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오가던 北광물트럭, 제재 첫날 밝자 싹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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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오가던 北광물트럭, 제재 첫날 밝자 싹 사라져
  • 단둥 - 이길성 특파원 르포
  • 승인 2016.03.0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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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둥해관 근처 대북무역상 밀집지역 가오리제(高麗街)의 중국 무역상들도 이번 제재안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의류 등 민생 관련 물품은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북·중 교역에 밝은 단둥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위탁 생산된 물건을 한국 등에 수출하는 중국 업체들로서는 미국이나 한국이 원산지를 추적해 이들 제품을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둥의 경우 중국이 운영하는 의류 공장에 취업한 북한 노동자가 1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엔 통관 마친 광물트럭 한 대 없고 광산품 검사수납처 종일 문 닫혀 "여기로 광물 못 들어오냐" 묻자 北기사 "잘 모르겠시오" 손사래 민생 관련 물품으로 불똥 튈까 北 상대 中무역상들 바짝 긴장.. 북한行 여행 판매社들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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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뒤 첫날인 3일.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療寧)성 단둥(丹東)으로 들어온 첫 북한 차량은 '묘향산려행사'의 마이크로 버스였다. 이 버스를 시작으로 오전 9시쯤부터 압록강 위를 북·중 교역 차량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의 풍경이 전날과 달라진 점이 한 가지 눈에 띄었다. 북한발 차량 가운데 덤프트럭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전날 밤만 해도 광물(鑛物)로 추정되는 화물을 적재 칸에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이 6~7대씩 중국 쪽으로 건너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 트럭은 수십 개의 대형 포대에 흑회색 덩어리들을 빼곡히 담고 있었다. 하지만 날이 밝자 트럭들은 사라지고,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들이 대거 다리를 건너왔다.

이날 오전 11시쯤 단둥해관(海關·세관)의 출구 역시 '평북 ○○-○○○○' 번호판을 단 북한 컨테이너 트럭들로 붐볐다. 통관을 마치고 나오는 트럭 가운데 광물을 실은 차량은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단둥해관 근처엔 '광산품 검사 견본 수납처'라는 한글 간판 사무실이 있었다. 북한산 광물 수입업자들을 상대로 하는 곳인 듯했지만, 하루 종일 문이 닫혀 있었다.

컨테이너 트레일러를 몰고 온 북한 기사에게 "광물은 이제 못 들어오느냐"고 묻자,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잘 모르겠시오!"라며 손사래를 쳤다. 단둥해관 통관과에 "오늘부터 대북 제재가 개시된 것이냐"고 전화로 문의하자, 직원은 "반궁스(辦公室)에 문의하라"며 후닥닥 연락처를 알려준 뒤 전화를 끊었다. 그가 알려준 번호는 끝내 통화가 되지 않았다.

단둥해관 주변에는 이전과 다른 긴장감이 흘렀다. 한 택시 기사는 "기자들이 몰려오는 걸 보니 뭔가 시작된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한 관계가 좋아져서 그런지 가뜩이나 북한과 무역이 많이 줄었다"며 "대북 무역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많은 단둥은 대북 제재가 행해지면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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