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대형참사와 하인리히법칙. 오세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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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대형참사와 하인리히법칙. 오세열 교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1.10.23 16:3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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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추락하기 전 이를 감지한 부기장은 ‘착륙포기합시다(Go Around).’를 반복해서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 충돌 부저가 울렸을 때 비로소 기장의 입에서 Go Around가 나왔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기장이 명백하게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는 부기장이 독단으로라도 조종권을 인수하여 위기를 모면하도록 평소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801편에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Heinrich)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Heinrich)는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접근>이란 저서에서 산업현장의 재해를 분석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하인리히 법칙’을 만들었다. 이 경험법칙에 의하면 큰 재해로 인해 중상자가 한 명 발생하는 경우, 그 사고 이전에 이와 유사한 작은 재난으로 인한 경상자가 약 29명 발생한 사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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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일한 원인에서 야기된 사소한 증상들로 인해 잠재적 부상자가 약 300여명 있었다. 즉 하인리히법칙은 사고로부터 발생하는 중상자수가 1명이면 경상자는 약 29명에 이르고 다시 잠재적 부상자는 300여명에 달한다는 법칙이다.

이것을 일반화하면 대형사고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관련 증상의 발생비율은 1:29:300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어떤 큰 재해도 우연히 발생하는 법이 없으며, 그 이전에 유사한 소형사고가 수십 차례 발생한다.

또한 소형사고 하나하나는 그 보다 더 사소한 징후가 수백 번 발생한 결과이다. 사고와 징후가 발생 할 때마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준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하인리히 법칙이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고가 있기 전 붕괴의 조짐이 수십 차례 보고되었지만, 이를 방치했다. 붕괴 10일 전부터 5층 식당가의 벽이 균열되었고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기가 자주 끊겼으며 매장에서는 물벼락이 떨어지는 등 붕괴 징조를 보였다.

특히 하루 전에는 식당가 바닥에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하고 옥상바닥이 내려 앉았다. 또한 붕괴 당일 옥상의 대형 물탱크를 무리하게 이리저리 움직인 결과 하중을 못 이기고 오백 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재해로 치달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사고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911테러, 타이타닉호침몰사고, 성수대교붕괴사고,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등은 사전의 많은 사고 징후가 포착되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결과였다. 하인리히 법칙이 그대로 맞아 들어갔다.

항공기 사고도 예외일수 없다. 대부분 항공기가 사고없이 안전하게 운항되지만 종종 대형참사사건이 발생한다. 미국은 매년 경영분야의 탁월한 대가들을 순위별로 발표한다.

인재로 기록된 상품백화점 붕괴사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이 랭킹에서 항상 톱 10안에 드는 경영구루(guru)이다. 그는 아웃라이어(Outlier)라는 저서에서 1997년 8월 6일 새벽 1시경,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떠나 괌으로 가던 대한항공 801편이 괌에 착륙하기 전 공항 앞 니미츠 힐(Nimitz hill) 언덕 밀림지대에 추락한 슬픈이야기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탑승객 254명 가운데 228명이 사망한 역사상 최악의 참사를 무려 50페이지를 할애하여 기록하고있다. 괌 참사의 공식적인 사고원인은 착륙유도장치고장으로 인한 혼란과 조종 미숙에 있었다. 그러나 말콤 글래드웰은 이 저서에서 참사 원인을 우리나라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인적오류에서 찾기 위해 기장의 사고 전날 하루 일과를 분석하고 있다.

1997년 8월 5일 새벽, 대한항공 801편 기장은 잠에서 깨어나 5시경 집을 나와 가까운 체육관으로 향한다. 1시간 가량 배드민턴 회원들과 운동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한 후 그날 밤 괌으로 향하는 비행계획을 검토한다.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오후 3시경 승용차를 몰고 서울을 빠져나와 김포공항으로 향한다.

그는 공군소령으로 제대 후 KAL에 입사하여 4년 간 9,800시간의 비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 중 3,200시간에 해당하는 점보기운항실적이 있다. 42살인 기장은 현재(당시) 기관지염 외에는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오늘 운항하게 될 보잉747기는 한 때 대통령 전용기로도 사용된 적이 있다.

신혼부부(217명)들을 가득 태운 보잉747기는 밤 10시 30분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게이트를 출발하여 20분후 이륙하였다. 3시간을 비행하여 새벽 1시 30분경 괌 상공에 도착했다. 기장은 지금까지 8번 괌 비행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억수같이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비행기는 랜딩기어를 내리고 고도를 서서히 낮췄다. 악천우로 인해 활주로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때 비행기가 지상과 근접해 있다는 위험신호인 충돌 버저가 울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비행기는 니미츠힐에 추락했다.

필자 오세열 교수는 Midwest 대학원 리더십교수며 성신여대 명예교수, 목회학 박사(D.Min),목사, 경영학박사(고대)이다.
필자 오세열 교수는 Midwest 대학원 리더십교수며 성신여대 명예교수, 목회학 박사(D.Min),목사, 경영학박사(고대)이다.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사고 잔해

사망자는 대부분 인생의 첫출발을 하는 신혼부부들이었다. 일요일 전국각지에서 친지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마치고 괌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이들이 인생의 첫발을 내디딘 그날에 참사를 당했으니 이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서구인과 한국인사이에는 대화문화에 차이가 있다. 한국인은 모호한 말을 해도 듣는 자가 스스로 해석해서 이해해야 한다. 완곡어법(mitigated speech)은 한국사회에 퍼져있는 대화문화다. 조종실내에서 부기장은 기장의 명령을 어길 수 없고 공손히 따라야한다.

장유유서의 유교문화의 전통은 상사나 선임자가 하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박할 수 없다. 부기장은 사고 당시 날씨가 아주 안 좋은 상태에서 기장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했었다. 그러나 그 상황을 완곡어법으로 말했고, 기장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긴 결과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가져왔다.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 이를 감지한 부기장은 ‘착륙포기합시다(Go Around).’를 반복해서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 충돌 부저가 울렸을 때 비로소 기장의 입에서 Go Around가 나왔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기장이 명백하게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는 부기장이 독단으로라도 조종권을 인수하여 위기를 모면하도록 평소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801편에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

사고당일 새벽, 괌에는 억수같은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생존자들에 의하면 사고 여객기가 부산 상공을 지날 때부터 천둥번개와 비바람이 치는 악천후가 시작되었고 그 후 기체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등 정상적인 운항이 힘든 상태였다.

기내식 서비스를 하는 도중 기체가 심하게 흔들려 식사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한다. 부기장은 이상 징후를 알았지만 권위에 눌린 언어 습관 때문에 직설적이고 강력한 어조로 기장에게 비상 사태를 알리지 못했다.

911테러의 경우 아랍권에서 커져가는 반미 정서로 인해 테러 조직들이 점점 조직적이고 강력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과소평가한 미국 정부는 전혀 손을 쓰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그동안 방치되어온 미흡한 보안 규정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테러 2달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리는 선진국정상회담(G8)에서 이슬람 과격파 조직이 비행기로 회의장에 돌진해 부시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을 살해하려 한다는 정보를 미국정보당국이 입수 했지만 이를 방관했다.

사건 한달 전에는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미국내 200명 규모의 테러조직이 유명 건축물을 파괴하려 한다는 정보를 파악하고도 이를 무시함으로써 결국 911테러 대참사가 발생했다.

타이타닉호침몰의 경우 출항 오전부터 빙산이 돌아다닌다는 위험한 소식이 선박 사이의 무선통신으로 경고되고 있었으며 적어도 타이타닉 호는 6통의 경고를 통신으로 받았다. 그러나 북대서양의 항해에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여겨서 경고를 무시한 결과 최악의 선박 참사가 발생했다.

이와 같이 모든 대형사고의 경우 하인리히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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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천 2021-10-25 08:46:06
장마가 시작되려면
개미들이 이동하고~
전쟁의 조짐이 보이면
새들은 둥지를 떠나가고~
배의 침몰의 조짐이 보이면
쥐들이먼저 바닷물로 뛰쳐나간다~
한낮 미물들도 위험을감지하고 그에
대치하거늘 어찌하여 만물의영장 이라는
인간은 사고가 난 후에야 땅을치고 통곡을
하는가~~?

강이웅 2021-10-24 12:09:32
길을 아는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There'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orking the path
(영화 매트릭스에서...)

강이웅 2021-10-24 12:06:27
하인리히 법칙을 인간에게 비유해본다면,
마치 작금의 대선 후보들의 여러 행태를 그대로 반영해주는듯 하다.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내리는 야당 윤후보의 행태와 후속타로 터지는 가족들의 비위사실들....
여당 이후보의 형제 다툼 및 사생활과 공직자 비위 사실들...
마치 자신들이 뿌려놓은 지뢰 밭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하인리히 법칙을 반대로 적용해본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들이 많다.
일명 일취월장의 법칙이다.
각종 세상의 규칙을 전부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쉽지않은 일이다.
그러나 사회 이면에는 그러한 수많은 규칙을 잘 지키며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작금의 실행전략은 애자일 같이 빠르고 민첩한 능력을 요구하지만, 돌아가더라도 이왕지사 바른길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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