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멤버케어 ‘다시 한 번’ 발표 박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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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멤버케어 ‘다시 한 번’ 발표 박순영 목사
  • 박동현 기자
  • 승인 2018.04.1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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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해외선교위원장. 장충단교회 담임)
▲ 박순영 목사(장춘당교회 담임)

가파르게 성장하던 대한민국 교회가 하향세로 돌아서고, 그와 함께 선교사 파송의 열기나 숫자도 감소하고 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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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초 KWMA(한국세계선교협의회)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파송선교사 수는 27,205명입니다. 작년과 똑같은 이 수치는 한국교회의 선교사역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KWMA는 아울러 총 23개 단체가 지금까지 방치하였던 허수를 정리하고 줄어든 숫자를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한국 선교사들의 고령화로 인해 사임 또는 은퇴선교사 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20~30대의 새로운 선교사 발굴과 지원률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져 한국교회의 심각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선교사의 고령화의 문제는

단순히 전체 파송 수 하락에도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현장 사역의 역동성 상실 등으로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새로운 선교사의 발굴이라는 과업과 함께 기존 선교사들의 지속적으로 성장하과 건강하게 장기 사역에 헌신할 수 있는 희망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서 선교사가 사역의 현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고 인간관계에서 받았던 상처를 회복하여 전인적 치유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할 정책과 구체적인 제도를 국내 교회가 마련해야 할 대입니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교지의 사역을 준비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알맞은 선교사역을 이루어가기 위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제 한국 교회는 선교사들이 지지치 않고 힘 있고 건강하게 사역을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전인적인 돌봄과 선교 역량 강화를 위한 계속교육과 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수께서 행하신 많은 이적들 가운데 5병2어의 기적만이 네 복음서에 모두 실려 있는 유일한 사건입니다(막 6:34~44. 마 14:15~21. 눅 9:11~17. 요 6:1~14). 초대교회로부터 지금까지 이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 한복협 4월 발표회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기록자들은 여기에 더하여 7병2어로 4천명을 먹인 일에 대하여 한 번 더 기록하고 있습니다(막 8:1~10. 마 15:32~39). 그리고 예수께서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기억하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는”(막 8:18. 마 16:11)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면서 벳세다에 이르러 맹인 한사람을 고쳐주신 일을 기록하였습니다.

마가복음에만 기록된 이 사건(막 8:22~26)에는 아주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맹인의 눈을 회복하는 일에 예수님께서는 두 번의 안수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으로부터 첫 번째 안수를 받고 나니 사람들이 보이는데 “나무 같은 것들”로 보인다 하였지만 ‘다시’ 안수하였더니 “모든 것을 밝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 일 후에 제자들은 “주는 그리스도이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신앙고백을 주께 드렸고 마침내 주님의 변화된 모습과 함께 엘리야와 모세를 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은총을 얻게 되었습니다.

선교사 멤버케어는, 이미 훈련을 마치고 파송된 선교사가 자신의 사역에 있어서 사역의 본질과 자신의 정체성, 수행하는 업무와 인간관계를 주님께서 ‘다시 한 번’ 만져주셔서 더욱 분명하고 건강한 다음 사역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 과정입니다.

선교사 멤버케어(Member Care)의 이해

자신에게 부여된 일정기간의 사역을 마치고 다음의 사역을 위해 안식년을 갖는 선교사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가리켜 ‘선교사 재교육’이라 합니다. 몽골에서 사역하였던 이대학 선교사는 “선교사 재교육이란 선교단체나 교회의 훈련과 파송을 받아서 선교현장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전인적 성장과 사역적 전문성 향상, 현재의 자기 점검과 미래의 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해외선교위원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정해진 기간의 사역을 마치고 귀국하는 선교사들이 안식년 기간 동안 정서적으로 새 힘을 얻고 영적으로 재충전하여 선교지에 귀임할 수 있도록 2주간 일정의 선교사 재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효과에 대한 우려, 귀국 선교사들의 바쁜 일정, 재정적인 부담 등으로 어렵게 시작하였지만 5차(2016.11~2018.3)까지 걸친 선교사 재교육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참여한 선교사들의 호응과 만족도가 높고 프로그램의 유익함과 서울신대 상담대학원을 비롯한 탁월한 강사들의 참여, 기수와 사역지가 다른 선교사들의 만남과 교제, 해선위 임원과 선교국 직원들의 깊어진 관심과 유대관계 등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중요 사역이 되었습니다.

이제 선교사나 파송교회와 기관들 모두가 선교에 있어서 안식년은 단순히 쉬는 기간이 아니고 다음 사역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교사 재교육은 지난 사역에 있어서 힘들었던 부분의 회복을 위한 돌봄과 다음 사역을 위한 훈련인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1. 교단(선교단체)의 멤버케어,선교사의 탈진과 중도 탈락 방지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힘겨운 사역을 감당하면서 육체적인 질병과 정서적 소진, 영적 고갈을 경험하면서도 스스로의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어진 일과 다양한 인간관계 영적인 도전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직 사명감으로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적절한 쉼을 갖지 못하고 자기 계발과 성장에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질병이나 마음의 상처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병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진행 중인 사역과 자녀 교육 때문에 규정대로 안식년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선교사들의 탈진을 가져오고 지속적인 사역의 중단되는 ‘중도 탈락’을 가져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구 선교단체는 선교사들이 사역을 하는 동안 선교부와 지역 디렉터를 통해서 지속적인 상담과 돌봄의 기회를 얻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선교사가 자기 계발을 통하여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미 파송된 선교사를 건강하게 돌보는 것은 새로운 선교사를 길러 파송하는 일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선교사의 건강한 성장

건강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안에서 계속 성장해 나갑니다. 선교사도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성숙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변의 동료 선교사들과 현지 성도들과의 관계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파송교회와 후원자, 교단과 단체는 선교사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시켜 갈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세월이 가면서 연륜이 쌓이고 역할 중요해 지는데 처음 선교지에 나갈 때에 훈련을 수료하고 머리와 가슴에 담았던 초보의 상태에서 머물러 있으면 오히려 선교의 장애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새로운 사역의 계발

선교사 개인이 평생 한 곳에 머물며 처음 시작할 때의 사역을 변함없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자신이 처음 선교지의 땅을 밟을 때의 사고방식과 영적인 상태 그대로를 고집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과 더불어 시작된 1차 산업혁명에서, 전기의 발명과 함께 대량생산의 2차 산업혁명을 거쳐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형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까지 세상은 숨 가쁘게 변해 왔습니다.

이제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무인 운송수단 등 상상을 초월하는 4차 혁명의 시대로 접어드는데 선교지에만 머물러 있는 선교사 자신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질 수 있고 적응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복음진리는 영원토록 변함이 없지만 선교지의 환경과 사람은 세계화, 정보화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선교사가 시대적인 흐름에 둔감하면 복음을 전하는 이가 외면을 당하고 자칫 사람과의 관계에 거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선교사가 자신의 동역자들이나 선교지의 성도 또는 전도 대상자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사역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열매 맺는 사역을 위해서는 적절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세계와 함께 변화해가는 선교지에 적합한 새로운 사역을 계발해가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은 필수입니다.

모든 선교사는 자신이 중심이 되는 모든 희망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나를 보내신 곳 내게 맡겨 주신 이 민족을 위해 선교지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떠납니다.

어쩌면 선교사에게 주변의 상황이나 시대의 변화, 탈진, 갈등과 질병 등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과 감당해야 할 사명만 있을 뿐이라고......

하지만 선교사의 인생에서 경험이 축적되고 연륜이 쌓이면 선교 사역과 선교사 개인의 삶이 서로 분리되거나 충돌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충만한 영성 못지않게 육체적 건강,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평안, 물질적인 후원과 공급이 병행하지 않으면 건강하고 지속적인 사역이 위축되고 가족과 동역자와의 관계가 흔들립니다.

선교지와 함께 본국과 세계가 빠르게 변하는데 나만 여전히 변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으면 스스로 허전하고 외로워 탈진하게 됩니다.

선교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해야 하며 성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파송단체와 교단은 끊임없이 선교사를 훈련하고 교육함으로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선교사 본인이 스스로를 점검하고 성장하기 위해 능동적인 자세로 배우고 자기를 돌보며 성장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고 자기를 계발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시니어 선교사의 모습은 선교지에서 귀감이 될 것입니다. 안식년을 위한 선교사 재교육은 물론이고, 선교사들이 교단 신학교나 NGO 등의 정규 교육과정에 등록하여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선교사와 함께 선교지의 동역자와 교회가 더불어 성장해야 합니다.

레포(Re:4)를 통하여 다시 새로워지고(Refreshing), 다시 온전해지고(Renewing), 다시 회복하고(Restoring), 다시 새로운 소명으로(Recommiting) 가다듬어지면 진실한 마음의 유대관계가(Rapport) 형성되는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돌봄과 치유와 회복 프로그램들을 연결해서 귀국 선교사들이 ‘다시 한 번’ 주님이 어루만져 주실 기회를 제공하여 눈이 열리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다음 사역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2. 교회의 멤버케어 사역, 어머니의 마음으로

한국에서 출발하여 당일에 도착할 수 있고 주중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동남아의 선교지는 선교사역의 본질이 흔들릴 정도로 많은 단기방문 팀들이 옵니다.

선교를 빙자한 관광여행, 유력한 후원자들의 개인 가이드 요청 등으로 시달리는데 비해, 남미나 아프리카, 또는 오지의 소수부족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에게는 한 텀이 지나도록 한 번도 격려방문을 받아 본 적이 없어 외로움에 떨었다는 이도 있습니다.

선교사의 파송 후 첫 기간(4년)은 낭만적 선택과 현실의 장벽, 부적응에 따르는 의심과 후회, 관계의 단절과 언어 문화적 충격으로 오는 외로움, 재정적 압박과 사역의 성과를 요구하는 후원교회들에 대한 보고의무 등으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의 기간입니다.

파송교회와 후원자들의 격려의 편지, 단기 팀의 방문,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교회가 직접 선교사의 사역방향을 정하거나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선교단체와 교단해외선교기관의 정책을 이해하고 선교사 양육훈련에서 사역지와 사역의 형태 선교사 관리 등을 맡기고 교회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도하고 끊임없는 관심과 재정적 후원을 감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선교지의 필요보다 후원교회의 명분이 앞서는 일은 선교지의 사역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왕의 귀환으로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을 보내는 일에 치중하다보니 돌아오는 선교사들을 맞는 일에 소홀하였습니다. 선교지에서는 이방인이었는데 일시귀국이나 안식년을 맞아 고국에 돌아오면 환영해주는 사람도 기다려주는 보금자리도 없습니다.

일 년 동안 자녀교육의 문제, 거주할 숙소의 문제, 교통수단, 건강검진, 필요한 물품 구입 등 다양한 필요는 있지만 친절한 안내자는 없습니다. 한 해 동안 8번이나 이사한 선교사가 있고 일시 귀국한 며칠 동안 찜질방을 전전한 사람,

고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녀들과 하룻밤도 함께 지낼 공간이 없어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는 이도 있습니다. 도시교회들이 새로운 예배당 건축 또는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에 귀국선교사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선교사의 귀국과 방문을 알리는 광고 또는 강사초빙으로 소개할 때에 교인들이 가진 다양한 지원을 담임목사가 요청을 해 주어야 합니다.

내 대신, 우리 대신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 파송된 그들이 당당하게 필요를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중세기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왕과 병사들의 개선을 왕비와 가족, 대신들과 온 백성들이 성문을 열고 환영하는 것처럼 선교사들의 귀국이 ‘왕의 귀환’이 될 수 있도록 맞아 주어야 합니다.

3. 나의 멤버케어 사역, 엘리야 증후군

이스라엘의 최북단 지역에서 최남단 브엘세바까지 한달음에 도망쳐버린 엘리야는 광야의 로뎀 나무 아래에서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져 죽기를 소원하였습니다. “지금 내 생명을 거두어 가소서(왕상19:4)”, “나만 남았습니다(왕상 19:10)”하는 말에서 우리는 엘리야가 처했던 탈진 상태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있는 힘을 다 쓰고 지친 ‘고갈 상태(dried condition)'나,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된 상태를 탈진(脫盡 : burnout)이라 합니다. 병은 아니지만, 몸과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복합적 이상상태를 가리켜 증후군(症候群)이라 한다면, 아마도 이런 상태를 가리켜 ‘엘리야 증후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극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갈멜산의 영웅 엘리야의 이런 모습에서 우리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나 “엘리야도 우리와 같은 성정(性情)을 가진(약5:17)” 보통의 사람입니다. 그는 죄를 짓거나 비난받을 만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지쳤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천사를 보내 잠들어 있는 그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리고 숯불에 갓 구운 빵과 시원한 물을 주었습니다. 푹 자도록 시간을 주신 후에 깨우며 다시 한 번 음식을 먹게 합니다. 이에 힘을 얻은 엘리야는 40 일을 밤낮으로 걸어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습니다.

탈진한 엘리야를 치료한 것은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손길, 한 덩이의 빵과 한 병의 물, 그리고 깊은 잠을 통한 휴식이었습니다.

비판이 아닌 대안으로

언젠가 선교지 전략회의란 이름으로 해외선교위원회의 공식적인 행사에 동참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필요한 경비는 공동으로 분담하고 항공료는 각자, 일정도 각기 순서를 나누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은사대로 협력 사역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행사를 마치고 돌아와 스스로 평가해보니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선교사님들은 모든 시간 함께 하는데 강사로 참여한 이들은 자기가 맡은 시간 외에는 함께하지 않음으로 선교사들과의 긴밀한 관계형성이나 개별적인 상담과 위로 사역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임원 중심으로 남자들만 사역자로 참여하다보니 대상인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 선교사들에 대한 정서적 배려와 개인 상담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선위의 공식 행사에 부부동반으로 사역하는 일은 경제적 부담이 크고 자칫 관광 여행처럼 오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계획자체가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민하고 걱정만 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교단의 이름으로 하는 공식적인 행사도 필요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그 일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을 인식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개인과 교회가 스스로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먼저 아내와 함께 기도하면서 상의하였습니다. 간호사 출신인 아내는 일찍이 터키 대지진 때에(1998.8) 긴급구호에 참여하면서부터 인도 대지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두 번의 지진, 미얀마 싸이클론, 아이티 대지진 등의 재난지역에 응급구호사역에 헌신해 왔습니다.

오랜 기간 구호활동을 통하여 선교사들과의 만남에 익숙하였고 평생을 목회자의 아내로 살아온 그녀는 가장 좋은 동역자로 준비된 사람입니다. 나의 30년의 목회 여정과 목회대학원에서 배운 상담심리학은 선교사들을 섬기라고 준비시켜주신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

장충단 교회는 여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해 왔으며 성도 개인과 교회가 이 사역을 기꺼이 지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교회입니다. 그래서 당회의 허락과 교회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독자적인 멤버케어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교회에서는 모임의 필요경비 일부와 우리 부부의 항공료를 지원하였습니다. 선교사들이 필요한 물건이나 선물을 준비하는 비용은 우리 가정의 생활비를 절약하여 마련하였습니다. 멤버케어라는 전문용어보다는 선교사 영성수련회라는 용어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설교, 강의, 집단상담, 개별 상담 등 모든 프로그램을 혼자 진행하였지만 전체의 일관성과 선교사들과 24시간 함께하는 친밀감 때문에 그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았습니다. 아내는 온 종일 함께 하면서 간식을 챙겨 나누어 주고 대화에 동참하며 동역하였습니다.

나보다 더 밤늦도록, 때로는 새벽까지 부인 선교사들과 대화하며 상담하였습니다. 목회자의 아내로서 살아온 세월과 응급구호 활동으로 선교지를 방문했던 경험,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성도들에게는 목회의 협력자로서 살아온 삶의 경험을 함께 나누며 여성들을 정서적으로 어루만지며 기도해 줄 수 있었습니다. 휴~

프로그램의 제목을 休~ ‘만남과 회복’이라는 주제로 아침 말씀 묵상, 저녁 영성 집회, 오전 강의, 오후와 밤 상담, 한 번의 장기자랑, 주변 답사 여행 등으로 진행합니다. 장기자랑 시간은 10년 20년을 같은 지역에서 사역을 하였어도 서로 간에 벽이 있었던 부분을 허물고 진심으로 서로에게 다가 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휴식 시간마다 제공하는 간식도 한국적인 것을 미리 준비하여 갑니다. 라면이나 자장면 믹스 커피 등은 이미 세계화 되어 있어 현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무리 돈이 넉넉하여도 다른 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추억의 간식을 준비합니다.

쌀을 튀겨 만든 대롱 밥풀과자, 부채과자(셈빼이), 강정(오꼬시), 양갱(羊羹), 진공 포장한 순대, 명절에는 송편과 전을 추가하였습니다. 선교사들은 이 촌스러운, 그러나 추억과 향수가 물씬 배어 나오는 간식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만으로도 감격하곤 하였습니다.

커피문화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한국에서 갓 로스팅한 커피를 가져가서 드립 커피를 제공하였습니다.

모스크바 한인선교사회(초교파)의 수련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간식시간에 한 여자 선교사가 다가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목사님, 하나님께서 이렇게 나를 사랑하시고 나의기도에 섬세하게 응답하시니 너무도 감사해요.”라고 말입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지난 주간에 뜬금없이 “한국의 군대 건빵이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돈이 있고 인맥이 있어도 모스크바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부질없는 생각이라고 지우려 했지만 자신의 의지로는 도저히 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답니다.

그런데 오늘 선교사 수련회의 간식시간에 건빵이, 그것도 진짜 군대 건빵이 나오는데 정말 하나님의 은혜와 섬세한 사랑은 놀랍기만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교단 군선교위원장이기에 지난 주 수요일에 군목 후보생들이 훈련받고 있는 중앙군사학교를 방문하여 위문하고 돌아온 일이 있습니다. 그 날, 군대 건빵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아 그대로 가지고 왔는데, 하나님께서는 이미 지난 주간 그 선교사님의 안타까운 소원을 들으시고 군대 건빵을 마련해 나에게 맡겨 주신 것입니다.

아름다운 만남 따뜻한 동행으로

스캇 팩( Scott Peck)은 그의 책 「아직도 가야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의 서문에서 “삶은 고달프다.”라고 하였고 「길을 떠난 영혼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라는 책의 서문에서는 “삶은 복잡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 참고할 수 있는 지침서도, 공식도, 간단명료한 해답도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올바른 길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릇된 길일 수도 있다. 인생의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지도, 안전 표시판도 없다. 그것은 거친 황야를 통과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나는 길을 잃었을 때 나무의 북쪽 줄기에 이끼가 낀다는 사실을 기억함으로써 길을 찾곤 했다. 그러나 삼나무 숲은 나무들이 온통 이끼로 덮여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누가 대신 살아 줄 수 없고 해답을 줄 수도 없는 인생의 길에서 “당신은 홀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고 더 큰 힘으로 도와주는 이를 만나는 ‘동행’의 신비가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누구와 함께 가든지 이 일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선교사들은 바쁜 목회 일정에서 시간을 내서 경제적 희생을 무릅쓰고 헌신하시는 분들께 참으로 감사하지만 때로 위로보다 상처를 받고 서러움이 더할 때가 있습니다.

이미 결단하고 헌신하여 머나먼 이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십자가를 지라.”라는 권면의 말씀은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보다는 “한국교회는 복음의 빚을 갚아야 합니다.

내 대신 이곳에 와서 그 빚을 갚아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여러분은 한국교회에 무엇이든지 당당히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떳떳하게 사역하십시오.”라고 설교하시면 좋겠습니다. 함께 참여한 동역자라면 사모님이든 친구 또는 조직의 임원 누구든지 자기가 맡은 시간이나 식사시간 뿐 아니라 모든 시간과 프로그램에 동참하여 친밀한 관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선교지를 방문하여 선교사를 만날 때 시혜를 베푸는 태도가 아니라 가장 소중한 이로 섬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프로그램보다, 그 어떤 성과 보다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선교사를 발굴하고 양성하여 보내는 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파송되어 사역하는 선교사들이(member)들이 지치지 않도록 회복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사역(care)을 조직화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교단 내에 선교지 권역과 신학교 또는 사역의 특성별로 후원이사회가 조직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멤버들을 찾아가는 모바일 멤버케어 사역자와 우리의 멤버들(선교사)을 정서적 치유와 관계의 회복을 지원 할 수 있는 멤버케어 후원 조직이 필요합니다.

멤버케어(Member care)를 통해, 선교사들은 주님과 자신의 첫사랑을 기억(Remember)할 것입니다. 사역과 후원에 동참하는 동역자와 관계회복을 통해 다시(Re-) 연대(member)하여, 스스로 교단 또는 선교단체의 소속되어 있고 파송교회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소속감(membership)을 든든히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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