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나 역사는 그들의 법칙을 따르지 않았고 실증주의는 자연과학의 방법론에 따라 사회를 연구하고 미래를 예측하려 했으나 성과가 시원찮았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미 5세기에 하나님의 역사는 신비라고 주장했다. 성경도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잠 27:1)고 지적한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경제사 정이 나빠질 것이며,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 교회 집회도 줄어질 것이라 걱정하지만 백신이 개발되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차라리 지금의 재앙이 무엇 때문인가를 발견하고, 재난을 기회와 자원으로 삼아 사회와 교회를 개혁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생산적이다. 우선 ‘코로나19’ 전염병이 인재란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중국인이 천산갑, 뱀, 밍크 등 야생동물을 잡아먹거나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박쥐와 공생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오지 않았을 것이다.

비행기, 크루즈, 유람선 등이 없었더라면 전염병은 우한에서 끝났을 것이다. 다양한 교통수단, 대규모 집회와 유흥시설이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여러 곳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다. 위생 수준과 의료 수준이 월등하게 높은 선진국에서 오히려 감염자와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이 생겨나는 것은 사람의 삶이 자연에서 너무 멀리 떠나 사람이 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인위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가 벨기에 817명, 미국 321인 반면, 대만 0.3명, 뉴질랜드 4명, 한국 5명으로 정부와 국민이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그 차이가 엄청나게 큰 것도 이 유행병이 인재란 사실을 보여주고 준다.

현대 사회의 인위적인 삶은 물질적인 풍요와 재미를 2020 JULY AUGUST 3FAITH & LIFE를 위해 경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사람의 생명도 경제적 이익에 종속되어 있다. 공공의료제도를 채택한 유럽 국가들은 병원보다는 대규모 경기장이나 화려한 공연장에 더 투자했고, 의료인은 푸대접하면서 운동경기자나 연예인은 후대했다.

감염 질병이 터지자 여러 나라에서 의료진도, 병상도, 의료장비도 모두 부족해서 환자들이 대대적으로 죽고 있다. 민간의료에 의존하는 미국에서는 보험료가 너무 비싸 주로 가난한 환자들이 희생되고 있다. 감염 확산이 확실한데도 앞 다투어 봉쇄를 푸는 것이나 트럼프가 백신의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모두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정부들이 줄이려 하는 것은 희생자의 수가 아니라 경제적 피해인 것 같다.

예수님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또, 사람이 제 목숨을 되찾는 대가로 무엇을 내놓겠느냐?”(마 16:26)고 하셨다. 99명보다 위험에 처한 한 사람의 생명을 천하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다.

이 세상에 아무 것도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사람의 생명과 바꿀 수 없다. 기독교가 인류문화에 공헌한 것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이 기본인권 사상이고, 생존권은 기본인권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교회는 돈을 생명보다 중시하는 이 유물론적 물질주의 문명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성경이 가르치는 생명존중 사상을 꾸준히 강조하고 강화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확산은 이 물질주의 문명이 잘못되었다는 사실과 교회가 그것을 고치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음을 여지없이 폭로했다.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트럼프가 미국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도 늘어났고 ‘코로나19’ 치료약과 백신도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 돈을 중시하는 물질문명의 혜택이다. 그러나 그 덕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된 사람들이라도 돈이 없어  일찍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영국의 감염전문가 퍼그슨(Neil Ferguson)은 ‘코로나19’로 사망한 80세 이상 노인들이 이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평균 11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배금주의 문화 때문에 노인들은 억울하게 일찍 죽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세상에는 돈보다 생명이 존중되어야 한다.

지식이나 기술개발, 모든 사회정책은 물질보다 사람의 생명을 우선시하고 유색인종이나 이민자, 가난한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이뤄져야 한다. 이웃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지 않는 한, 대면 관계를 강화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며 자연친화적인 생활방식을 강조할 의무가 있다.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가장 큰 단체인 복음주의전국연합회의 공공정책 문서 ‘나라의 건강을 위하여’(FOR THE HEALTH OF THE NATION)는 정치참여가 “생명 존중, 빈민구제, 가정 존중, 인종 정의, 성적 순결, 자연보호, 평화, 약자를 위한 정의”의 원칙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미국 복음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생명을 존중하는 정책, 문화, 생활방식이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손봉호 박사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이사장이다.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외대, 서울대 교수를 거쳐 동덕여대 총장과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고신대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으로도 섬기고 있다.

출처 : 신앙과 삶 7-8월호(편집자의 동의를 받아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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