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연극 보러 온 노태우 장남 노재헌씨(56)…일부 시민 '항의'하기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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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연극 보러 온 노태우 장남 노재헌씨(56)…일부 시민 '항의'하기도(종합)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1.05.25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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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을 마친 이지현 연출자는 깜짝 손님으로 노재헌씨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엇갈리는 반응에 장내는 소란을 빚었다. 한 관객이 "무대 위로 모셔서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외치자, 객석 곳곳에서는 "그건 아니야!", "이의 있다!", "광주에서 나가!" 등의 고성이 오갔다.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56)가 5·18민주화운동 기념 연극 관람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가 일부 시민들의 항의에 고개를 숙였다. 노씨는 25일 오후 비공개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동구 소재의 한 소극장을 찾아 5·18 관련 연극을 관람했다.

노씨가 관람한 연극은 1980년 5월 광주를 무대로 한 연극 '애꾸눈 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이다. 작품은 5·18 당시 현장에서 투쟁하다 한쪽 눈을 잃은 이지현씨(가명 이세상)가 기획·연출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공연 중인 5월 대표 연극이다.

재헌씨는 공연 내내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공연 중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을 성대모사하는 장면에서는 웃기도 하고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대사에 박수를 치기도 했다. 시종일관 등받이에 기대고 있다가 시민군들이 전남도청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집중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을 마친 이지현 연출자는 깜짝 손님으로 노재헌씨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엇갈리는 반응에 장내는 소란을 빚었다. 한 관객이 "무대 위로 모셔서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외치자, 객석 곳곳에서는 "그건 아니야!", "이의 있다!", "광주에서 나가!" 등의 고성이 오갔다.

한편에선 "이 또한 광주의 목소리다", "이야기를 들어 보자"는 이들도 있었으나 소란은 계속됐다. 결국 노씨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오늘은 오월 가족들의 추모의 날인데 제가 의도치않게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연극을 관람하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노씨가 공연장 밖으로 나오자 오월 어머니회 한 관계자는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 항쟁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광주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부상자회 한 회원은 "광주시의 예산을 들여 만든 연극에 학살 책임자를 불러서 뭣하는 것이냐"며 "오월 식구들이 노재헌을 맞이하기 위해 들러리를 선 것이냐. 여기 온 줄 알았으면 공연 보러 안 왔다. 어딜 감히 떡하니 앉아서 공연을 보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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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의 목소리가 이렇습니다, 가서 아버지께 전하세요!" 5월 유가족들의 반발은 이어졌다. 재헌씨는 고개 숙이며 사죄했다. "달게 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공연장을 나선 노재헌씨는 <뉴스1>과 만나 "저 때문에 좋은 날을 망친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도 "오늘 모든 말씀을 귀담아 듣고 앞으로도 계속 광주를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5·18 관련 영화를 봤었는데 연극으로 보니 더욱 생생함이 느껴졌다"며 "앞으로도 문화로 오월을 계속해서 접하고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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