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한파 의원 "'북한 붕괴론' 옳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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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한파 의원 "'북한 붕괴론' 옳지 않아"
  • 신유리 기자
  • 승인 2016.01.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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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크 하원의원, 제5회 한국국제교류재단상 "상금 1만달러 '통일한국재단' 설립에"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도 언젠가는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그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북한이 붕괴하기를 기다리며 시간만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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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인 하르트무트 코시크(56) 연방 하원의원은 22일 국제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 붕괴론'에 대해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기보다 6자 회담 등의 대화 창구를 열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코시크 의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남북한을 수시로 방문하며 한반도 문제를 깊이 챙겨온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는 한국과 독일의 우호 증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이날 한국국제교류재단(KF)으로부터 제5회 한국국제교류재단상을 받았다. 코시크 의원은 시상식에 앞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한독 교류 확대,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 등을 진단했다. 독일 통일의 한복판에 서있던 중견 정치인이 보기에 현재 한반도 상황은 어떨까.

"동서독 분단과 현재 한반도 상황에는 큰 차이가 있겠죠. 동서독은 1970년대부터 인적 교류를 통해 서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동독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었죠. 유럽, 미국, 옛 소련도 독일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금의 북한처럼 고립돼있지 않았죠. 따라서 한반도의 긴장과 대립을 풀려면 남한의 목표는 국제 사회, 특히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상황에 더욱 관심을 갖고 함께 하는 게 돼야 합니다."

코시크 의원은 특히 미국 등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북한 붕괴론에 대해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물론 북한이 언젠가는 붕괴할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그 이후엔 어마어마한 결과가 도래할 겁니다. 따라서 한반도 상황을 외교적으로 풀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이 긴밀히 공조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란 핵 협상이 성공을 거둔 것처럼 국제 사회가 함께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인내와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코시크 의원은 최선의 방법으로 6자 회담 등의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한반도 상황을 개선하려면 6자 회담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남한이 미국, 중국과 강하게 공조하는 게 필요하죠. 워싱턴과 베이징도 한반도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까요. 남한은 지난해까지 한반도 상황 개선을 위해 정치적, 외교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다고 봅니다. 특히 남한 정부가 미국, 중국 정부와 함께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하며 고민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해요."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독일 의원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할 정도로 마당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새해 벽두에 불거진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교류는 중단됐다.

"올해 추진할 예정이던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를 전면 취소했습니다. 독일은 북한의 핵실험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죠. 언제 대화를 재개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북핵 문제를 풀 열쇠도 6자 회담에서 나온다고 봐요. 다만, 북한과 협상하려면 북한도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가 조건이 될 겁니다."

코시크 의원은 이처럼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이유를 어디에서 찾았을까.

"북한이 이같이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이는 원인은 김정은의 경험이 없고, 힘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마찬가지로 힘과 경험이 없었는데, 이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따라서 남북 관계가 나빠진 것도 북한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코시크 의원은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한국 속담에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죠. 북한 핵실험으로 상황은 좋지 않지만 북한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게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를 찾는 거죠. 앞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한반도 상황을 개선하려는 행보가 보인다면 독일과 유럽연합도 이를 지원하게 될 겁니다."

이날 오전 열린 시상식에서 코시크 의원은 '통일한국재단'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상금 1만 달러(약 1천200만 원)도 재단 설립에 사용한다.

그는 "재단의 목적은 분단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신뢰 구축, 화해, 인간적인 화합에 기여하기 위해 독일의 본보기를 발전시키고, 하나 되는 한국을 이루는 데 있다"면서 "독일은 한국의 여정에 함께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 정계에 입문한 코시크 의원은 한독포럼 공동대표, 독한의원친선협회장 등을 지냈고, 독일 연방 하원에서 '한반도 평화·안정·통일에 관한 결의'와 '독·한 관계의 역동적인 지속적 발전 결의' 채택을 주도했다. 2013년 한독 수교 130주년 및 광부·간호사 파독 50주년을 맞아 저서 '우정의 정원: 독일-한국 관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등을 펴내기도 했다.

출처 :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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