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별미를 찾아서-옥류관에서 다섯 가지 맛을 보다. 최재영목사(미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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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별미를 찾아서-옥류관에서 다섯 가지 맛을 보다. 최재영목사(미국적자)
  • NK투데이/ 박동현기자
  • 승인 2015.10.0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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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육류소비량 2톤, 냉면 판매량 12,000

한의 민간 요리를 다룬 '북한의 별미를 찾아서'에서는 필자가 방북중에 맛 본 각종 진기한 민간 요리와 특별식 등을 널리 소개하여 음식문화를 통해 남과 북이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적인 가치로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평양시 중구역 창전동 대동강 서쪽 강변에 자리잡은 옥류관을 찾아 냉면과 간단한 요리들을 먹어보기로 했다. 옥류관이라는 간판은 대동강이 옥구슬처럼 흐르는 옥류교 옆에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워낙 건물이 웅장해서 그 위용에 저절로 압도 되었다. 또한 줄을 서서 자유분방하게 기다리는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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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평소 냉면 마니아인 필자는 몇 차례 방북했을 때마다 이곳을 반드시 방문했으나 오늘따라 평양냉면 맛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들떠 있었다. 옥류관의 브랜드 음식은 아무래도 냉면이다. 냉면중에도 '평양랭면'과 '평양온반'이 가장 유명하고 그 외에 다른 요리 메뉴들도 매우 다양했다. 옥류관은 이제 명실공히 '냉면'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과 '일반요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 이 두 가지 콘셉트로 통 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도 평양시민들이나 일반주민들은 예외 없이 본관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장사진을 이루었으며 손님 가운데는 단체손님들도 꽤 있어보였다. 그러나 나 같은 해외동포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도록 별도의 출입문으로 입장하도록 배려하고 있었으며 안내원을 따라 쉽게 입장하려 하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마치 새치기라도 한 것처럼 송구하고 민망한 생각마저 들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고려호텔 식당 TV에서도(아마 비디오 테이프를 반복해서 틀어주는 듯) 자주 보던 '평양 랭면 제일이야'라는 노래가 이곳 옥류관 복도의 TV에서도 계속 흘러나왔다.

안내에 따라 식당 안에 들어서니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샹들리에 불빛아래 천연보석과도 같은 바닥장식에 눈길이 갔으며 무대와 사방 벽면에는 대형 풍경화가 그려져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 할 정도이다. 건물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도 민족적 정취가 흠뻑 풍기는 조선의 건축미학을 적용한 듯했다.

식당 내부 홀 한편에는 옥류관의 역사와 유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병풍식 홍보물을 만들어놓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옥류관은 어버이수령 김일성동지의 이민위천의 리념이 구현되여 있는 위대한 사랑의 결정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고 옥류관과 관련된 두 지도자의 어록들과 업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옥류관을 지칭하며 '우리 민족요리의 원종장(原種場)'이라고 언급하였으며 옥류관에서 필요한 식자재 수급을 원활하게 지원해주기 위해 일꾼을 세우고 대책을 마련하여, 평양시 상원군을 '대외봉사 원자재 공급기지'로 지정했다는 내용들이 게시되어 있었다.

연회장에 이르는 복도를 지나 창가 쪽에는 작은 규모의 방들이 여러 개 연결돼 있었는데 점심시간대라서 그런지 방마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우리 일행이 안내된 곳은 계단을 통해 올라간 2층의 작은 방이었다. 주로 해외동포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옥류관에서 만드는 음식 메뉴는 그야말로 다양했으며 냉면과 온면 외에도 요리전문 메뉴판에는 코스요리도 있었다. 코스요리는 보통 9가지가 나오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8-10가지의 요리 메뉴도 있었으며 주로 차가운 음식부터 더운 음식 순서로 나왔다.

또한 단일 요리 메뉴로는 대동강 숭어국, 송어회를 비롯해 철갑상어와 자라요리, 연어, 메추리, 왕개구리 요리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한 음식재료를 요리로 승화시켰으며, 일반 메뉴항목에는 피자와 스파게티까지 주문할 수 있다. 매니저 역할을 하는 여성을 붙들고 물어보니 최근 이 곳 주방에서 소요되는 육류 소비가 "하루에만 2톤가량이며 하루에 내는 국수그릇(하루 냉면 판매량)이 12,000그릇 정도"라고 알려주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참으로 엄청난 소비량이었다.

주로 여성은 100그램, 남성은 200그램 주문.역설적인 이야기지만 북한 음식문화에 있어서의 냉면의 정체성은 겨울철 음식이라고 한다. 워낙 역설의 역사를 강인하게 살아온 우리 조상들이다보니 뜨거운 삼복더위엔 온돌에 불을 지펴 땀을 흘리며 개고기(단고기) 보신탕을 먹었듯, 냉면도 마찬가지였다. 동지섣달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뜨거운 온돌에서 뼛속까지 시원한 냉면을 즐겨 먹었으며 이런 전통은 주로 평안도 지방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뉴판에 적힌 냉면 값을 보니 200그램 '쟁반국수'와 '평양랭면'의 가격은 북한 돈으로 공히 560원이며 미화로는 4유로였다. 100그램 '쟁반국수'와 '평양랭면'의 가격은 모두 200그램의 절반액수(280원, 2유로)였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환율적용과 화폐가치 체계를 정산하는 방식이 미국이나 한국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음식가격의 고저에 대해 논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옥류관에는 같은 냉면 메뉴인데도 분량에 따라 주문을 달리해야 한다. 음식이 먹다 남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남성들이나 대식가들은 200그램짜리가 적당하며 여성들이나 소식가들은 100그램짜리가 적당했다. 그러나 나처럼 냉면 마니아는 300그램을 먹어야 성이 찬다.

가장 먼저 나온 식탁 차림은 녹두지지미 빈대떡과 평양 물김치가 먼저 나와 있었고, 이어서 꿩고기를 비롯한 닭고기 국물 등으로 육수로 쓴 메밀 냉면을 놋그릇에 담은 쟁반국수를 내왔으며 일행중에 한분은 쟁반온반도 따로 주문했다. 나는 미국에서 옥류관 냉면을 쉽게 먹어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식탐이 발동하다 보니 나오는 대로 먹다보니 배가 불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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