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ㆍ외국인 근로자 섬기는 올네이션처치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외국인 근로자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다문화사역. 녹록치 않은 여건에, 이런저런 오해와 편견 속에서 남모를 아픔을 겪어야 하지만, 피부색이 다른 이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예배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김찬호 목사(올네이션처치). 그에게 외국인은 문화가 다른 이방인이 아닌, 가슴으로 품어 안아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다.
이후 이들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나둘 김 목사를 찾아오게 되면서 올네이션처치의 사역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때가 2006년 여름이었다. 김 목사는 (사)국제외국인센터를 설립해 다문화사역을 확장시켜나갔다. 상담, 교육, 복지, 문화 영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결혼이주민, 다문화가정의 삶을 보살피려고 애썼다. 한국어 교육을 비롯해 불법체류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고라도 나면 의료기관을 연계해 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갑작스레 실직하게 된 이들을 위한 쉼터도 마련해 줬다.
신앙 상담은 물론 법률, 취업, 의료 상담 등 일인다역을 하다 보니 험한 꼴(?)을 당한 적도 수 차례. 그는 “외국인 근로자의 체불된 임금을 받아내려고 회사를 찾아갔는데, 직원이 ‘당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소리를 지르더라. 맞을 뻔한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문화 페스티벌’은 국제외국인센터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2007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다문화 페스티벌은 매회 1천여 명의 인원이 참석할 만큼 호응이 뜨거워, 하남시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하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면서부터 김 목사는 부쩍 더 바빠졌다. △다문화가정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교육 사업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언어학습 지원 및 육아정보 나눔터 운영 △전국 자조모임 형성 △다문화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ㆍ공연ㆍ홍보 등으로 연중 일정이 빡빡하다. 김 목사는 “특히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이 결혼이주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현재 70여 명이 수강하고 있는데 열의가 대단하다”며 “예식과 신혼여행, 예물을 지원해 주는 ‘합동결혼식’과 모국에 다녀올 수 있는 ‘친정 방문’도 매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록치 않은 여건이지만…“이 일은 나의 사명”
이쯤 되면 김 목사가 운영하는 센터의 재정 현황이나 교회 규모가 궁금해진다. 이렇게 많은 사역을 하려면 그만큼의 금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실상은 달랐다.
시에서 위탁받은 센터의 경우 인건비 등을 일부 지원받고 있지만, 월 400만 원에 가까운 건물 임대료는 너무나 벅찬 액수다. 올네이션처치도 출석 교인이 6~70명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교인의 70%가 외국인들이다보니 헌금으로 재정을 충당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김 목사는 “외국인들과 같이 지내는 게 너무 행복하고 예배드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며 “하나님이 이들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내게 주셨다. 이 길은 주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그가 정작 아쉬운 건 금전적 부분보다 성도들의 인식이었다. “한국 성도들이 다문화사역에 대한 확실한 마인드가 없으면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교회에 왔다가 적응이 안 된다며 떠나가는 성도들도 있다”며 “한국 성도들이 다문화가정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배려해주고 인정해주는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그게 선교의 시작”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생활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로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며 “깊이 정들었는데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나기도 하고, 믿음이 참 좋다 생각했는데 성경적이지 못한 언행들로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고, 앞뒤가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 등 그럴 때면 혼자서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고 털어놨다. 그런 가운데서 김 목사로부터 복음을 접하고 교회에 잘 정착해 가족과 동료들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세워질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과 감격을 느낀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온 무슬림 친구가 2년 정도 훈련을 거쳐서 지금은 교회에서 듬직한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친구들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들은 이방인 아닌 우리의 이웃”…리더십 훈련이 급선무
녹록치 않은 여건임에도 묵묵히 이 일을 감당하는 그를 보며 걱정하는 시선들도 없지 않다. 그래도 영혼에 대한 그의 갈급함은 언제나 변함없다. 바라는 게 있다면, 자기 민족을 섬길 수 있는 젊은 리더들과 더불어 다문화가정을 잘 섬길 수 있는 한국인 리더들이 보다 많아지는 것이다. 그는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들이 교회에 와서 잘 정착할 수 있으려면, 선교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한국인 성도들의 준비된 섬김이 필수다. 이를 위해 지난해 ‘올네이션미니스트리’라는 이름의 선교회를 조직했다”며 “내달부터 12주 동안의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름엔 단기선교도 다녀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젠 가는 선교뿐 아니라 보내는 선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기 민족을 섬기는 리더가 되게 하는 게 다문화사역의 관건”이라며 “다문화가정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다. 이들이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더욱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이주민들을 향한 그의 꿋꿋한 열정과 사랑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지난 2013년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주관하는 좋은교회상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언젠가 한 목회자로부터 “다문화사역은 받을 것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퍼주기만 해야 하는 사역이다. 오랜 시간 정성을 쏟지 않으면 열매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김 목사의 결연한 의지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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