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인 척하다… 제주서 7000명 사라졌다 (허술한 밀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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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인 척하다… 제주서 7000명 사라졌다 (허술한 밀입국)
  • 박상기 김아사 기자
  • 승인 2016.02.0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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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 루트 된 '無비자 관광'… 무단 이탈자 中 중국인이 3000명]

공항 환승객 위장 밀입국도 기승… '고전적 수법' 밀항 여전히 많아. - 한국 비웃는 브로커. 페이스북 통해 광고내고 모집… 입국심사 모범답안 등 집중 교육 태국·베트남 현지 관광업체선 "들어가 도망가라" 대놓고 부추겨 제주→육지 실어나르는 브로커도 [제주도 무비자 관광객과 무단 이탈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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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 태국인 남녀 5명이 모였다. '한국까지 데려다 주고 일자리도 찾아준다'는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모인 사람들이다. 브로커 차이우티(31)가 '관광객 자세' '입국심사 모범답안' 등을 집중 교육시켰다.

서울 관광 일정표도 나눠줬다. '밀입국 훈련'을 받은 이들은 인천공항으로 유유히 입국해 한국의 축산업체 등에 불법 취업했다. 차이우티는 5명으로부터 1인당 5000~8만바트(약 18만~265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차이우티가 이런 방식으로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밀입국시킨 태국인은 43명에 달했다.

지난달 불과 8일 사이에 인천공항 보안시스템을 뚫고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이 밀입국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출입국 관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거 여권·비자 위조나 항구를 통한 밀입국이 대세였다면, 요즘은 관광객으로 가장하는 방식 등으로 밀입국 루트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도가 2006년부터 192개 국가에 무비자 관광(30일)을 허용하면서 밀입국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00년 무렵엔 해상에서 검거된 밀입국자가 매년 1000명이 넘었지만, 요즘은 밀항에 쓸 돈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들어온다"고 했다.

지난달 13일엔 단체 관광객에 섞여 제주공항에 입국한 베트남인 59명이 한꺼번에 종적을 감췄다. 이 중 31명은 아직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도에 무비자로 들어온 200만명 가운데 7187명이 무단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사 당국은 이 중 중국인이 3000명 정도이며, 절반가량이 이미 뭍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했다.

공항 환승객(72시간 무비자 입국)을 가장한 밀입국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초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기로 했던 중국인은 한겨울인데도 반소매·반바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가 출입국사무소에 적발됐다.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운 나쁘게 걸린 케이스이지 환승 관광객으로 입국해 잠적하면 손을 쓰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항만을 통한 고전적인 밀입국 수법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외국 어선을 타고 부산 감천항으로 밀입국하려던 베트남 선원이 당국에 적발됐다. 그 한 달 전에는 울산항에 정박해 있던 외국 국적 벌크선의 중국인 선원이 부두 철재 울타리를 넘어 밀입국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밀입국 과정에는 어김없이 브로커가 개입한다는 게 수사 당국의 분석이다. 밀입국자들에게 취업을 알선해주는 조직도 있다. 브로커들은 큐큐(QQ·중국)나 잘로(ZALO·베트남) 같은 휴대전화 메신저를 쓰며 추적을 피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제주로 들어온 중국인 밀입국자를 레저용 승합차 지붕 적재함인 루프 박스에 태워 완도로 실어 나르던 브로커가 적발됐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태국이나 베트남의 현지 관광업체는 대놓고 '관광비자를 만들어줄 테니 들어가서 도망가라'고 부추기기도 한다"고 했다.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불법 체류자는 21만2596명이다. 3명 중 1명이 중국인이고, 베트남·태국·필리핀 순으로 많다. 이 가운데 다수는 비전문취업비자(E-9)나 관광통과 비자(B-2) 등으로 국내에 들어와 체류 기간이 지났는데도 귀국하지 않은 경우지만, 밀입국자들도 적지 않게 섞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밀입국자나 불법 체류자를 검거하는 전담 인력은 출입국관리소 전체 직원 2000명 가운데 150여명에 불과하다. 밀입국자들이 단순 취업 목적으로 국내로 들어왔다면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테러범이나 강력 범죄자들이 관광객에 섞여 들어온다면 속수무책이 되는 것이다.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범 박춘풍도 2003년 한국에서 추방된 뒤, 2006년 '박철'이라는 이름의 위조 여권으로 재입국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밀입국자 모두를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출입국심사 전문가로 양성해 최대한 걸러내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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