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펙첵]1GB당 요금 젤 비싸?…쪽방촌 노인도 10만원 요금제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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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펙첵]1GB당 요금 젤 비싸?…쪽방촌 노인도 10만원 요금제 쓰라고?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10.06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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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쪽방촌에 거주하는 70대 노인이다. A씨가 사용하는 휴대폰 요금제의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당 요금은 1만2000원이다. B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며 억대 연봉을 자랑한다. B씨가 사용하는 이동통신 요금제의 1GB당 데이터 요금은 굳이 따지자면 526원쯤 된다.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판매업체에 이동통신사 로고가 붙어있다. 2019.4.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A씨는 쪽방촌에 거주하는 70대 노인이다. A씨가 사용하는 휴대폰 요금제의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당 요금은 1만2000원이다. B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며 억대 연봉을 자랑한다. B씨가 사용하는 이동통신 요금제의 1GB당 데이터 요금은 굳이 따지자면 526원쯤 된다.

두 사람의 GB당 요금만 살펴보면 A씨는 과도하게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고 B씨는 고액 연봉자이면서도 초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일까.

A씨와 B씨가 실제 납부하는 월 통신요금을 보면 이해가 금방 된다. A씨의 경우 월 1GB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약정할인을 통해 한달 통신비 5142원을 납부하고 있다. A씨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월 1GB 데이터로 부족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

B씨는 월 150GB의 LTE 데이터에 음성통화와 문자가 기본제공되는 정액요금제를 사용한다. B씨가 사용하는 요금제의 월 납부액은 7만9000원이다. 25% 선택약정할인을 받을 경우 5만9250원이 B씨의 월 통신요금이다.

◇저가요금제 이해 없이 무조건 '평균' 내 "가격 내려라" 압박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6일 영국의 '요금제추천사이트' 자료를 인용해 우리나라의 1GB당 모바일 데이터 이용료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비싸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세 번째로 높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의 데이터 사용 비용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다른 주요 국가들보다도 높은 금액이며 OECD 중에서 3번째로 GB당 데이터 요금이 높다"고 지적했다.

매월 따박따박 내야하는 통신비가 성가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구미가 확 당기는 사안이다. 그런데 정 의원의 주장을 <뉴스1>이 확인해보니 사실과 전혀 달랐다. 기본적인 '분석'만 거쳐도 이런 '오역'이 나오지 않을텐데 "모바일 데이터, 한국, 아시아에서 가장 비싸"라는 국감자료의 제목이 무색해진다.

정 의원이 인용한 'cable.co.uk'의 '국가별 GB당 요율'은 조사한 국가의 모든 통신사업자가 판매하는 월 요금액 총 합을 해당 요금제가 제공하는 GB당 요율로 단순하게 나눠 평균값을 낸 결과치다.

예를 들어 C 통신사가 월 2만원에 250메가바이트(MB)를 제공하는 요금제와 월 4만원에 1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2가지 상품을 판매할 경우 이 통신사의 평균 GB당 요율은 4만2000원이 된다. 반면 D통신사가 월 4만원에 1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 한가지만 판매한다면 D 통신사는 GB당 요율이 4000원에 불과하다.

즉 정 의원이 인용한 영국의 요금제 추천 사이트는 요금제를 단순 평균냈기 때문에 저가 요금제를 다양하게 판매하는 국가나 통신사일 수록 오히려 GB당 요금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 결과치를 토대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GB당 데이터 요금이 너무 높다며 이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모바일 데이터 이용료가 국제적으로 월등히 높다"면서 "통신사들은 데이터 사용료를 인하하거나, 높은 데이터 사용료에 걸맞은 속도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된다"고 강조했다.

◇전세 '씨 말린' 임대차 3법처럼 저가요금제 '멸종' 부를까 우려

만약 정 의원의 주장대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GB당 요율을 '확' 낮추도록 국회가 규제입법을 한다면 통신사들은 간편하게 국회의 명령을 따를 수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쪽방촌 노인 A씨'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저가요금제를 폐지하고 월 7만~10만원 안팎의 고가요금제만 운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앞서 국회가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임대차3법을 강행하자 오히려 전세 물량이 씨가 마르고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였다"면서 "만약 국회가 저가요금제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GB당 데이터 요금만을 낮추라고 압박한다면 사업자들이 저가 요금제를 하나둘 씩 폐지하는 식으로 GB당 요율을 낮추는 식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은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월 8만원 이상의 고가 정액요금제로만 대부분 구성된 국내 5G 요금제의 경우 GB당 데이터 요금이 3G, 4G LTE보다 월등히 낮다. 5G 고액 요금제는 모두 데이터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서비스는 이제 부가재가 아닌 전기나 수도와 같은 일상생활의 '필수재'가 됐다. 최근 정부가 통신비2만원을 긴급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지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그런데 보편적 통신서비스를 위해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를 GB당 요율로만 따져 '비싸다'고 지적하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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