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동양적 관점에서 기록, 헬라-로마인의 색안경을 끼고 해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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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동양적 관점에서 기록, 헬라-로마인의 색안경을 끼고 해석해 왔다.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5.06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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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지극히 동양적 관점에서 기록된 책임에도 그동안 서구 교회가 헬라-로마인의 색안경을 끼고 그것을 해석해 왔다.
그간 고대 중동 문화권에서 나온 성경을 히브리적 관점으로가 아니라 헬라적 관점으로 이해해왔다는 것이다. 거기에 영향을 받은 한국 교회도 동일한 눈으로 성경을 해석해 왔기 때문에 ‘성경 이해’(Understanding the Bible)가 아닌 ‘성경 오해’(Misunderstanding the Bible)가 많이 일어났다.
다윗과 아비가일 | Antonio Molinari 작
다윗과 아비가일 | Antonio Molinari 작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누구나가 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 것은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이 성경을 기초로 수많은 이단들이 출현했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그것은 성경 자체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해석상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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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 교회를 비롯한 개신교는 성경 해석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성경은 지극히 동양적 관점에서 기록된 책임에도 그동안 서구 교회가 헬라-로마인의 색안경을 끼고 그것을 해석해 왔다.

그간 고대 중동 문화권에서 나온 성경을 히브리적 관점으로가 아니라 헬라적 관점으로 이해해왔다는 것이다. 거기에 영향을 받은

한국 교회도 동일한 눈으로 성경을 해석해왔기 때문에 ‘성경 이해’(Understanding the Bible)가 아닌 ‘성경 오해’(Misunderstanding the Bible)가 많이 일어났다.

따라서 먼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본다. 저명한 신약학자 케네스 베일리(Kenneth Bailey)는 『The Cross and the Prodigal』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경은 동양 서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서구 문화의 색안경을 끼고 성경을 본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이 유실된다. 우리는 미묘한 유머와 저변에 깔린 전제들을 놓친다. 어떤 스토리나 예화를 조명하는 몸에 밴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행간에 있는 것, 말하지 않으나 느껴지는 것, 이런 것들이 실은 가장 의미심장하다.

성경은 1차적으로 고대 유대 땅 청중들에게 주신 말씀이다. 때문에 우리는 원래의 청중의 관점에서 성경을 새롭게 보고 오늘 우리 삶을 위한 적용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고대인의 사고방식과 관습 및 문화를 공부하고 이해해야 한다.

슈퍼맨 만화 시리즈에 보면 슈퍼맨이 자주 방문하는 행성 중에 ‘거꾸로 나라’가 있다. 그곳 주민들은 일부러 모든 일을 지구와 정반대로 했다. 누군가를 만나면 ‘굿바이’라고 했고, 누군가가 떠나면 ‘헬로우’라고 했다. 아침에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에 아침 식사를 했다. 모든 것이 거꾸로 였다.

그런데 성경의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면 볼수록 오늘 우리 문화와는 전혀 다른 거꾸로 나라인 경우가 많음을 본다.

우리 시대에는 마르고 날씬한 것이 아름다운 것인 반면, 성경 시대에는 뚱뚱한 것이 축복과 부귀의 상징이었다. 우리 시대에는 젊음이 매력적인 반면, 성경 시대에는 나이 든 것이 지혜였다. 우리 시대에는 나 개인적 목표가 중요하다면, 성경 시대에는 우리 가족 유산이 중요했다.

완전히 뒤집어진 가치관 아닌가. 달라도 어쩜 이리 다를 수 있을까?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잠언 16장 31절은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고 했다.

중동에서는 지금도 누군가를 나이보다 어리게 보는 것을 큰 결례로 여긴다고 한다. 성경 사회에서 젊음은 불리한 것이었다. 예레미야는 처음 선지자로 부르심 받았을 때 자신이 너무 어려 아무도 자기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며 거절했다(렘 1:6)

마찬가지로 바울은 제자 디모데를 격려하며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라”(딤전 4:12)고 했다. 반면 우리 사회는 마크 주커버그나 저스틴 비버나 BTS와 소녀시대와 같은 젊은이들을 우상시한다. 우리는 지금 늙음을 영화로운 것으로 여기는 사회를 감히 상상도 못한다.

하나만 더 살펴보자. 우간다 무코노에 있는 한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주일 저녁 여신도들이 친교를 위해 모인 자리였는데, 간증과 기적적인 기도 응답에 관해서 나누고 있던 중 한 여인이 일어나 과거의 온갖 시련을 고백한 뒤에 주님의 강력하신 간섭하심으로 모든 기도가 응답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기세등등한 결론에 가까워지자 다음과 같이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저를 뚱뚱하게 해주셨어요!” 기도 응답의 증거인 양 그녀는 거창한 몸짓으로 자신의 불룩한 배를 두드렸다.

그 자리에 있던 미국인 신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런데 우간다에서는 친구에게 “너 살찐 거 같아!”라고 하면 칭찬이라 한다. 기아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체중 증가는 부귀의 상징일 수밖에 없다. 

고대 미인의 표준
고대 미인의 표준

믿기 힘들겠지만, 성경 역시 체중 증가에 대해서는 우간다와 같은 입장임을 아는가? 아가서 저자는 연인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며 울퉁불퉁하게 흘러넘치는 뱃살을 강조했다. “배꼽은 섞은 포도주를 가득히 부은 둥근 잔 같고 허리는 백합화로 두른 밀단 같구나”(아 7:2)

성경 사회 역시 역사상 대부분의 사회처럼 군살이 아닌 기아와 싸웠음을 놓치지 말라. 그런데 많은 이들이 체중감량의 비밀을 찾기 위해 성경을 뒤진다. 다니엘서 1장은 ‘다이어트 비법’에 관한 가장 인기 있는 본문이다.

다른 포로 청년들은 모두 왕의 만찬을 즐길 때 다니엘과 세 친구는 열흘간 오직 야채와 물만 섭취하기를 고집했다. 우리는 이 통쾌한 ‘다이어트 성공담’에 큰 감동을 받아왔다.

여기서 상상할 수 없는 깜짝 비밀을 하나 털어놓아도 될까?

다니엘은 그 다이어트 식단으로 오히려 살이 쪘다는 사실이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왕의 음식을 먹은 다른 소년들보다 다니엘 일행이 “더 영양상태가 좋았다”(better nourished)(단 1:15)라고 한 NIV 역을 읽으면 이 사실을 놓치기 쉽다.

사자굴 속의 다니엘 이미지
사자굴 속의 다니엘 이미지

여기 사용된 히브리어는 사실 ‘뚱뚱하다’를 뜻하는 ‘bari’이다. 원문에 가까운 ESV는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이 “왕의 음식을 먹은 다른 모든 소년들보다 ‘더 살이 쪘다’(fatter in flesh)”고 정확하게 번역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다니엘의 다이어트 식단으로 몸무게가 준 게 아니라 오히려 늘었던 것이다.

야채만 먹는 식단으로 마르고 허약해지리라 예상했지만, 하나님은 우상에게 바친 제사 고기와 포도주를 삼가려는 그들의 신앙심을 높이 사 오히려 체중이 늘게 하셨던 것이다. 그만큼 성경 시대에는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좋은 일이었다는 말이다.

늘어나는 뱃살 때문에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지 못한 채 아내에게 늘 잔소리 듣고 사는 오늘 나와는 너무도 다른 시대의 문화이다. 내가 성경 시대에 태어났으면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살 텐데 하는 아쉬움이 물밀 듯 밀려온다.

물론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음식이 풍성하지 못한 시대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만일 그 당시에도 ‘미스 이스라엘’ 같은 대회가 있었다면 아마도 체격이 좋고 몸집이 우람한 처녀들이 진 선 미로 당선됐을 것이다. 왕비로 간택된 에스더 역시 지금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풍부한 몸매의 소유자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보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웃음보가 터질 만하다.

이제 모든 걸 매듭지어본다. 성경을 해석하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우선적으로 성경 본문의 내용을 저자의 의도대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시대의 문화와는 ‘거꾸로’가 많은 성경 시대의 본문을 잘 깨달은 후 오늘 나와 청중들에게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다음 과제로 남겨둔다.

글을 주신 신성욱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공부했음, University of Pretoria에서 공부했음,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했음,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언어학 전공,계명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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