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커피 출현과 문화. 오세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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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커피 출현과 문화. 오세열 교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1.02.17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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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19세기 초 유리로 만든 커피추출기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아침에는 60알의 원두를 갈아서 만든 커피를 마셨고, 귀가 멀면서 고립되면서 커피를 벗 삼아 영혼을 달랬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커피에 관해서는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하인을 재촉했다. 탈레랑은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라고 평했다.
이디오피아 커피열매 수확 후 보람을 나누는 아이들

역사적으로 하루 일할 수 있는 시간을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연장시킨 두 사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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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된 백열 점등식이 그것이다. 1887년 3월 6일 저녁 경복궁내 건청궁에서 최초로 백열등이 켜지는 식이 거행되었다. 백열등이 켜지는 순간 이때까지 해뜨면 일하고 해지면 휴식을 취하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생활습관이 바뀌게 되었다. 하루 일할 수 있는 시간이 24시간으로 연장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두번째는 커피의 발견이었다. 인간의 노동시간이 이론상으로는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확대되었다. 커피의 발견은 인간 뇌의 능력과 활동을 크게 증대시켰다. 커피가 없었던 수 천년동안 사람들은 몸이 지치면 일을 끝내곤 했다. 나른함과 피곤함을 해소하는 방법은 잠을 청하는 것 외는 없었다. 그런데 잠을 자고 난후 일을 재개하더라도 일의 능률은 오르지 않는다.

산에서 커피 열매를 따는 이디오피아 노동자들

커피가 발견되기 전까지 인간에게 몸을 깨어있게 하고 잠을 쫓아줄 순수한 자극제의 역할을 하는 식품이나 약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커피라는 자극제가 발견되기 전에는 고도의 정확함과 정밀한 측정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특별한 의지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 몫이었다.

그런데 커피가 발견되고부터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뇌속에 다재다능한 재능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커피는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동자에게 활력을 제공하는 필수품이 되었고 급기야는 생활필수품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발자크의 비문은 비록 장난으로 씌어지긴 했지만, 커피가 생명을 단축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의 무덤 비문에는 ”그는 살았고 또한 3만 잔의 커피를 먹고 죽었노라“고 기록되어있다. 성취를 배가시키는 동시에 개인의 삶을 단축시킨다는 말로 여겨진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인 발자크는 커피애찬가이다. 그의 커피 애찬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커피가 위장에 들어가면 아이디어는 전장에 뛰어든 육군 포병 부대원처럼 날렵하게 움직여 전투를 시작한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듯 기억은 힘차게 뛰어오른다.

커피열매를 햇빛에 말리는 과정 

비유법을 쓰는 기갑부대가 화약을 조달하면 무장한 논리의 포병이 뛰기 시작한다. 위트가 명사수의 자세로 일어서고 직유법이 글쓰기 투쟁을 시작한다.“ 발자크는 저녁 7시에 취침하고 새벽 1시에 일어나 아침 8시까지 미친 듯 몰입하여 글을 쓴다. 아침식사으로 삶은 계란 2개와 빵, 그리고 커피를 마신 후 9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쓴다. 1시부터 6시까지 교정을 본다. 하루 6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며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

베토벤은 19세기 초 유리로 만든 커피추출기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아침에는 60알의 원두를 갈아서 만든 커피를 마셨고, 귀가 멀면서 고립되면서 커피를 벗 삼아 영혼을 달랬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커피에 관해서는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하인을 재촉했다. 탈레랑은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라고 평했다.

막 내린 커피의 첫 모금이 입에 닿는 순간 하루는 의미있고 가치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재탕한 커피 맛이 좋을 리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재탕하면 인생도 쓴 맛만 날 뿐이다. 어느 커피점의 현수막에는 ”인생은 짧으니 항상 깨어 있으라“라고 적혀 있었다.

볼테르는 하루 50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커피가 그의 창조적 작업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다보면 균형을 쉽게 놓칠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일의 능률이 향상되니 점점 더 많이 마시고 싶어진다. 커피를 진정 즐긴다면 그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한다.

커피를 지나치게 마시면 그때는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다. ”지나쳐서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그리스의 격언이나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라는 공자의 교훈이나 매 한가지다.

에티오피아의 전설에 의하면 칼디라는 염소치기가 커피 콩을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칼디가 기르던 염소들이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낯선나무에 달린 붉은 열매를 보고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열매를 먹은 염소들의 행동이 이상했다.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뒷발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염소들의 생기에 넘치는 행동을 본 칼디는 호기심에 끌려 직접 열매를 먹어보았다.

필자 오세열 교수는 Midwest 대학원 리더십교수며 성신여대 명예교수, 목회학 박사(D.Min),목사, 경영학박사(고대)이다.

곧이어 칼디도 생기가 넘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칼디는 이 신기한 열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수사에게 털어놓았고 이 소식은 근처 사원에 까지 알려졌다. 수사들은 이 열매가 밤 수행 중 잠을 쫓아준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좋아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우연히 인간의 삶에 들어온 커피는 오늘날 거대한 경제적 문화적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커피산업은 세계최대의 고용인구를 자랑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커피를 경작하고 제조하는 인구와 커피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에 이른다.

커피는 오일 다음으로 교역이 활발한 품목으로 꼽히며 제3세대 국가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오늘날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기술은 음료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서 인생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평온, 고용, 균형, 사색, 영감, 몰입 등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커피 잔속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인간의 삶 가운데 커피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산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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