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신성욱 교수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상태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신성욱 교수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12.31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는 하늘나라 엄마에게 매일 편지를 썼지만, 편지 넣는 곳에 손이 닿지 않아 넣지 못하다가, 손이 닿게 된 그 날 편지를 모두 넣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이 아빠는 아이의 마음을 짐작조차 못했습니다. 아빠가 아이의 눈을 한 번만 바라봐 주었더라면, 아이의 절실함을 조금은 눈치를 채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가장 사랑했을 자기 아이의 마음을 남자는 주목하지도 헤아리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HEAVEN SENT 아빠는 천국에 사는 '엄마'로부터 편지를 받고 4 살인 딸에게 '천국에서 오는 우체부가 있다'고 말했다.HEAVEN SENT Dad told daughter, 4, 'heaven has postmen' after receiving letter from 'mum' after her death
HEAVEN SENT, 아빠는 천국에 사는 '엄마'로부터 편지를 받고 4 살 딸에게 '천국에서 오는 우체부가 있다'고 말했다. HEAVEN SENT Dad told daughter, 4, 'heaven has postmen' after receiving letter from 'mum' after her death

한 학기를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성적 60%에 해당하는 큰 페이퍼를 제출받았다. 다름 아닌 설교문이다. 설교문을 읽어가던 중 한 여학생이 쓴 설교문 속에 나오는 예화 하나를 읽다가 눈물을 흘리게 됐다. 설교를 들으면서도 울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설교문을 읽다가 눈물을 흘린 건 난생 처음이었다. 왜 그랬을까? 예화 속에 나오는 내용이 너무도 가슴 아프고 슬펐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Like Us on Facebook

'아내를 사고로 잃은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자에게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남자는 아들을 볼 때마다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질까봐 마음을 졸이며 아들과 항상 함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에게 출장이 잡혔습니다. 남자는 어린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늦은 밤까지 혼자 둘 생각을 하니 여러 가지 감정에 생각에 복잡해 졌습니다.

그러나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할 수 없이 새벽같이 아이가 먹을 것을 차려두고 출장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혼자 있을 아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틀에 해결할 일들을 하루 종일 부랴부랴 마치고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아이는 잠에 들지 않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니 안심이 된 남자는 피곤에 온 몸이 지쳐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철퍼덕 누웠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뭔가가 등에 와 닿는 느낌이 드는 순간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킨 남자는 침대 위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는 옷걸이를 집어 들어 그 길로 아들에게 향했습니다.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왜 이렇게 철이 없어! 침대 위에 라면을 두면 어떻게 해? 침대 위가 엉망이 되었잖아! 저 빨래를 누가 하라고!! 안 그래도 아빠가 많은 일을 하느라 힘든데 왜 이렇게 말썽이야!!!” 남자는 아이가 대답할 새도 없이 고함을 지르며 매를 들었습니다.

한참을 지나 남자의 매는 아이의 한마디에 멈추게 되었습니다. 순간 남자는 아이를 달래줬고 울다가 잠이 든 아이의 등에 약을 발라주던 남자는 욕실에 들어가 수돗물을 틀어 놓고 목 놓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 눈물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남자는 다시는 아이에게 매를 들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얼마 못가 어기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안 왔다는 선생님의 전화에 간담이 서늘해진 남자는 혹여나 아이가 잘못 됐을까 동네를 다 뒤지고 다녔습니다.

유치원에 가지 않고 동네 게임기 앞에서 게임을 하는 아이를 봤을 때 남자는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남자는 사람들 앞에서 매를 들었고, 아이는 왜 유치원에 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답 없이 서럽게 울기만 했습니다. 또 한 번은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남자는 우체부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우체통에 백 통이 넘는 장난 편지를 가득 넣어 가뜩이나 바쁜 업무에 방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다시 매를 들었습니다,

필자 신성욱 교수

여러분이 이 남자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겠습니까? 우리 역시 그와 별 차이 없이 반응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이랬습니다. 아침은 아빠가 차려 놓은 밥을 먹었는데 아빠가 저녁이 되어도 안 오니 배가 고팠던 아이는 컵라면을 먹으려 했습니다. 불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떠올라 보일러를 한껏 올리고 온수를 부어 라면을 먹고, 저녁을 못 먹을 아빠를 위해 아빠 것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오지 않자 식을까봐 침대 위에 놓고 식지 않게 이불을 덮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아빠가 오면 얘기해준다는 걸 장난감을 갖고 노느라 깜빡 잊은 겁니다.

세 번째 매를 든 날, 남자는 울다가 잠든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우체부가 가져다 준 장난 편지를 마당에서 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 많은 편지가 장난편지가 아닌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에게 쓴 아들의 편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울면서 편지를 하나씩 읽어내려 갔습니다.

유치원에 안가고 게임기 앞에 앉아 있던 아이는 그 날이 유치원에 엄마들이 오는 날이었음을 적었습니다. “엄마, 나는 그래도 아빠한테 끝까지 얘기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아빠도 나처럼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거 같아서, 엄마 생각 날까봐 얘기 안했어.” 편지들을 읽어 가던 남자는 왜 아이가 백 통이 넘는 편지를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체통에 넣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에게 매일 편지를 썼지만 편지 넣는 곳에 손이 닿지 않아 넣지 못하다가, 손이 닿게 된 그 날 편지를 모두 넣게 된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아이의 마음을 짐작조차 못했습니다. 남자가 아이의 눈을 한 번만 바라봐 주었더라면 아이의 절실함을 조금은 눈치를 채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가장 사랑했을 자기 아이의 마음을 남자는 주목하지도 헤아리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바로 그 때, 흐르는 눈물과 함께 불현듯 내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기 때문에 네 명 모두 미국에서 한국에 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몇 달간 가까이서 같이 살다 보니 소홀히 대할 때가 많았고, 대화 또한 부족했음을 절감한다. 지금 2020년 마지막 날 새벽 12시 38분을 막 지나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날, 오늘밤만큼은 함께 모여 송구영신 예배를 드린 후 따로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깊은 대화의 시간도 가지고 기도제목과 새해의 소원도 나누면서 뜻 깊은 새해를 맞이해야겠다 조용히 다짐해본다.

필자 신성욱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이다.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공부했음, University of Pretoria에서 공부했음,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했음,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언어학 전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