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 저자 시마무네 사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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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 저자 시마무네 사토루.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7.0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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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네 사토루, 세상에 쓸모 있는 심리학을 연구하고, 심리학으로 세상을 돕겠다는 포부를 지닌 일본의 심리학자. 전문 분야는 행동분석학이다. 1964년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고 미국 미시건대학교 심리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호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수업에서 맞춤별 행동분석학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 테마는 학교와 기업, 시설과 지역 등 조직에 관한 행동과학 매니지먼트이다. 연구 방법론은 문제 행동을 제어하는 조건을 찾는 응용 행동분석학이다.

행동분석학은 인간행동의 이유를 분석하는 심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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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없이 무수하다고 여겨지는 인간 행동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일반화한 30여 개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이 다루는 주제는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문제적 행동, 즉 습관이다.

이 책은 행동분석학 법칙을 응용해 자질구레한 습관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일러 준다. 저자는 실제로 대학에서 행동분석학을 강의한다.

책에는 저자의 학생들이 스스로의 습관을 고친 사례도 담겨 있다. 여타 심리학과 달리 내면의 문제보다 이미 발생한 물리적 사건에 방점을 두는 행동분석학은 자극과 조절에 의해 곧잘 길들여지는 인간 행동의 속성에 주목한다.

지각, 늦잠, 흡연, 방청소, 운동, 악기연습 등 ‘의지’만으로는 좀처럼 꾸준하게 제어되지 않는 일상 속 ‘문제 행동’들은 구조, 환경에 약간의 변화를 줌으로써 조절 가능하다.

기업 등에서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행동과학 매니지먼트나 동물 행동 실험인 스키너의 심리상자 또한 행동분석학의 한 줄기이다. 행동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 대부분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물리적 환경이다.(본문 67쪽) 즉 ‘나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은 따로 있다. 우리는 이 원리로 고질적 습관을 다룰 수 있다.

자기 부족일까, 방법을 몰랐던 걸까. “습관은 의지로 고치는 것이 아니다” 마음먹은 운동은 언제 할까, 늦은 밤 야식도 끊고 싶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은 몇 권 째인가. 값이 껑충 뛰어도 담배는 계속 피고, 그렇게 욕을 먹어도 또 지각이다. 하루에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는 영어공부도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다이어트는 고사하고 소울 푸드로 스트레스를 푸느라 오히려 포동포동 살이 찐다.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법한 ‘문제적 습관.’ 고치지 않는다고 당장 어찌 되는 건 아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행동은 무력감을 불러일으킨다.

심리학의 한 부류인 행동분석학은 내밀한 나만의 습관을 개선하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된다. 우리의 행동은 특정 자극에 무심코 영향을 받는다. 집에서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장소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두어 권의 책을 독파할 수도 있다.

행동분석학의 조언대로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인간 행동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당장 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면 나만의 행동 패턴이 보인다.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은 행동분석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이것을 이용해 고치고 싶은 습관을 직접 고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일상 속 온갖 자질구레한, 그래서 더 감추고 싶은 개인들의 온갖 게으른 습관들과 그걸 실제로 고치는 과정이 등장한다.

복근 운동을 꾸준히 하는 방법과, 너저분한 방을 항상 깨끗이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는 법, 밤마다 맥주 한 캔을 먹는 습관을 버리는 방법까지 저자가 제시하는 ‘나 자신 실험’을 통해 고칠 수 있다. ‘의지’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게으르다’고 자인하며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 건 금물이다.

행동분석학은 ‘의지’ 문제에 천착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미 발생한 물리적 사건들 사이의 관계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동분석학으로 자신의 ‘문제적 습관’을 다스린다는 의미는 이렇듯 내면의 자아 성숙이라는 코드에 가닿아 있다.

인간은 행동으로 증명된다. 문제는 지속성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사람, 일주일에 한 번은 주간지를 읽는 사람 등, 한시적 시간 동안 수행한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할 때 더 적확하다. 많이 하는 행동(과잉 행동)은 잘 하는 특기가 되고, 좀체 하지 않는 행동(부족 행동)은 약점이 되기 쉽다.

사람의 정체성은 행동으로 증명되는 셈이다. 우리의 인격과 정체성은 우리의 특정 행동 ‘절대 시간량’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행동으로 말한다’라는 관용구가 사람의 진실 된 모습을 가리키는 것처럼. 독서 시간, 피아노 연습 시간, 영어 회화 연습시간, 흡연의 시간, 근육 트레이닝 시간 등, 내가 할애하는 행동의 시간들이 날 결정한다. 행동분석학은 이러한 나만의 ‘행동 지속의 궤도’를 세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나를 통제하고, 움직이게 하는 환경.

깨지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판판하고 널찍하게 새로 조성하면 전보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보행 문화권이 형성되는 것처럼, 인간의 행동 패턴은 물리적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세간의 통념보다는 훨씬 예측 가능한 경로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구조와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 인간의 행동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는 사고법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스스로에게 맞는 구조와 환경을 직접 세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행동반경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나 자신 실험’은 내 행동의 통제 원인을 내 자신이 아닌 수반성에서 찾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나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수반성은 행동 전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세세하게 관찰, 기록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모든 행동이 특정 맥락과 환경에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구체적 행동의 기저에 깔린 욕구

자극과 조작의 세트장에 스스로 들어가는 ‘나 자신 실험’ 행동분석학은 ‘인간이 왜 이 행동을 하는가?’ 혹은 ‘인간이 왜 이 행동을 꺼리는가?’ 질문을 던지고 관찰한 뒤 늘리고 싶은 행동과 줄이고 싶은 행동을 조절하는 조건을 찾는다.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은 행동분석학 이론에 대한 기본 설명 이외에도 일상에서 바로 행동분석학을 적용해 따라할 수 있는 비법 ‘나 자신 실험’을 제시한다.

3장에는 이 실험으로 저자의 대학 제자들이 행동분석학 과제로 실제로 자신의 습관을 고친 학생들의 사례가 이야기풍으로 담겨 있다. 저자의 말대로 3장부터 바로 읽어도 된다.

‘나 자신 실험’의 첫 단계는 먼저 ‘베이스라인 기간’을 두고 지금 상태를 찬찬히 관찰하는 것이다. 무기력하게 흘러 보내는 매일의 일상을 이성적으로 직시하는 단계이다. 3장에 소개된 방 정리를 못하는 여학생의 경우 먼저 자신의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세었더니 25벌이나 있었다.

우선 이 기간 동안 매일 방바닥에 널린 옷의 수를 세어 꺾은선 그래프로 시각화를 하며 사태 파악을 했다. 그리고 나서 청소를 하지 않음으로 인한 여러 자극들을 되새겨 봤다. 발 디딜 틈 없는 방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행동은 고쳐지지 않는다.

저 스트레스 자체는 행동을 바꾸는 ‘자극’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차근차근 원인을 추적하며 옷을 수납공간에 넣지 않는 세세한 행동의 전후(前後)를 본다. 구겨 넣으려 해도 넣을 틈이 작거나 없어서 단박에 넣어지지 않는 옷을 심혈을 기울여 작게 개는 것이 귀찮아져서 바닥에 휙 버리게 되는 무의식적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거였다.

이때 게으름과 의지는 고려하지 않고 행동의 원인과 결과만을 본다. 한정된 공간에 비해 객관적으로 넘치는 양의 물건을 매일같이 ‘정리’하는 행동은 개인의 고군분투만으로 지속되기 쉽지 않다. 단번에 옷을 쉽게 넣을 만한 수납공간을 위해 물건을 버리고 취향에 맞는 정리함을 구비해 다시 입을 옷과 빨 옷을 구분하다 보니, 정리를 잘하는 만족감이 채워졌다.

이 만족감은 ‘자극’으로 작용되어 지속적인 청소 행동을 유발하기에 이른다. 이 여학생이 방 청소를 하게 되는 ‘자극’은 취향에 맞는 정리함이 주는 ‘만족감’과 물리적 공간이었다.‘왜? 왜? 법’을 통해 내 행동의 기저에 깔린 욕구를 끝까지 추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날 움직이게 하는 자극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장에 등장하는 복근 운동을 하고 싶은 남학생의 경우 단순히 인기를 끌고 싶어서 목표 행동을 정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유진이라는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이 제1의 욕구였다.

신문을 매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진짜 신문을 읽고 싶은 건지, 신문을 읽고 난 뒤의 지적인 대화를 하고 싶은 건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사롭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자기 안의 진짜 욕구를 추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솔직하고 내밀한 자기 욕망을 인정해야 다음 단계가 가능하다.

책에서는 심리학자 매슬로가 제창한 ‘사람의 기본적 욕구 계층구조’를 통해 행동분석학의 강화제와 혐오자극을 설명한다. 물을 마시는 것은 ‘내가 목이 마르기 때문에 물을 마셔야 한다’라는 언어화된 생각이 내 행동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갈증’이라는 생득성 혐오 자극(결핍 욕구)이 추인하곤 한다.

혹은 새로 나온 상품 생수를 시음할 때는 신기함이라는 자극(존재 욕구)이 추인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야식 먹는 습관’이라는 ‘행동’을 예로 들면 일주일에 야식을 먹는 횟수 5번을 ‘행동 빈도’로, 야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포만감이라는 감정은 ‘강화 조건’(특정 행동을 더 하도록 하게 하는 조건)으로 객관적으로 구분해 본다.

더 많이 하는 행동과 더 적게 하는 행동, 행동을 더 많이 하게 하는 조건과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조건이라는 단순한 카테고리는 우리의 일상 행동을 객관적 패턴으로 그리는 것을 돕는다.

혐오자극(행동의 빈도수를 낮추는 조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강화제(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조건), 확립조작(어떤 사건이 가지고 있는 강화제나 혐오 자극의 효과를 증감시키는 조건)을 통해 세팅할 수 있다.

사소하게는 나를 자극하는 예쁜 디자인의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것. 지루한 복근 운동을 견디게 하려면 그보다 훨씬 재밌는 TV프로를 틀어놓는 것, 저녁 목욕 후 맥주를 마시는 습관을 저지하고 싶다면, 목욕 직후의 갈증에 대한 쾌감은 식초 음료로 대체하고, 다른 날 술 약속을 잡아 맥주를 마시는 식으로 한정된 기간의 음주 총량을 조절하고 맥주에 대한 쾌감을 적절하게 채울 수 있다.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자극 세팅은 무궁무진하다. 이 안에 스스로 들어가 내가 원하는 지속적 행동의 사이클을 타면 된다.

저자소개

시마무네 사토루, 세상에 쓸모 있는 심리학을 연구하고, 심리학으로 세상을 돕겠다는 포부를 지닌 일본의 심리학자. 전문 분야는 행동분석학이다. 1964년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고 미국 미시건대학교 심리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호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수업에서 맞춤별 행동분석학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 테마는 학교와 기업, 시설과 지역 등 조직에 관한 행동과학 매니지먼트이다. 연구 방법론은 문제 행동을 제어하는 조건을 찾는 응용 행동분석학이다.

테니스와 클라이밍을 좋아하며 여가와 일 모두에 전력을 다하며 산다. 저서로는 《퍼포먼스 매니지먼트-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분석학》 《인스트럭션 디자인-강사를 위한 룰 북》 《인간은 왜 약속 시간에 늦는가-소박한 의문부터 가르치는 행동의 원인》 《행동분석학 입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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