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단상 조재호목사 (고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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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단상 조재호목사 (고척교회)
  • 박동현 기자
  • 승인 2017.12.08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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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내 마음의 빈방으로 오십시오.
▲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Joshua Bell) 그가 사용하는 바이올린은 1713년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직접 제작한 약 40억 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다.

조슈아 벨(Joshua Bell)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그는 실력뿐만 아니라 수려한 외모로 아이돌 버금가는 수많은 팬을 거느린 꽃미남 스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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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벨은 4세에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고, 14세에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그가 들고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1713년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직접 제작한 약 40억 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입니다.

2007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가 무대 옷이 아니라 거리의 악사처럼 허름한 옷을 입었습니다. 40억 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워싱턴 DC 가장 번잡한 데팡스 지하철역 랑랑 플라자에서 연주했습니다. 거리의 악사처럼 옷을 입고 혼자 연주한 것입니다. 

주최 측은 지나가던 사람들이 연주를 듣고 죠수아 벨을 알아보고 사인해달라고 몰려들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습니다. 혹시 수 십 억 원하는 바이올린이라도 상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긴장했습니다. 45분 동안 6곡을 연주했습니다. 연주하는 동안 1천명도 넘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 거리의 악사처럼 허름한 옷을 입고 연주하는 조슈아 벨

그러나 그 누구도 길에 서서 연주하는 사람이 그 유명한 죠수아 벨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앞에 놓인 케이스에 돈 몇 푼 던져주고 지나가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나중에 세어보니 32달러 17센트였습니다.

그 다음 주에 시카고에서 연주회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티켓 한 장에 1백 달러가 넘고 수천석이 이미 매진되었습니다. 아무도 그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가 비록 멋진 연주복이 아니라 볼품없이 옷을 입었다 하더라도, 조슈아 벨은 조슈아 벨입니다.

비록 화려한 연주 홀이 아니고, 별 볼일 없는 지하철역 광장이라 하더라도 그가 연주한 음악은 최고의 음악이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사람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일까요? 비싼 돈 주고 홀에 앉아서 들어야 최고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성탄의 계절, 아기 예수님이 우리 가운데로 오셨습니다. 만왕의 왕 예수님께서 하늘 보좌를 떠나고 우리에게로 오신 것입니다. 그 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고 하나님의 방식을 따라 오십니다.

분주한 세상의 발걸음들이 뉴욕의 길거리에서 아무도 연주자의 존재를 몰랐던 것처럼, 그 누구도 성자 하나님의 탄생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춥고 어두운 날 밤, 베들레헴 굴곡진 언덕 위에서 하늘과 땅의 일이 극적으로 교차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우리 구주 예수님께서 마굿간 지저분한 말구유로 오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곳, 가장 어두운 곳, 가장 천하고 누추한 곳으로 오셨지요. 처음도 없고 나중도 없으신 하나님께서, 시간과 공간 안으로 들어오신 것입니다.

우주를 가득 채우고 계신 하나님께서, 시간과 공간 안으로 들어오신 것입니다. 우주를 가득 채우고 계신 하나님께서 시골뜨기 아이가 되셨습니다.

성자 하나님, 그 분의 전지하심은, 당시 통용어였던 아람어 발음 하나하나를 배워야 하는 한정된 두뇌로 바뀌었고, 온 우주에 충만하신 그 분의 편재하심은, 두 발로 걷고, 때로는 나귀를 타야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분의 전능하심은, 전혀 자기를 방어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상태로 변하셨습니다. 한 눈으로 온 우주의 별들을 바라보시던 그 분이 나사렛의 좁은 오솔길과 유대 광야의 바위들과, 예루살렘의 복잡한 거리를 쳐다보셨습니다.

화가가 자신이 그린 그림의 한 점이 되듯이, 극작가가 자신이 쓴 연극 대본의 한 등장인물이 되듯이. 세상 모든 물질을 만드신 하나님이 물질의 형태를 취하신 것입니다.

▲ 조재호 목사

성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온 우주와 모든 생명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우리 가운에 그 분이 오실 빈방이 잘 만들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가운데, 우리 사회에 하늘의 영광으로, 이 땅의 평화로 다시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Merry Christmas !  글 조재호 목사, 

조재호목사는 고척교회 위임목사, 서남노회 전노회장, CBS 기독교방송국 이사, 우크라이나선교회 전회장, 총회훈련원 운영위원장 목사계속교육위원 등 교회와 연합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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