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짝퉁의 나라로 얕본 代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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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짝퉁의 나라로 얕본 代價
  •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 승인 2015.11.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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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국내 한 로펌의 A 변호사는 중국 대기업의 한국 투자 자문을 맡고 있다. 양국 기업 사정을 잘 아는 그는 "요즘 나라 걱정에 잠이 잘 안 온다"고 했다. "7~8년 전 중국 바이두와 텐센트가 한국에 와서 배우려고 할 때 한국 기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다. 네이버와 다음이 중국에서 큰돈을 쓰고도 현지 기업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그들을 얕본 탓이 크다. 그때 한국 게임을 사 가던 텐센트는 지금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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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의 '중국 오판'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몇 년 전 중국 샤오미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아 삼성 간부에게 주의를 당부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간부는 '샤오미 같은 기술력 없는 기업은 신경도 안 쓴다'며 무시했다. 지금 중국에서 삼성폰은 1위에서 5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중국 기업의 움직임을 놓친 대가다." "중국 기업 간부들은 30대에 영어가 유창하고 지위에 관계없이 치열하게 토론한다. 한국 대기업은 관료주의가 팽배해 회의는 하나 마나이고 중국에 대한 정보도 없으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필자도 최근 톈진 징하이(靜海)를 취재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서기와 현장(縣長) 입에서 그 지역 역사부터 경제 현황, 산업 전략까지 막힘없이 술술 흘러나왔다. 부현장은 우리와 동행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며 투자 유치에 힘썼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중국보다 앞선다. 한국을 배워야 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취재에 동행한 톈진의 한국 기업인은 "중국 공무원들의 열정은 한국 공무원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했다.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뭉친 공무원들 덕분에 톈진 빈하이(濱海) 신구는 인천 송도보다 늦게 출범하고도 기업 7만 곳을 유치해 세계적 첨단 산업 기지로 우뚝 섰다.

돌이켜보면 한·중 수교 이래 지금까지 한국인의 중국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더럽고 시끄럽고 짝퉁 천지인 나라'란 옛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다. 이런 편견과 오판 때문에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정확히 읽지 못했고 국가와 기업의 대응도 늦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중국은 이제 '일류 상품'을 목표로 독일 배우기에 나섰다. 올해 초 세계 수출 시장 1위 품목에서 중국은 1538개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65개로 12위에 그쳤다. 시진핑 정부의 '중국 제조 2025' 계획이 끝나면 이 12등 자리마저 위태로워질지 모른다.

20세기 중·후반 중국이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으로 내부에서 힘을 소진하는 동안 한국은 수출 주도형 경제로 5000년 한·중 경제 관계를 뒤집었다. 지난 30~40년은 양국 역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이 중국보다 잘살던 시기다. 이제 이 '잔치'는 끝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위기의식 없이 당리당략, 무사안일, 밥그릇 싸움에 빠져 있다. 자녀 세대가 큰 걱정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는 중국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중국은 더는 짝퉁의 나라가 아니다. 강력한 리더십과 열정 넘치는 공무원, 깨어 있는 기업인들 덕분에 일류 제품을 가장 값싸게 생산하는 경제 강국이 되었다. 우리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는 중국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중국'과 대등하게 '윈윈 게임'을 펼쳐나갈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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