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퍼의 '값비싼 은혜'와 한국교회 : 십계명과 이웃사랑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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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퍼의 '값비싼 은혜'와 한국교회 : 십계명과 이웃사랑명령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1.11.17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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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대인과 타민족에 대한 극렬한 차별과 증오에 동조한 독일 교회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계명을 버림에 따라 즉각적으로 우상숭배에 빠지게 됐다”며 “본회퍼가 보기에 현실적으로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데 이르는 방법은 오로지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 그리고 교회에서 교제하는 성도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뿐이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실존적 유한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의를 하고 있는 김영훈 박사 

제15기 교회법과 국가법 아카데미가 16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법연구원(원장 김영훈 장로) 주최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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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예배는 연구원 부이사장 이효종 장로 인도로  기도 장로 부총회장(예장통합) 이월식, 성경은 인도자가 빌레몬서 1장 17-20절을 봉독했다.

'만일 그대가 나를 친구로 여긴다면 나를 대하듯 그를 반갑게 맞아 주시오. 그가 그대에게 손해를 끼쳤거나 빚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나에게 청구하시오. 내가 다 갚겠습니다. 내가 직접 이 글을 써서 말하지만 내가 갚겠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지 말아야 겠지만 그대도 나에게 빚진 것이 있음을 기억하시오. 형제여, 내가 주님 안에서 그대를 통해 기쁨을 얻게 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내 마음이 평안하게 해 주시오'

  이사장 김순권 목사는 봉독한 성경 본문으로('그래도' 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김순권 목사는 “우리 총회(예장통합) 재판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해야 할 시점에 이른 듯 하다. 불신이 너무 크고, 교회와 세상으로부터 오해를 너무 심하게 받고 있으며, 판결에 대한 불복도 계속되고 있다”며 “교회 재판의 최고 목적은 화해를 이루는 것이다. 솔로몬의 명재판도 결국 법이 아닌 지혜로 판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 강좌 정영래 이사의 사회로 박욱주 박사(연세대 겸임교수)가 ‘본회퍼의 값비싼 은혜와 한국교회’, 원장 김영훈 박사가 ‘정당한 교회법 준수의 당위성’ 과 '총회(교단) 헌법의 구성과 주요내용'을 각각 강의했다.

박욱주 박사는 “성경과 종교개혁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교회가 정치활동에 직접적·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개입할 경우 종국에는 정권에 이용당하거나 희생양 취급받기 십상이고, 교회 내부의 신앙도 퇴락과 침체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라며 “국가 법령과 정책이 신앙의 삶을 심각하게 훼방하지 않는 이상, 교회가 정치 사안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정권에 대해 적극적 비호 혹은 저항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본회퍼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박욱주 박사 

박 박사는 “그러나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의 교회 내 반나치 투쟁은 성서와 개신교회의 역사적 전통에 입각한 정교 분리 원칙을 명백히 준수하는 것이었다”며 “히틀러 암살 음모 가담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이전까지 본회퍼가 신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주도했던 독일 고백교회의 반나치 투쟁은 정교분리 원칙과 신앙 양심을 충실하게 지키려는 열망의 발로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본회퍼는 히틀러가 본격적으로 마각을 드러내기 전, 그와 나치당의 대중적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하던 1930년경부터 히틀러가 구상하던 독일의 미래가 지극히 비윤리적이고 선동적임을 감지하고 있었다”며 “본회퍼가 나치 정권의 국정운영 방향에 적극 비판과 저항을 개시한 결정적 이유는, 독일 복음주의 개신교 교역자들과 신자들 상당수가 히틀러를 칭송하거나 그의 반유대주의 사상에 동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욱주 박사는 “나치 정권은 기독교계 전체의 2/3가 자기 편으로 돌아서자 친나치 교단인 독일 복음주의교회(제국교회)를 설립하고, 이 교단에 가담한 교회들을 히틀러 신격화와 반유대인 정서 고취에 적극 활용했다”며 “반면 제국교회에 저항하던 이들은 따로 고백교회를 창설해 저항했지만 나치당의 조직적 감시와 활동금지 조치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고백교회 창설을 주도한 본회퍼는 독일 교회가 기독교회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본회퍼는 자유주의 신학의 출발점이 된 칸트 전통의 도덕주의 신학 전통처럼 윤리에 치우쳐 은혜를 아예 폐기한 신앙이 아닌, 하나님 편의 은혜와 인간 편의 실천이 하나로 통일된 신앙을 강조한다. 은혜와 실천의 분리는 서구 신학사에서 내려오는 오랜 전통 가운데 하나”라며 “본회퍼는 당대 독일 교회가 이웃 사랑에 대한 실천을 도외시한 끝에 히틀러라는 우상의 매혹에 빠져버린 사실을 목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유대인과 타민족에 대한 극렬한 차별과 증오에 동조한 독일 교회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계명을 버림에 따라 즉각적으로 우상숭배에 빠지게 됐다”며 “본회퍼가 보기에 현실적으로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데 이르는 방법은 오로지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 그리고 교회에서 교제하는 성도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뿐이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실존적 유한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욱주 박사는 “본회퍼는 이웃 사랑의 실천이 함께하지 않는 은혜란 성립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며 “은혜를 통해 이뤄지는 하나님과 인간의 인격적 관계는 인간의 삶의 현실에서는 우선 타인을 향한 선행과 사랑의 관계 속에서 성사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박사는 “본회퍼가 말하는 ‘값비싼 은혜’는 바로 이웃 사랑 실천을 감행함으로써 받는 은혜를 말한다”며 “그가 보기에 복음이 가르치는 진정한 은혜란, 구약의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보다 온전하게 갱신해 이어받는 실천 가운데, 그것도 이 사랑을 말살하려 하는 모든 유혹과 위협에 대한 저항이 수반된 실천 가운데 인간에게 효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개회예배에서 말씀을 선포하시는 김순권 목사(예장통합 전총회장)

그는 “본회퍼는 독일 교회가 쉽사리 타락해 버린 이유가, ‘값싼 은혜’를 바라는 거짓된 복음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루터의 가르침에 대한 후대의 해석 태도를 문제삼은 것”이라며 “루터가 가르쳤던 ‘칭의’는 값없이 주시는 은혜라는 의미였다. 은혜가 값없이 주어졌다는 말은 애초 인간의 힘으로 얻을 수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지, 인간이 전혀 힘쓸 것 없다는 뜻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러나 루터 이후 세대는 루터가 가르친 은혜의 전체 과정을 유념하기보다 오로지 단편적인 부분, 마지막 성취에만 눈독을 들였다. 즉 은혜가 인간 편의 계명 순종 과정 없이 이미 다 이뤄진 것으로 간주해 버린 것”이라며 “본회퍼는 독일 교회가 이 값싼 은혜를 추구하는 데 익숙해져 버려, 유대인 혈통의 독일인들을 부당하게 축출하고 유대인 차별과 학살을 방관하며 손쉽게 히틀러를 추종하는 우상숭배로 빠져들었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회퍼가 해명한 ‘값비싼 은혜’란 신·구약 성경의 핵심 계명,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준행함으로써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이 명령을 준행하면서 외면의 언행과 내면의 심령이 일치해야 하고, 우리 목숨과 삶의 여정 전체를 통해 이를 지켜내는 신실함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대가를 기꺼이 치르면서 그 은혜를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신 제자의 길”이라고 정리했다.

본회퍼가 현 교회의 ‘정치적 투쟁’ 매진 정당화?
본회퍼 신학 의도 근본부터 오해한 무지의 소치
계명 은폐·왜곡하고 범하는 죄악 맞선 싸움일 뿐
본회퍼, 정교분리 준수하면서 세속 정권 비판해

결론에서는 본회퍼 신학을 한국교회에 적용했다. 그는 “한국교회 내부에 과연 값비싼 은혜를 구하라는 가르침이 힘차게 전해지고 있는가? 대신 값싼 은혜의 거짓된 복음이 퇴락의 현실을 정당화하는데 자주 동원되고 있는가”라며 “값싼 은혜에 대한 얄팍하고 거짓된 믿음이 교회를 지배할 때, 교회는 반드시 세속의 도전에 흔들리고 퇴락과 침체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욱주 박사는 “일부 교역자들은 지금보다 더 헐값으로 은혜를 이리저리 내다 흩뿌리려 하지만, 한국교회가 점차 압박을 더해가는 세태의 도전을 이겨내는 길은 그 정반대의 길”이라며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확고하고 담대한 태도로 계명의 준엄함과 무거움을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 특히 사회공동체, 신앙공동체 내부에서 이뤄지는 이웃과의 인격적 관계에서 기독교적 윤리의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는 신앙의 싸움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근 본회퍼의 반나치 투쟁을 예로 들며 교회가 정권에 대한 ‘정치적 투쟁’에 매진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데, 이들의 행태는 본회퍼 신학의 원 의도를 근본으로부터 오해한 무지의 소치”라며 “본회퍼의 신학사상 속에서 제자로 부름받은 성도들의 투쟁은 계명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범하는 죄악에 대한 싸움이지, 정권과의 세력 다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끝으로 “본회퍼의 신학은 명백하게 개신교 신앙 전통인 정교분리 원칙을 따르고 있다. 값비싼 은혜에 대한 그의 가르침은 세속 정권의 허물에 대해서도 분별하고 비판할 지혜를 내어준다”며 “하지만 본회퍼의 가르침은 교회가 세속 정권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이자 전제로서 하나님의 계명에 대한 책임을 지키는 순복의 심령을 보다 우선시한다. 이것이 선행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채 이행되는 교인들의 세속 정권을 향한 실력 행사는 값싼 은혜를 믿고 자기 의에 도취된 이들의 어리석음을 입증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영훈 박사는 “하나님의 법은 인간의 생존과 하나님의 복을 받기 위해, 의롭게 하심을 얻기 위해, 모든 일의 형통함을 얻기 위해, 악인을 대적하기 위해, 저주받지 않기 위해, 나라의 견고함을 위해, 벌 받지 않기 위해, 지혜와 지식 있는 백성 되기 위해 준수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김 박사는 “뿐만 아니라 정당한 교회법은 여호와 하나님이 명한 것이므로, 교회의 신성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기 위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기 위해, 하나님 앞에 거룩하게 되기 위해 준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교계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법과 정당한 교회법·국가법을 준수해,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의 ‘성경대로 살자’는 행함 있는 믿음을 본받아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교회와 교단 등 기독교 단체의 일꾼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세상의 저울이 아닌 ‘하나님의 저울’, 즉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진실하며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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