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신성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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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신성욱 교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1.01.31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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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속에서도 '오늘의 아이히만 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비록 전쟁이나 학살처럼 참혹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가난한 노인들이 일생동안 겨우 모은 재산을 가로챈다거나, 위안부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관리명목으로 챙겨 자신의 부를 누린다거나, 뇌물을 받고 뒤를 봐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함을 본다.
모사드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아르헨티나로 탈출해 숨어 살던 아이히만을[출처: 중앙일보] 모사드, 이 주사기로 ‘나치 악령’ 아이히만 이스라엘로 잡아갔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팀은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의 패전 후, 아르헨티나로 탈출해 신분 세탁하여  살던 아이히만을 이스라엘로 납치?해(영화)와 재판에 넘기지만, 아이히만은 명령에 따랐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유대인 6백여만명 학살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이스라엘 아이히만 재판장면)

아버지와 아들이 운동 삼아 뛰어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만 아버지의 발을 쳐다보며 웃고 지나간다. 아버지가 멈춰 서서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만 짝이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집에 가서 맞는 신발을 가져오라고 했다. 잠시 후 아들이 오는데 보니까 빈손이었다. 화가 난 아버지가 “왜 빈손으로 온 거냐?”고 소리쳤다. 아들이 대답한다. “집에 있는 신발도 짝이 맞지 않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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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긴가? ‘생각의 게으름’이다. 조금만 깊이 생각했더라면, 신발 한 짝이라도 갖고 왔을 것 아니겠는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독일 태생의 유대인 철학사상가로, 전체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 그리고 세기의 명저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1963)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아렌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걸작품으로 평가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학살의 핵심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쓴 책이다.

1961년 12월, 예루살렘에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전범재판이 열린다. 그녀는 이 소식을 듣고 뉴요커의 특별 취재원 자격으로 예루살렘으로 가서 재판과정을 취재한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어떤 인물 이었는지 파고든다.

한때 정유회사 외판원이었던 그는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 관련 부서에 취업한 후, 독일을 ‘정화’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이민을 원하는 유대인들을 ‘충실히 도와준다.’ 이주 전문가였던 그는 처음에는 유대인들을 독일과 유럽 밖으로 내보다가 후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영원히 보내버렸다.

https://ko.wikipedia.org/wiki/%EC%95%84%EC%9A%B0%EC%8A%88%EB%B9%84%EC%B8%A0_%EA%B0%95%EC%A0%9C_%EC%88%98%EC%9A%A9%EC%86%8C (참고 링크연결)

6백만 학살 책임자인 아이히만은 재판에서 죄의식이 전혀 없는 태도를 보인다. 

재판정에 선 아이히만의 모습은 다른 피고들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뉘르베르크 재판을 비롯한 이전의 재판에서 대부분의 피고들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던 것과 달리, 아이히만은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한다. 재판정에서 자신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유대인을 열심히 이주시켰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만일 명령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했다면 분명 양심의 가책을 받았 겠지만, 나는 그저 법을 준수했을 뿐이니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으며 죄가 없다.”

그는 자신이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비행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6.25 때 김일성의 명령에 따라 남한에 내려와 수많은 우리 국군을 죽인 괴뢰군의 입장에서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히만이 ‘명령을 받아 한 일’이 결국은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치밀한 계획 하에 죽이는 것이었다는 데 있었다.

아이히만은 개인적 발전을 도모하는 데 각별히 근면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악한 동기도 없었고, 사실 이러한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적인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그는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책임감 있는 아버지였다. 그의 문제는 단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것 뿐이다. 인종을 청소하고 독일을 정화하며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는 것, 그 일의 의미를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이렇게 선포한다. “당신의 죄는 ‘사유의 불능성’, 그중에서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이다.” 쉬운 말로 해서 아이히만의 죄를 굳이 밝혀본다면 ‘생각의 게으름’이라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했건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것이다.

아이히만은 단 한 발자국도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의 밖에서 사고하진 못했다. 그의 세계는 나치 치하의 독일이었고, 그곳에서는 유대인을 없애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악과 사유의 무능함을 정당화 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렌트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히만은 타인의 관점에서 사유할 능력이 없었기에 의지도 판단도 없었으며,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홀로코스트라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던 이유도 바로 ‘사유의 불능성’에 기인한다.

나치 독일은 유대인들의 평등과 차이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그들의 실존을 부정해버렸다. 그렇게 유대인 이주는 평범한 사건이 되었고, 사람들은 ‘인종청소’를 아무런 사유 없이 ‘상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악’을 평범하게 만들었다.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란, 평범한 사람들이 악조차도 일상처럼 성실하게 반복함으로써 윤리관이 무뎌져 악에 이용당하고 나아가 악을 돕는 관성의 폐해를 지적한 말이다.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가치 기준을 삼는다면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악들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남들도 다 하고 사는 건데 뭐!’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래서 내가 저지르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그냥 넘어가버리지만, 남이 행하는 건 견딜 수 없다. 바로 ‘내로남불’의 사고 말이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속에서도 '오늘의 아이히만 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 신성욱 교수
필자 신성욱 교수

비록 전쟁이나 학살처럼 참혹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가난한 노인들이 일생동안 겨우 모은 재산을 가로챈다거나, 위안부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관리명목으로 챙겨 자신의 부를 누린다거나, 뇌물을 받고 뒤를 봐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함을 본다.

혹 양심의 가책이 찾아올 때도 소주나 한잔 하면서 이렇게 스스로 자위한다. “인생 다 그렇지 뭐. 나 혼자 깨끗하게 살려한다고 누가 알아준대?”

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불꽃같은 눈동자로 내 마음의 생각까지 감찰하시는 분이 계시다. 우리 속 양심을 통해 그분의 잣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라고 명령하신 분이 계신단 말이다. 우리를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 그분이다. 피조물인 우리는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생각의 게으름’ 따위는 그분에게 통하지 않는다.

예레미야 11장:20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의로 판단하시며 사람의 마음을 감찰하시는 만군의 여호와여...” 우리 마음의 모든 생각을 판단하고 감찰하시는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나 개인의 생각과 기준이 아닌 하나님 그분의 뜻과 명령대로 살아야 한다.

무엇보다 ‘생각의 부지런함’을 발동시켜, 빌 2:3절의 말씀처럼 나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기는 이타적인 삶으로 날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신성욱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이다.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공부했음, University of Pretoria에서 공부했음,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했음,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언어학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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