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빈소만 2700곳.. 赤字에 장례식장들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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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빈소만 2700곳.. 赤字에 장례식장들 곡소리
  • 김정환 기자
  • 승인 2015.10.28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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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늘면서 2일葬 증가.. 갈수록 빈 곳 많아질 듯 영세업자 난립.. 수익 악화 3일葬 기준 2200곳이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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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빈소는 4900곳 달해 대형 장례식장 쏠림에 적자 메우려고 폭리까지 정부, 뒤늦게 관련법 개정,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장례식장은 빈소 6곳 중 3곳이 텅 비어 있었다. 원래 건물 지하 1층에 빈소 3곳이 들어서 있던 이 장례식장은 4년 전 김모(59)씨가 동업자 1명과 함께 인수했다. 김씨는 20억원을 투자해 건물 2~5층에 빈소 6곳(45평~100평형)을 새로 마련하고, 지하 1층은 빈소 대신 시신 안치실, 사무실 등으로 꾸몄다.

김씨는 장례지도사 7명과 보조 직원 9명도 채용했다. 그러나 김씨는 인수 이후 내내 적자를 보고 있다. 그 사이 빚도 3억원이나 졌다. 김씨는 "한 달에 장례를 35건 이상 치러야 수지가 맞는데 20건도 채우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김씨 장례식장이 적자에 허덕이는 건 손님이 적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변에 장례식장이 너무 많아서 손님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등포구에만 장례식장이 10곳이나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장례식장은 1073곳(빈소 4900곳)에 달한다. 1998년 400여곳에 불과하던 장례식장이 16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하루 평균 사망자가 733명(2014년 기준)이고 통상 3일장(葬)을 치르는 걸 감안하면 적정 빈소 수(2200곳)의 두 배가 넘는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고독사(孤獨死)가 늘면서, 2일장을 하는 유족도 늘고 있어 앞으로 장례식장은 더 남아돌 공산이 크다.

장례식장이 우후죽순 들어선 건 장례업이 돈이 된다고 알려지면서다. 20억원을 투자해 장례식장을 인수한 김씨는 "죽는 사람은 항상 있고 빈소 임대료, 조문객 식사, 수의(壽衣)·관(棺) 판매비 등을 감안할 때 장례 1건당 50만~100만원 정도 남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한 달에 장례를 40건 안팎 유치하면 투자 수익을 뽑을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장례식장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빈소를 놀리는 날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1998년 장례식장 영업이 빈소 1곳만 차려놓고 사업자등록만 하면 가능한 '자유업'으로 바뀐 것도 난립을 부추겼다.

장례식장이 남아돌면서 장례식장 업계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0억원가량 흑자를 낸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200억원을 들여 9960㎡(빈소 12곳) 규모 제2장례식장을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도봉구에 있는 빈소 2곳 규모의 한 장례식장은 6년째 만성 적자에 시달리다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 장례식장은 한 달에 2~3건 정도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이 장례식장 사무장(41)은 "주변에 한 달에 80건 정도 장례를 치르는 대형병원이 있다 보니 매달 1500만원 정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일부 소형 장례식장은 식사와 장례용품을 원가보다 과도하게 비싸게 팔아 적자를 메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례지도사는 "중국산(産) 수의는 원가가 보통 3만원도 안 되는데, 장례식장에선 유족들에게 20만~60만원 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폭리(暴利)와 불법행위를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찰청은 지난해 장례업체 특별단속에 나서 유족 유치 대가로 상조회사에 1건당 수익의 20~50%를 리베이트로 주거나 값싼 중국산 수의를 국내산으로 속여 비싸게 팔고 조화(弔花)를 재활용한 장례업자 1114명을 입건했다. 장례식장의 적자를 유족들에게 떠넘겨온 셈이다.

장례식장 과잉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회는 현재 자유업인 장례식장 영업을 신고제로 전환해 일정 시설·설비를 갖춰 관할 지자체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장사법(葬事法)을 개정했다. 이 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의 장례식장 업계는 과당경쟁과 폭리 행위로 이어져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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