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만난 후로는 평생 하루도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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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만난 후로는 평생 하루도 떠날 수 없었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5.10.01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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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에는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 김형석 교수(96)의 <예수>가 최근 재출간됐다. 4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를 깊이 있게 탐구한 이 책은 예수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하나에 스며든 뜻을 세밀하게 건져내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신앙인으로 그가 소개하는 ‘예수’가 사뭇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형석 교수의 <예수>는 4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를 기록된 내용대로 살펴본 책이다.

 ▲ 사진: 최근에 재출간된 김형석 교수의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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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일 나와 내 친구들이 젊었다면 직접 성경을 읽지 않아도 기독교 경전을 가장 정확하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어떤 책이 있을까 자문해 봤다”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성경 4복음서를 다 읽는 것도 부담되거니와 4복음서 안에는 상치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고전 및 역사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도 없지 않다”며 “예수는 어떤 사람이며 왜 예수에게는 그의 인간다움을 넘어 종교와 신앙적 질의에 해답을 주는 뜻이 잠재해 있는가, 예수에게서 그가 우리에게도 그리스도, 즉 신앙적 구원과 관련되는 가능성이 있는가를 찾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영원한 것에 대한 그리움’을 늘 품고 있었다는 그는 14세 때 예수를 만났다.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예수를 떠날 수 없었다는 그의 고백은, 100세를 목전에 둔 노(老)철학자의 그것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14살 중학교 1학년 겨울, 나에게 나타났고 내가 찾은 것이 아버지로서의 하나님이었고 영혼의 친구로서의 예수였다. 그 뒤로부터 오늘날까지 70년이 넘는 동안 나는 내 생활에서 하루도 하나님과 예수를 떠날 수가 없었다.”
자기 보존과 자기희생,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예수가 세례요한을 만나러 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에서 김 교수는 40일을 금식한 예수가 사탄에게 받은 시험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에 주목한다. 돌로 떡이 되게 하라는 첫 번째 시험에서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예수의 정신은 무엇인가. 떡과 경제의 문제가 아무리 시급하고 소중하더라도 그것은 인생의 수단일 뿐 목적은 될 수 없다는 대전제다.

그는 “앞으로 예수가 취급해야 할 역사적 과제는 삶의 수단인 경제가 아니라 삶 자체를 해결지음으로써 모든 경제 문제도 풀어줄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라며 “예수의 목적은 인류를 구원하는 복음에 있지, 경제 문제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세상의 모든 권세를 주겠다’는 사탄의 마지막 시험은 권력과 지위, 명예가 인간에게 얼마나 강력한 유혹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 교수는 “악의로 해석하지 않더라도 그런 유혹은 누구나 받는다”며 “큰 교회나 교단의 책임자가 된다면 하나님의 교회에 더 크게 봉사하며, 주교가 되면 평신도로 있을 때보다도 더 많은 전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목사나 신부들도 가지는 통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악마의 유혹은 언제나 어리석지 않다. 상대방의 생각이 높을수록 그 위치에 맞는 문제를 꺼내는 법”이라며 “아홉을 거부하다가도 하나를 긍정하면 그 시험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예수를 통한 기독교의 정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자기 보존과 자기희생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자신의 욕망과 소유를 위해 스스로를 보존하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잃게 되나, 영원한 것과 하늘나라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사람은 영원한 삶을 얻는다는 교훈임을 노(老)철학자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96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집필과 강연, 방송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형석 교수. 최근에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앙을 갖는다는 건 예수님의 말씀을 인생관과 가치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 정신은 오직 자유ㆍ평등ㆍ박애다. 교회가 이 정신을 잃으니 사람들이 무신론, 휴머니즘, 인문학에 매달리게 되고 교회는 버림 받는다”고 일갈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신앙인으로 그가 우리에게 소개하는 ‘예수’를 만나보는 건, 올 가을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깨우침을 줄 것이다.

*김형석 교수는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조치(上地)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시카고·하버드 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 철학 연구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끊임없는 학문 연구와 집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60~70년대에는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하기도 했다. 당시 피천득의 수필집 다음으로 잘 팔렸다는 한 해 60만 부 판매 기록은 지금까지도 출판계 판매 기록으로 회자되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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