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에 돌고 있는 바다 위의 선한 사마리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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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셜에 돌고 있는 바다 위의 선한 사마리아 인
  • 박동현기자
  • 승인 2016.03.0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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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1월 14일 남중국해 망망대해에서 베트남인 '보트 피플' 96명의 생명을 구한 한국인 선장 전제용(현재:64. 양식업)씨.
▲ 정재용 선장 (현재 양식업) 부부, 피터 누엔 부부 (전 월남인)

1985년 11월 14일 남중국해 망망대해에서 베트남인 '보트 피플' 96명의 생명을 구한 한국인 선장 전재용(현재:64. 양식업)씨."한눈에 베트남 난민 보트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에서 난민 보트는 '무시하라'는 지시를 받고 출발한 터였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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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1월 14일 오후 4시 30분. 참치 원양 어선의 전재용(45)선장은 1년간의 조업을 마친 광명 87호를 몰고 동남아 말라카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목적지인 부산항까지 남은 항해는 열흘, 배에는 1년 동안 잡은 참치 2만여 마리가 실려 있었다. 바다는 사납게 일렁이고 있었다, 파도가 매우 거셌다. 전 선장이 키를 더욱 힘주어 잡으며 항로를 바라보던 바로 그 때, 조그만 난파선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배 안에서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구해 달라!” 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베트남의 보트 피플이었다. 그러나 전 선장은 배를 멈출 수 없었다. 출항 때 본사로부터 ‘보트 피플을 만나더라도 관여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슴 속에서는,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지나친다면 과연 내가 제대로 된 인간인가?’라는 번민이 강하게 소용돌이쳤다.

전 선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만약 저기 죽어가는 사람들이 내 부모형제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간부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돌아가서 저 사람들을 구합시다.” 그렇게 광명호는 30여분 뒤 난파선에게 돌아갔다. 그 좁은 배 안에 무려 아흔여섯 명이나 타고 있었다. 이들은 사흘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했으며 배의 기관은 고장이 난 상태였고, 그들을 보고도 스쳐지나간 ‘큰 배’가 그 날만 무려 스물다섯 척이었다.

전 선장은 이들의 구조 사실을 본사에 긴급 타전했다. 그러나 난민들을 인근 무인도에 하선시키라는 명령이 돌아왔다. 전 선장은 본사에 전문을 보냈다. 나는 결코 이 사람들을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41)은 월남군 통역 장교 출신으로 난민 96명의 대표 역을 맡고 있었다.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그 열흘 동안 그는 전 선장에게 많은 감동을 받았다. 노인들을 위해 자신의 선장실을 내준 일, 먹을 것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난민들을 위해 “배에 냉동 참치가 잔뜩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 하던 일, 베트남에 두고 온 가족을 걱정하며 울적해 하는 자신을 다독이며 격려하던 일들이 그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다.

당시 피터 누엔과 같이 탈출했던 베트남 난민들의 단체 사진.(생략)

이들의 얼굴에는 자유를 되찾은 기쁨으로 모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러나 부산에 도착해 임시 난민 수용소에 들어간 피터 누엔은 그 이후로 다시는 전 선장을 만날 수 없었다. 회사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도착과 동시에 선원 전원이 해고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적성국가의 난민을 구출했다는 이유로 당국에 불려가서 숱한 조사까지 받았다.

선원들은 살 길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졌고, 전 선장도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가서 멍게양식업을 하며 삶을 꾸려 나갔다.

피터 누엔은 1년 반 뒤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사가 되었고 베트남에 있던 가족도 데려와 생활이 안정되었다. 그는 말라카 해협에서 구조된 그날이후 단 한 번도 전 선장을 잊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전 선장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고는 한인 사회에 드나들면서 전 선장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무려 17년, 마침내 통영에 살고 있는 전 선장을 찾을 수 있었다. 2004년 8월 8일 이들은 LA공항에서 19년 만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재회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베트남인은 물론 한국인과 미국인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오션 하트’는 전 선장의 이야기를 담은 피터 누엔의 자서전이다. ‘바다의 양심’정도로 번역하면 될 것이다. 미국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전 선장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날 그 난파선을 스쳐 지나간 배가 무려 스물다섯 척이었다.

그 파도치는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사람을 버리라.’는 회사의 지시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 사이에서 고민했을 전 선장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면 어떠했을까? 현명한 사람은 75%는 자신의 내적 판단에 의지하고 25%만 외부의 의견을 참고한다. 결국 결단과 행동은 혼자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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