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비원이었던 오스카 그뢰닝(오른쪽)과 아우슈비츠 생존자 에바 모제스 코르가 법정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에바 모제스 코르 페이스북 81세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 학살) 생존자’가 94세의 ‘아우슈비츠 회계원’을 용서하며 그의 처벌을 반대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날 독일 뤼네부르크 법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에서 나치 독일의 경비원으로 약 30만명의 학살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오스카 그뢰닝(94)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우슈비츠의 회계원’이라는 별칭을 가진 그뢰닝은 평결을 앞두고 마지막 진술을 통해 “아우슈비츠는 어느 누구도 협력해야 할 곳이 아니었다”며 “그 사실을 좀 더 일찍이 깨달아 단호하게 변화시키지 못한 것을 진정으로 뉘우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고 결과가 나오자 아우슈비츠 생존자로 70명의 공동 원고 중의 한 명이었던 에바 모제스 코르(81)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독일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실망했다”며 그뢰닝을 감옥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코르는 “법원이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며 “법원은 그가 감옥에서 보내는 4년이 누구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 나를 포함한 생존자들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뢰닝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며 “법원은 그가 아우슈비츠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젊은이들에게 증언하고, ‘신(新) 나치 주의자’를 설득하도록 사회봉사명령을 내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르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나는 신나치주의자들을 설득할 수 없지만, 그들은 아우슈비츠의 전 나치 경비원의 말은 진지하게 들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앞서 코르는 재판 도중 “나는 그를 진심으로 용서한다”며 그뢰닝과 진심어린 포옹과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코르는 “다른 생존자들이 나의 행동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며 “그가 아우슈비츠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증언한 의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고 텔레그레프에 말했다. [신수지 기자 sj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