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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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의 역습
  • 웹서핑(web surfing) 박동현기자
  • 승인 2015.10.13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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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내부적 사건이 단통법이었다면, 세계발 충격으로는 ‘중국’을 들 수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이야기를 할 때는 대체로 ‘짝퉁폰’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올해는 짝퉁보다도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들이 더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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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무시할 게 아니라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웃는 얼굴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올해 중국 IT시장의 성장은 3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스마트폰, 게임 그리고 해외 진출이다.

오미 충격

최근 샤오미는 판매량 기준으로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4위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5위권에서 밀려났다. 여전히 1, 2위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차지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스마트폰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 회사도 이 둘뿐이지만 나머지 신흥 강자들의 자리바꿈은 꽤나 위협적이다. 3~5위가 바로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순이기 때문이다.

시계를 딱 1년 전으로 돌려도 지금 결과와는 판이하게 다른 그림이다. 화웨이나 ZTE는 나름 공격적이긴 했지만 어쨌든 시장에는 LG전자와 소니가 빠지지 않았다. 특히 샤오미는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지난해 3분기 360만대를 팔았던 것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난 1500만대로 껑충 뛰었다. 점유율도 1.5%에서 5.2%다.

더 무서운 것은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사이의 차이는 오차범위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중국 시장의 1~5위 순위 역시 거의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 분기에 중국 내에서 2위를 차지했고, 5위 안에 들어간 유일한 중국 외 기업이지만 언제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공들였던 중국 시장이 결국 내수로 채워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표적인 중국 스마트폰의 신흥 강자로 샤오미가 언급되고 있지만 샤오미 외에도 중국에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많다. 화웨이는 이미 글로벌 브랜드가 됐고, 레노버는 모토로라를 흡수하면서 중국과 미국의 대표 브랜드를 모두 쓸 수 있게 됐다. 오포나 원플러스 같은 기업들 역시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을 척척 찍어내고 있다.

하드웨어로서의 스마트폰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삼성전자로서는 중국 기업들의 성장은 애플과 경쟁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특히 하드웨어간 차이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안정을 이루면서 제조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제조와 하드웨어 그 자체 의미의 스마트폰은 이제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그게 샤오미처럼 불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 1년만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2015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존 기업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게임 시장의 영향력

3월26일, CJ게임즈의 넷마블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기자들은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른 채 간담회장을 찾았는데 깜짝 발표의 내용은 텐센트가 넷마블에 530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이었다. 넷마블은 이 자금으로 CJ게임즈에서 독립했고, 개발하는 게임들은 텐센트를 통해 중국 시장에 유통할 수 있게 됐다. 텐센트 역시 플랫폼에서 넷마블의 게임을 유통하는 것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돈을 벌 수 있었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텐센트의 게임 시장 장악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텐센트는 네시삼십삼분에도 1천억원대 자금을 투자했다. 텐센트는 세계 여러 게임들을 라이선스해 중국으로 유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내 게임들을 해외로 유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중심에 두었을 뿐인데 텐센트는 세계 최고의 게임 유통 플랫폼이 됐다.

[tencent_netmarble]

텐센트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QQ메신저’를 갖고 있었지만 카카오톡의 게임 플랫폼에 관심이 있었고, 아예 초기에 카카오톡에도 적잖이 투자했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일찌감치 투자했다. 스마트폰과 온라인을 통합한 텐센트는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게임 업계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정작 한국은 게임 시장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국내 게임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는 동안 우리는 게임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만 키웠다. 국내 게임 개발사들도 차라리 대접받고 중국 혹은 다른 나라에서 사업하는 것이 더 낫다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어서 내년에는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게임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 그리고 세계화

알리바바가 지난 9월 드디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부터 알리바바의 주가는 거침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알리바바의 회사 가치는 2600억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우리돈으로 280조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이 357조원 수준이다. 창업주인 마윈 회장은 개인 재산만 32조원에 이른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중심에 둔 타오바오로 2003년 사업을 시작해 그 세를 키워 왔다. 택배와 전자결제, 그리고 유통이 어려웠던 중국 시장에서 이베이도 두 손을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키웠다.

[잭마 알리바바그룹 회장ㅇ]

특히 전자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는 마치 페이팔처럼 중국 상거래의 표준 환경이 됐다. 알리페이 이용자만 8억명에 달한다. 그야말로 중국 국내 시장만 잡으니 세계 시장의 1위가 된 격이다. 전자결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신용카드 보급이 약한 중국 시장을 위해 은행 계좌를 연결하고, 잔고를 충전하는 식의 결제 환경은 알리페이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 알리페이는 최근 하나은행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하기도 했다. 엄청난 현금을 쓰는 중국 큰손들을 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결제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우려도 있다.

알리페이 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텐센트의 게임 플랫폼, 샤오미의 스마트폰 모두 우리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통제가 가능하면서도 구매력이 막강한 내수 시장을 쥐고 있는 동시에 세계 시장이 원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있다. 돈이 되는 일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규제도 잘 정리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플랫폼, 하드웨어까지 IT의 모든 것을 쭉쭉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IT의 성장은 각 기업과 산업 분야의 성장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짜 두려운 것은 세계화다. 새 기술을 빠르게 배우고, 제조력과 소비력이 있다. 중국에서 통하는 것은 세계에서 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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