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기념일 이"후. 국민일보 11월3일자

그렇게 될 거라고 짐작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왜 하필 올해인가, 종교개혁 오백주년인데. 왜 하필 이 주간인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 교회와 사회를 보며 아픈 가슴을 끌어안고 종교개혁 기념 주일에.. 박동현기자l승인2017.11.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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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래 기사는 국민일보(종이신문 11일3일자 27면의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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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기념일 이후"

▲ 지형은 목사

[바이블시론-지형은] 종교개혁 기념일 이후 기사의 사진 엊그제 10월 31일, 종교개혁 기념일이다. 그것도 오백주년이나 되는 해니 대희년이다. 희년은 모든 것이 다시 회복되는 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점으로 돌아가는 시공간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은혜의 해다. 누가복음 4장에 따르면 예수께서 당신이 세상에 오신 까닭은 은혜의 해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4년 전 이날 ‘처절하게 아름다운’이란 제목을 붙여 글 하나 썼다.

“잎이 저리도 훌쩍/ 미련 없이 떨어지는 것은// 제 몸 어디는/ 끊어내야 겨울을 나지/ 깨닫고야 감행하는 것이니// 낙엽은,/ 처절하게 아름다운 생명 수업”(2013. 10. 31 종교개혁일 저녁)

언제부터인가 종교개혁 기념일이 되면 마음이 옥죈다. 마르틴 루터나 다른 개혁자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이고 살았던 하늘을 보기가 죄송"스럽다. 나도 그 한가운데 있는 지금의 한국 교회가 주님 보시기에 송구스럽다.

종교개혁 기념 주일을 기다리던 지난 10월 24일 화요일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동남노회에서 김삼환 목사가 시무했던 명성교회의 후임 담임목사로 김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 청빙을 가결했다.

뉴스 보도를 보면서 눈을 의심했다. 어차피 그렇게 될 거라고 짐작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왜 하필 올해인가, 종교개혁 오백주년인데. 왜 하필 이 주간인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 교회와 사회를 보며 아픈 가슴을 끌어안고 종교개혁 기념 주일을 기다리는 주간인데.

그 화요일의 결정 이후에 한국 교회는 벌집을 쑤셔놓은 모양이 되었다. 명성교회가 속한 교단은 충격이 가장 컸다. 해당 노회에 비대위가 조직되어 ‘세습은 총회가 금하고 있는 사항이며 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욕심의 발로며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공교회 화평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같은 노회에서 새로 선출된 목사와 장로 부노회장이 사퇴했다. 교단의 신학생들과 신학교수들이 세습 반대 성명을 냈다. 소속 교단 목사 538명이 세습이 죄악임을 지적하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교계의 여러 단체에서 반대 성명을 냈다.

올해 수많은 단체에서 종교개혁을 기념하며 모임을 가졌다. 공통분모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살려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종교개혁 기념일 바로 그날에 국민일보와 CBS가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새로운 500년의 시작’이 주제였다. 이 모임에서 명성교회 상황이 얘기에 올랐다. 발제자 세 사람은 명성교회의 세습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 안타까운 일, 개혁의 대상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심포지엄에서 논찬을 맡은 나는 논찬 원고 끝에 시를 붙였다. ‘사막(砂漠)2- 모래와 바람’이란 제목이다. 사막 또는 광야는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을 만난 시공간이다.

“가벼워지리라/ 바람에 날릴 때까지/ 영혼이 하늘을 날 때까지/ 모래처럼,/ 그렇게, 사막의 학교에서 배우리라// 모래처럼 깨어지고 작아져서/ 영혼이 단순하고 투명하여/ 어떤 바람에도 싫다 좋다 않고 기꺼이/ 실바람에도 가뿐히 몸을 싣도록/ 거룩함이 단순한 데 깃드는 걸 깨닫도록/ 가벼워야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깨닫도록/

모래와 바람의 학교에서 나를 훈련하리라// 이리 가라면 가고/ 저리 쌓이라면 쌓이는,/ 하루아침에도/ 산도 되고 마른 강도 되는,/ 하나님의 학교에서/ 비정형(非定形)의 기적에 나를 던지리라// 바람의 등에 업히고/ 바람결에 깊이 안기는/ 모래의 순명(殉命)을 살리라/ 사막으로 나가서.”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결의한 장로교 총회가 역사가 한참이나 흐른 후에 그 잘못을 회개했다. 동남노회의 결정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런 전철을 밟을 테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오백년 전의 개혁자들이 개혁을 시작한 상황은 이보다 훨씬 더 나빴다. 다만 간절한 바람은 한국 교회가 이보다 더 나빠지고서야 개혁이 가능해지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종교개혁 기념일 이후의 기도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42327&code=11171370&sid1=col


박동현기자  p7650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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