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플랜 B’ 이미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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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플랜 B’ 이미 세워놓았다
  • 남문희 대기자
  • 승인 2016.02.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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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중앙위는 이미 2009년부터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플랜 B’를 마련해두었다. 앞으로 3개월 내 해법이 안 나오면 공단 설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후보지는 남포와 신의주다.
▲ 4월27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귀환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대책적 방안(플랜 B)’은 자못 충격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파장이 개성공단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5년의 남북관계가 위태롭다.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대화 없는 5년’ 얘기가 나온다. ‘더 이상 필요 없다. 서울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 있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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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당 중앙위가 준비해온 대책적 방안(플랜 B)은 그만큼 남쪽의 기존 논의를 넘어섰고, 어떤 면에서 ‘남북관계 없는 또 다른 5년’까지를 대비한 모양새다. 물론 북한 측이 앞장서서 개성공단을 폐쇄하지는 않으리라 보인다.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은 지켜본다. 그러나 거기에는 시한이 있다. 공단의 기계설비 부품들은 남쪽에서 진단한 대로 무한정 방치할 수 없다. 녹이 슬어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 시한을 북측은 3개월로 본다. 남쪽에서도 6~7월까지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공단이 자동 폐쇄된다고 진단하는데, 시점이 엇비슷하다. 3개월이면 7월 말. 이때까지 개성공단을 둘러싼 진전이 없으면 어차피 남북대화도 판이 깨질 것이고, 북측도 다음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바로 ‘개성공업지구 폐쇄 결정’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그동안 많이 논의된 것은 바로 금강산 사례였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이래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었고, 급기야 북한은 2010년 4월 정부자산 몰수, 민간자산 동결, 관리인원 추방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고는 2011년 4월 현대아산의 개발독점권 회수, 5월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법 채택, 8월 남측 체류인원 추방 등의 조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재는 현대아산과 관광공사의 시설을 이용해 중국인 대상 관광사업을 자체 운영한다.

금강산 관광 중단된 2009년부터 계획

개성도 그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까? 그동안 이에 대한 남측의 진단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공단 운영은 관광과 다르다. 공장설비와 인프라를 운영하기 위한 기술이 있어야 하고, 원단과 자재 구입, 제품의 판로 등이 갖춰져야 한다. 북한 스스로 이런 것들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북측의 답변은 ‘가능하다’이다. 남쪽은 북한이 개성에 대한 ‘대책적 방안’을 언제부터 준비해왔는지 가늠하지 못한 채 빗나간 전망만 내놓는다는 얘기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은 이명박 정권 시절이다(18~19쪽 딸린 기사 참조). 더 이상 개성공단을 확장할 의사가 없음이 확인되고, 또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9년부터 북한은 개성도 언젠가 금강산의 전철을 밟으리라 보고 당 중앙위 중심으로 ‘플랜 B’ 마련에 착수했으며, 지금 그 플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이명박의 덫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몰려오는 형국’이다.
 

그 정도 준비를 했다면 공장 운영 메커니즘이나 기계설비 구조에 대한 숙지를 빼놓았을 리 없다. 남한의 많은 기업이 핵심 부품을 빼가지고 나갔어도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자기들 실력으로 충분히 채워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와 반자재 공급도 이미 대책이 다 서 있다고 한다. 북한 근로자들이 틈틈이 원자재와 반자재 등을 갖고 나온 경우가 있었는데, 빼돌려서 팔아먹으려 한 것이라기보다 자기들이 운영할 때를 대비해 중국 등의 공급선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단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남측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전기에 대해서는 남측의 지적을 인정한다. 개성공단의 전기는 그동안 경기도 파주 문산변전소를 거쳐 공단 내 10만㎾급 평화변전소를 통해 공급됐다. 따라서 정부가 문산변전소와 평화변전소를 잇는 라인을 차단하면 공단 내 전기가 100% 차단된다.

이에 대해 북측도 “개성의 전기를 다 끌어모아도 공단을 가동하기에는 빡빡하다”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남쪽의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단되는 데 비해, 북측의 ‘플랜 B’는 그 한계를 다른 방법으로 뛰어넘는다.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가 공단을 꼭 개성에서 할 필요가 있나”라는 것이다. 개성에 공단을 만든 것은 남쪽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쪽이 더 이상 없는데 왜 굳이 개성에 공단을 유지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이다.

더욱이 남쪽이 빠져나가면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바로 군부 때문이다. 2003년 12월 개성공단이 착공되기 전, 개성과 판문점 인근은 북한 군부의 주둔지였다.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 등이 있었다. 이중 6사단에는 북한군 주력인 천마호 전차와 장갑차 대대가 있었고, 62포병여단은 수도권을 겨냥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들을 모두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하고 공단을 조성한 것이다(<연합뉴스> 4월29일자 기사). 그만큼 ‘유사시 북한의 기습 남침 시간을 지체시키고, 북한군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기 쉬워져’ ‘(개성공단이) 한국군 몇 개 사단과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안보적 가치가 높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정반대로 북한 군부가 그동안 받았을 스트레스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자신들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대남 진격로를 넘겨주고 나서, 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경제적으로는 손해만 봤다. 군부의 불만이 누적될 대로 누적된 상태라는 얘기다(18~19쪽 딸린 기사 참조). 따라서 개성공단의 운명을 쥔 것은 당 중앙위지만, 군부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데 그 누구도 개성을 살려야 한다고 총대를 멜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개성공단은 원래 군부 땅이었기 때문에 공단이 폐쇄되면 군부가 다시 주둔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결론은 뭔가. 앞으로 3개월 내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개성 지역에서 공단은 그대로 폐쇄되고, 그 자리에 원주인인 군부가 다시 들어선다는 의미다. 이 경우 그곳에 있던 123개 남한 기업들의 공장과 기계설비는 어떻게 될까. 남측에서는 공단이 폐쇄되면 공장과 기계설비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게 북쪽 기류다. 해답은 공장과 설비를 뜯어, 북한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 있다. 당 중앙위가 마련한 ‘플랜 B’의 핵심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옮길까. 북한 내에서 공장과 설비를 옮겨 새로 시작하려면 기본 조건이 바로 전기와 인프라다. 이 조건에 맞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남포이고 다른 하나는 신의주다. 남포는 북한 내 대표적인 경공업 단지다. 과거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 공단을 운영하기도 했던 곳이다. 남포로 이전하자고 하는 측에서는 적어도 평양 옆에 자기들이 키우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신의주로 가게 되면 통제권을 벗어난다고 본다. 신의주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공단을 옮기기만 하면 바로 가동이 가능한데 질질 끌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입장이라고 한다.

▲ 2008년 1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앞)이 신의주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남한 중소기업의 목숨 같은 자산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남포냐, 신의주냐 논쟁이 벌어진 형국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또 다른 각도에서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먼저 신의주로 옮길 경우를 생각해보자.

북한 내부에서도 통제권 상실을 염려한다. 그 이유는 신의주에 들어설 공단은 중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조만간 신의주에서 중국 대재벌 그룹이 주도하는 공단 착공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로 여겨지는 홍쉐화 회장이 이끄는 대중화그룹(대중화국제집단(중국)유한공사)의 공단이다.

어디로 가든 우리로서는 뼈아픈 대목

대중화그룹과 북한 간의 투자 교섭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으나(<시사IN> 제258호 ‘장성택 방중, 신의주 특구를 주목하라’ 참조), 드디어 5월 중순 착공식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주 전체를 대중화그룹이 대중화합영총회사 이름으로 개발하고, 전기는 수풍댐 전기를 단둥에서 가져다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중국 사이에 황금평 개발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김정일 위원장 시절부터 북한과 중국이 신의주의 조차식 개발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왔는데, 결국 남북한의 힘이 미약해 사실상 중국 대재벌에 의한 조차 개발 시대로 접어들게 된 셈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지난 10년간 남북 화해의 상징이라고 떠들어온 개성공단의 공장과 시설들까지 중국의 조차식 공단에 휩쓸려 들어가게 되면, 국제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볼지 아득하다. 그렇게 따지면 남포공단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남포는 이미 일본이 지난해 가을 북한·일본 적십자 교섭의 와중에 자국의 세계적 전자산업의 공단으로 점찍어놓은 바 있다(<시사IN> 제280호, ‘일본 전자업계, 북한 남포공단에 진출한다?’ 참조). 지금은 아베 총리가 7월의 참의원 선거 때문에 우경화 페달을 밟고 있지만, 일본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북한 남포공단은 포기하기 어렵다.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끌고 들어가려 하는 신의주나 남포 모두 외세의 등장으로 남한 처지에서는 뼈아픈 현장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지금 단계는 아직 설왕설래 수준이다. “신의주가 되든 남포가 되든 옮긴다는 것에는 이구동성 의견 일치가 이뤄졌으나, 어디로 갈지는 앞으로 봐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결국 123개 공장 중 약 100개는 남포와 신의주로 나뉘고, 나머지는 개성에 그대로 남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개성에 일부를 남기는 이유는 공단으로 다시 진출하는 북한 군부용이다. 자기들 몫을 떼어달라는 요구가 이미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과 설비 이전 순서도 이미 짜여 있다고 한다. 크게 1, 2, 3단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1단계는 조립식 공장들(샌드위치 패널 공장)이 주 대상이다. 금방 뜯어서 재조립할 수 있다. 두 번째가 콘크리트 공장들이다. 옮길 경우 지금처럼은 못 지어도 앞으로 몇 개월이면 얼추 비슷하게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관건은 가급적 추위가 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것. 북측의 겨울은 10월부터이기 때문에 7월 말을 넘기면 안 된다. 마지막이 개성에 남겨두는 공장들이다. 설비 측면에서 보면 의류·봉제·가공 공장이 많은 편인데 이런 것들은 쉽게 옮길 수 있다. 기계조립 공장도 옮기기 쉽다. 화학공장들은 옮기기가 쉽지 않아서 현지에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북측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개성공단에서는 북한 노동자 5만3000여 명이 근무했고, 개성 지역에 그들 가족 20여만 명이 있다. 산업기술 갈증에 시달리는 북한에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공짜로 기술을 습득한 고급 인력이다. 북한 당국이 그들을 개성에 계속 내버려둘 거라고 보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북한 어디로 보내든 제 몫을 톡톡히 해낼 인재들이다. 중국에 기술 인력으로 파견해도 된다. 또 신의주나 남포로 공장과 함께 이동시킬 수도 있다. 과거 신의주 인구를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40만명을 한꺼번에 옮기기도 했던 북한이다. 개성의 20만명을 옮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한마디로 현재 북측은 “지금 당장 문 닫아도 남한이 손해면 손해지, 우리는 손해 볼 것이 없다”라는 생각이다. 최근 국내의 한 누리꾼이 개성공단의 최저임금(63.8달러, 평균임금은 144달러)을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한국 시화공단(831달러), 중국 칭다오 공단(194달러), 베트남 탄뚜어 공단(95.8달러)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임금은 한국의 13분의 1, 중국의 3분의 1, 베트남의 3분의 2였다.

또 땅값은 개성공단이 1㎡당 39달러로 한국의 6분의 1, 중국의 3분의 1, 베트남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서울에서 가깝고 말도 잘 통하고 숙련도도 뛰어나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세상에서 최고 싼 임금에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었던 셈이다. 반면 북한 중앙당국 시각에서 보면 개성공단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정말 별것 아니었다.

국내 한 대북 사업자가 최근 베이징의 북측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1년 수입 9000만 달러 중 6000만 달러는 개성 현지에서 다 소비되고, 중앙에서 가져가는 것은 3000만 달러, 한 달에 25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군부만이 아니라 중앙당국 처지에서도 개성이 주는 편익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언론들은 대단한 달러박스나 되는 양 온갖 생색을 냈으니, 그 꼴을 더 이상 못 보겠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충처 : 시사IN(http://www.sisai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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