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 현대중공업의 노조 파업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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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적자 현대중공업의 노조 파업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5.08.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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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공감할 수 없다"며 '노조 이기주의'를 비판.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노조 파업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가 "계속된 경영 위기로 회사가 존립의 기로에 있다"며 임금동결안을 제시하자 근로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파업으로 대응했다. 노사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에 동참을 해도 모자랄 시기에 노조가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데 대해 "공감할 수 없다"며 '노조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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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시대에 대기업 노사의 소모적 분쟁은 모두에게 손해"라며 "굳어버린 대립적 노사관계의 틀을 협력적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까지만 해도 19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 노사협력 모범 사업장으로 국내외 주요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그러나 강경 노선의 노조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4차례 파업을 했다.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는다는게 이유였다. 노조는 올해 또다시 파업의 깃발을 들었다.

회사는 "일감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와 해양플랜트 공사의 공정 지연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올 연말에도 실적이 호전될 기미가 없다"며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 파업만은 자제해주길 촉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2014년 3분기 사상 최대인 1조934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영업손실만 3조2495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도 3634억원의 적자를 냈다. 노조는 그러나 "경영 위기는 경영진 잘못"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광주 금호타이어는 회사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기간뿐만 아니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노조의 파업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5년만인 지난해 12월 졸업했다. 워크아웃 기간 임금 삭감과 정리해고 등으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고 노조는 이 기간 4차례 전면파업, 5차례 부분 파업을 했다.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1년에 2차례꼴로 파업을 한 셈이다.

파업은 워크아웃 졸업 직후 지난해 12월에도 부분파업, 올 임금협상에서도 임금 인상 방식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다시 2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이달 17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이제 막 워크아웃을 벗어난 시점에 회사 성장을 위해 노력할 때이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입장. 반면 노조는 "그동안 고생했고 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므로 그 열매를 충분히 나눠야 한다"고 맞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핵심사업장인 현대차 노조도 1987년 설립 이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거의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했다. 올해도 22차례 노사협상 끝에 회사 제시안이 나오지 않자 '결렬'을 선언하고 사실상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노조는 특히 올 임단협에서 '조합원 고용 확보'라는 명목으로 '국내공장 신설'과 '해외공장 생산량 합의' 안을 꺼냈지만 이는 회사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기득권 챙기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밖에 부산 한진중공업은 2010년 12월 15일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근로자 4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하자 노조는 즉각 총파업에 들어갔고, 금속노조 간부가 309일간 크레인 고공농성을 하는 등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2013년 우여곡절 끝에 노사 합의로 회사는 정상화됐지만 조선 경기 불황에 수주 물량이 없어 직원들의 장기휴업이 불가피했고 노사 모두 힘겨운 시기를 보내다 올 6월에야 갈등이 봉합됐다.

대기업 노조 파업에 협력업체들은 심한 몸살을 앓고 지역경제는 휘청거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차례 노조 파업으로 158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공시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6차례 파업에 차량 1만65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3300억원의 매출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하면 협력업체들은 모기업보다 더 많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사내 협력업체가 300여곳, 사외 협력업체는 2000여곳에 이른다. 현대차의 1·2차 협력업체도 5500여 곳이다.

조선 협력업체의 한 대표는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경영이 어려운데, 대기업 노조가 파업하면 각종 경비는 그대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작업 물량이 줄어들어 어려움이 말도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대기업과 협력 업체의 피해 여파는 곧바로 인근 식당 등 지역경제로 이어진다. 울산시 동구의 한 식당 주인은 "요즘처럼 가게 운영이 어렵긴 처음"이라며 "가뜩이나 얼어붙은 지역 경기에 파업은 찬물을 붓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기업이 파업하면 지역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노사는 대화와 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사 분규는 회사의 신인도와 더불어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준석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장은 "수출이 감소하는 등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선과 자동차업계의 파업이 겹치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더불어 기업의 대내외 신뢰도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신뢰와 이미지 추락은 금액을 산정할 수 없는 간접 손실"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대기업 노조가) 영세사업장 근로자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근로조건을 내세우고 파업 등 노사분쟁에 나서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상생 협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위기일 때는 이같은 상생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김기봉 초대 한국석유공사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회사가 망하든 말든 식의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며 "어려울 때는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상생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 노총 전국노동조합총연맹 출범을 준비 중인 김병식 전국건설기능인노조위원장은 "현 노동계는 대기업과 정규직을 위한 기득권 세력이 중심"이라며 "이제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를 위한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진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협의회 부회장도 "회사 생존을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과 과보호를 완화하기 위해 능력과 성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규직 과보호 완화를 위해서는 노사 모두 공평하게 참여해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임금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청년이 여는 미래'의 신보라 대표는 "능력 및 성과와 관계없이 임금이 오르는 것은 문제"라며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등 노동시장이 새로 바뀌어야 하고, 특히 대기업 노조는 고용절벽에 선 청년들을 위해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못지않게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대기업 노사관계의 변화는 곧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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