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경 전도사의 피 묻은 ‘순교신앙’, 증도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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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경 전도사의 피 묻은 ‘순교신앙’, 증도에서 만나다
  • 윤화미기자
  • 승인 2015.07.30 0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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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신앙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
▲ 증도

한국교회 ‘순교신앙’의 어머니로 불리는 문준경 전도사의 삶과 신앙의 궤적은 증도에서 시작된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그리고 따라가야 할 순교신앙의 발자취는 섬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전남 신안군, 1004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하여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이 곳. 그 중에서도 증도는 아시아 최초 ‘슬로우 시티’로 선정된 청정 해역의 아름다운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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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바닷물과 짱뚱어와 꽃게가 살고 있는 갯벌, 밤이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은하수는 증도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 생태계를 말해준다. 새의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앉았다는 의미로 불리는 ‘우전’해수욕장을 따라 광활하게 펼쳐진 백사장과 빼곡히 들어찬 해송숲을 걷다 보면, 시원한 바닷바람에 여러 개의 무인도가 떠있는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다.

낙조와 일출을 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는 나무로 만들어진 해안 산책로와 선착장, 공원과 벤치를 두어 유럽 휴양시설과 같은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증도는 과거 육지에서 배를 타고, 걷기를 반복해야 들어갈 수 있었던 섬이지만, 이제 섬과 섬 사이에 대교가 건설돼 자동차로 편리하게 증도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33만명이 다녀가는 새로운 ‘보물섬’으로 떠오르고 있다.
 

순교신앙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 
증도를 찾는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기독교 ‘순교신앙’의 어머니인 문준경 전도사의 전도 중심지라는 점이다. 문 전도사는 신안군 섬 일대를 직접 발로 오가며 100여 개의 교회를 세웠다. 그 영향으로 이 곳에서 159명의 목회자와 81명의 장로가 배출됐다. CCC를 설립한 김준곤 목사, 성결교 이만신 원로목사 등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들이 그 열매들이다.
 
특히 문 전도사의 전도 거점이 됐던 증도는 중동리교회를 중심으로 11개 교회가 세워져 섬 전체가 복음을 받아들였다. 현재 1,700여 명의 증도 주민 중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다. 한 해에 고무신이 9켤레나 닳을 정도로 전도에 앞장서면서, 가난한 집엔 음식과 의복을 가져다 주고, 임산부에겐 산파 역할을 자처했으며, 염병이 퍼진 동네에 들어가 몸을 아끼지 않고 섬겼던 그녀의 희생과 헌신은 주민들에게 복음과 함께 큰 영향을 끼쳤다.
 
6.25전쟁 시 복음을 전하고 예배를 인도했다는 죄로 총탄세례를 받으며 죽음을 맞은 문 전도사를 따라 수십 명의 성도들이 함께 순교를 당했는데, 그가 끼친 ‘순교신앙’의 뿌리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순교신앙의 피가 서린 선교 현장을 만나다 문준경 전도사의 삶과 신앙을 수년 간 연구해 온 임병진 목사가 소개한 증도는 곳곳마다 문 전도사의 순교 영성을 되짚어볼 수 있는 순례의 길이었다. 먼저 방문한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은 성결교단이 모금운동을 벌여 건축한 기념물로, 한국교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그녀의 삶과 신앙을 정리해 두었고, 관련 자료와 영상으로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문 전도사가 전도를 위해 섬과 섬 사이를 걸어다녔던 ‘노두길’을 체험하는 순간도 감동적이다. 노두길은 갯벌 위에 징검다리 돌을 놓아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문 전도사가 노두길을 걷다가 바닷물이 들어와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여러 번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노두길은 현재 시멘트길로 재정비 돼 편하게 지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투어에 참여한 비전교회 성도들은 이 곳 순례길을 침묵 속에 걸으며 문 전도사의 삶과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이순남 집사(54)는 “순교길을 걸으며 나도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스스로 물었다. 가고 싶은데 두렵고 무서웠다. 매 순간 사는 동안 순종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하는 마음을 다시 가졌다”고 전했다. 최민지 전도사(29)는 “그 동안 겪었던 아픔과 어려움 등 인생을 되돌아 봤다. 패인 상처 안에 하나님의 은혜가 채워져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 전도사가 공산당에게 순교를 당한 곳도 방문했다.

순교 당시 문 전도사의 시신은 8일 후 교회 뒷산에 묻혔는데, 2005년 다시 이 곳 해변가의 순교 현장으로 유골을 이장하고 묘비를 세웠다.
순교 당시 긴박했던 상황 속에서도, 교회와 성도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그의 뜨거운 순교신앙의 현장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외 투어에서는 증도에 세워진 증동리교회, 대초리교회, 우전리교회 등 여러 교회들을 만날 수 있다. 증동리교회를 끼고 올라간 산 꼭대기에는 문 전도사가 매주 무릎으로 기도했던 기도바위가 있다.
 
그녀는 암울한 시대 상황 속 나라와 민족,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얼마나 애끓는 기도를 올렸을까. “순교자의 길, 나도 가겠습니다!” “나도 한 알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기도바위에서 눈물로 기도하는 성도들이 문 전도사의 순교신앙을 이어갈 그루터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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