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뭐해서 먹고 사나”…목회자 ‘이중직’의 뼈아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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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뭐해서 먹고 사나”…목회자 ‘이중직’의 뼈아픈 고민
  • 윤화미기자
  • 승인 2015.09.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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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사 월급이야 알바 수준이고, 부목사여도 마흔이 넘으면 눈치 보이니 교회 나와야 하고, 개척하면 임대료 내기도 힘드니… 요즘 신학생들은 ‘뭐해서 먹고 사나’를 고민해요.” 생계를 위해서든, 소명에 따라서든 목사가 ‘목사’ 아닌 ‘다른 직업’을 갖는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목회자 이중직’ 문제를 두고, 현장에 있는 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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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목회자 이중직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22일 저녁 서대문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린 가운데, 목회자, 선교사, 신학생 등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뉴스미션

“개척교회?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려 있다”  
목회연구공동체 아레오파고스 주최로 22일 서대문 감신대에서 열린 ‘투잡 목사의 시대-목회자 이중직 어떻게 볼 것인가?’ 세미나에는 개척교회 목회자, 선교사, 신학생들이 함께 모였다. 6개 조로 나뉘어 벌인 토론에서 이들은 이중직에 대한 단순 찬반 논쟁이 아닌, 실제적인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먼저 이중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개척교회 하면서 교회 임대료는 가장 실제적인 문제다. 개척교회는 목회자가 얼마나 버티는가에 달려 있다. 때문에 투잡은 필수다. 단순히 생계를 ‘믿음’의 차원으로만 여기는 것은 더 이상 힘들다.” “선교사들의 경우, 해외사역을 오래하다 보면 후원이 끊어지는 순간들이 온다. 그땐 선교를 포기하거나 이중직으로 선교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목회 자체는 종합노동의 현장이 아닌가. 그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더 큰 문제 같다. 교단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아 더 어렵다.”
 
“자립형 목회 가능…교인 눈치 보이기도” 
참여자들은 목회자 이중직이 필요하고 유익한 점이 있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실제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장점은 분명히 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되니 자립형 목회가 가능하다. 또 이중직을 통해 성도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선교적 교회의 특징을 유동적으로 살릴 수 있다. 소외된 지역이나 남들이 찾지 않는 지방에서도 선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중직을 꺼리는 이유도 분명 있다. 양심상 거리낌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인들 눈치가 보여서다. 보수적 시각, 체면 문화 때문이다. 목사가 우유 배달했을 때와 변호사나 의사, 판사 직업을 갖고 강단에 섰을 때 성도가 목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겠나. 받아들여지는 위치가 다르다.”
 
“다른 일을 하면 아무래도 목회에 전념하기 힘들다.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면서, 기존의 목회자의 권위와 리더십, 책임감까지 강요하면 이뤄지기 힘들다.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실제로 목회를 하면서 다른 사업도 해봤다는 한 목회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 때도 있었다. 그런데 처음 목적했던 것에서 흔들리기가 쉽더라. 돈을 많이 벌었지만 사업을 포기했던 건 돈에 대한 유혹 때문이었다. 교인들을 위해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교단, 현실적인 지원 해줬으면” 
목회자 이중직의 문제는 개인만 아닌 교회와 교단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생계형’ 이중직이 많은 만큼, 교단과 교회의 인식 변화는 물론 직업에 대한 전문적인 대비도 필요하다. “현재 목회자들은 질 낮은 수준의 노동을 하고 있다.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력서에 ‘신학’만 써서 얼마나 효력이 있겠나. 그래서 또 다른 전문성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를 한다고 해도 전문적이지 않아서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러면 ‘목사도 똑같다’란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나도 개척교회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정말 고민이 된다.” “자격증, 직업교육, 기술자격 등 교단에서 구체적인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이중직을 해야만 하는 목회자의 현실적 지원과 경제적 관념, 생활 향상을 위한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또 기관 목회가 가능하도록 기관 연계와 교류가 많아지면 좋겠다.”
 
“사실상 신학생들은 방치되고 있다고 본다. 풀뿌리에서만 논의가 나올 게 아니라, 신학교 안에서 의식 있는 교수님들이 건강한 신학적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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