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판 '돌아온 아들 기다리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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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판 '돌아온 아들 기다리는 부모'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1.04.13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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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도 멈추는 순간 이 있다.
젊은이들이 너무나 살기 힘든 이 시대에 부모의 사랑이라도 없다면 어찌 살겠냐는 내 말에 그 아버지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다. 이제 아들은 다시는 부모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신은 모래 시계를 가지고 인간의 복을 저울질 하는데 문득 멈추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그 순간이 인간의 의지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 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그 날 신의 모래 시계가 멈춘 그 순간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 했다.
시골생활 자급자족 모습
시골생활 자급자족 모습

일요일은 손님이 가장 없는 날이 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오후 1시면 문을 연다. 손님이 오면 고맙고 안와도 혼자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3시가 못되어서 손님이 왔다. 처음 오는 젊은 손님이었는데 외모도 깔끔하고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여서 소주와 안주를 만 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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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 있어도 되느냐?' '그럼요'. '와이 파이가 되나요?' '되고 말구요'

그는 혼자 술을 마시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시간은 흘러 어두워졌다. 마신 소주는 네 병, 더 달라 해도 시간이 허락지 않기 때문에 그는 일어서야 했다.

그가 있는 동안에 다른 손님은 오지 않았고, 나는 계산을 청구하고 그만 일어서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는데 한도 초과였다. 다른 카드도 마찬 가지여서 현금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신고 하세요’ 였다.

예의도 바르고 행동도 반듯했건만 이제 설 흔 한살의 젊은이가 4만원이 없어 신고하라는 그 목소리에 내 마음 속에서 뭔가가 끓었다. 내가 묻는 말에 그는 천천히 대답 했는데 ‘인력 사무실에 나가고 있는데 요즈음 일이  없다’고 했다.

‘집안에 먹을 것도 없고, 가스가 끊어진 집은 추워서 그냥 정처 없이 걷다가 우리 가게 안의 불빛이 그렇게 따스해 보여서 그냥 문을 밀고 들어 왔다’ 고 말했다. 고향엔 부모님이 계시고 농사도 지을 수 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는 말에 나는 돌아가라 고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라고 했다.

이렇게 타향에서 설움 받고 온 몸으로 고통 받으면서 살지 말고 부모님 곁으로 가라고 진심으로 말했다. 그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자 하고 본인이 찾기만 하면 지자체의 도움도 많고 사회 복지의 혜택도 많음을 말해 주었다.

이렇게 타향의 냉혹한 바람 속에서 헤매지 말고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가 함께 살면서 효자가 되어 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천하의 불효자라고 하면서 연락도 안한지가 이 년이 넘었다고 했다. 나는 내 아들보다 어린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옆에 있어만 줘도 효자라고, 이제 고향으로 가서 부모님의 곁에서 농사를 함께 지으며 땅에 승부를 걸어 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도시의 풍파를 겪으며 살수 있는 영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서 이번 명절에는 집에 돌아가서 함께 살겠노라고 말해 보라고 했다. 부모님이 뭐라고 할지 들어나 보라고 강권하자 그는 마지못한 듯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받은 모양이었다. 예... 저예요... 아버지, 저 집에 가서 살아도 돼요? 예. 여긴 일이 없어서...

내일은 못 내려가요. 집도 정리하고 짐도 보내고. 예? 내일요? 아버지. 그는 폰을 붙들고 통곡을 했다. 나는 물수건을 따뜻하게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그는 얼굴을 닦고 나서 허덕이면서 말했다.

아버지가 내일 당장 올라온다고 했다. 트럭을 빌려서 올라 와서 짐을 챙기고 같이 정리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나이 든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들리면서 비명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이는 어머니였다. 당장 주소를 부르라면서 재촉하는 어머니와 데리러 오는 아버지가 있는 그는 그렇게 한 부모의 귀한 아들이었다.

택시를 불러 그를 보내고 불을 끄고 나는 조금 울었다. 어쩌면 술이 깨면 그는 고향으로 안 가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부모는 데리러 올 것이다. 그리고 데려갈 것이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전화가 왔다. 그의 아버지였고, 다 정리하고 지금 제천으로 내려간다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들은 이제 다시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살겠노라고 했다면서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 나는 너무나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 주면 아들이 신세진 것을 갚겠다고 하는 그의 말에 나는 바로 거절했다. 이 기쁨만으로도 충분하며, 몸과 마음을 많이 다친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 달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너무나 살기 힘든 이 시대에 부모의 사랑이라도 없다면 어찌 살겠냐는 내 말에 그 아버지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다. 이제 아들은 다시는 부모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신은 모래시계를 가지고 인간의 복을 저울질 하는데 문득 멈추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그 순간이 인간의 의지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 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그 날 신의 모래시계가 멈춘 그 순간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 했다.

출처 : Jong Hyun Kim 님의 페이스북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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