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 연합기관 하나되면, 뭔들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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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세 연합기관 하나되면, 뭔들 못하겠는가”
  • 박동현 기자/이대웅 기자 
  • 승인 2021.11.0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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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한교연·한교총, 통합 위해 처음으로 한 자리, 한기총 김현성 대표회장 “이제 가을, 속도감 있는 진행 필요”
한교연 송태섭 대표회장 “서로 내려놓아야, 한 걸음씩 노력” 한교총 소강석 대표회장 “진정한 예배 회복 위해 하나 돼야”
세 기관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연합 세 기관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등 한국교회 3개 주요 연합기관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통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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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교회 기관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에는 3개 기관 대표회장과 통합추진위원들이 참석, 삼각형 모양으로 마련된 좌석에 앉아 연합기관 통합에 대한 각 기관들의 입장을 주로 나눴다.

연석회의 후에는 회개와 방역, 자율적 예배 회복, 연합기관 통합 노력 등이 담긴 합의문을 한교총 통합추진위원 지형은 목사가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①한국교회와 민족 앞에 한국교회를 바르게 섬기지 못한 일을 통회하는 심정으로 회개한다 ②한국교회는 철저한 방역에 힘쓰며 자율적인 예배 회복에 최선을 다한다 ③세 연합기관은 서로 존중하며 연합기관의 통합에 최선을 다한다 등 3개 항이다.

한교총에서 초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모임에는 한기총에서 김현성 대표회장 겸 통합추진위원장 등 9명, 한교연에서 송태섭 대표회장과 권태진 통합추진위원장 등 7명, 한교총에서 소강석 대표회장과 김태영 통합추진위원장 등 8명 참석했으며, 실무진들도 일부 배석했다.

언론에 공개된 예배에서는 한교총 통합추진위원 지형은 목사 사회로 한기총 통합추진위원 황덕광 목사가 기도했으며, 한교연 통합추진위원장 권태진 목사가 ‘이상한 종들을 주의하라(갈라디아서 1:6-10)’는 제목으로 설교한 뒤, 한기총 통합추진위원 길자연 목사가 축도했다.

한교연 권태진 통합추진위원장이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교연 권태진 통합추진위원장이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설교에서 권태진 목사는 “한국교회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환경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성경은 모이기를 힘쓰라, 하나되어라, 섬기고 겸손하게 협력해 선을 이루라고 가르친다”며 “그러나 우리 현실을 보면 과연 동거함이 유익한지 따져보게 된다”며 “지금 우리는 지금 하나님 말씀에서 너무 멀리 떠나 있는데, 회개 없이 어떻게 하나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권 목사는 “형제가 동거함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연합해서 화목하게 지내야지 싸울 것 같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나 생각도 한다”며 “지금 예배당에서 자유롭게 모일 수도 없다. 예배당도 못 지키는 우리 지도자들이 평신도들 앞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하나되는 일도 해야 하지만, 먼저 회개해야 한다. 예배 순서까지 불신자들 지도를 받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 능력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다 지켰는데 돌아온 게 뭔가. 이제 한국교회는 자유해야 한다. 자유롭게 모여야 한다. 20-30%에 매이지 말고 소신껏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목사는 “한국교회를 지켜야 한다. 1만 교회가 없어졌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도 우리는 누구를 겁내고 있는가. 사람인가, 하나님인가”라며 “이런 자세를 갖고 잘 의논해서 진리로, 예수로 하나되자.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해 하나되고, 영적 전쟁을 위해 깨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예배 후 발언한 김태영 목사는 “과거에도 연합단체 통합이 합의까지 갔다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방금 설교하셨지만, 예배도 압박받는 이 시기야말로 3개 기관이 통합할 골든 타임”이라며 “하나님의 카이로스의 때에 지난 2개월간 각 기관별로 의논하고 추진위원들을 선정해, 공식·비공식으로 여러 번 접촉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3개 기관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좀 더 진전된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교연 송태섭 대표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교연 송태섭 대표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에는 대표회장들이 인사했다. 먼저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는 “지난 7월 폭염과 함께 통합에 대한 열망도 시작됐다. 한기총은 통합에 어떤 조건도 달지 않겠다고 시작부터 말씀드렸다”며 “방법과 대상 등을 다 내려놓고 열린 자세로 노력하고 있다. 저도 법률가로서 역량을 발휘하면서 상당 부분 진척이 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제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 가을이 왔는데, 가을이 실종됐다고 한다. 곧 겨울이 되고, 대통령 선거도 있어 시간이 넉넉하지 않음을 다들 아실 것”이라며 “남은 절차들을 마무리했으면 한다. 변호사로서 M&A 실무도 경험했지만,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속도감 있는 진행이 필요하다. 어떻게 마무리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접근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는 “그동안 한교총 중심으로 통합 논의가 진행돼 왔다. 직간접적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며 “통합에는 원칙적으로 세 기관이 모두 찬성한다. 각론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통합은 어디까지나 얼마나 양보하고 내려놓고 함께할 수 있는가가 각론이다. 노력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자”고 말했다.

송 목사는 “처음 만났을 때 저희가 결의한 대로 말씀드리겠다. 한기총에 대해서는 지금 여러 어려움 겪고 있는데, 먼저 정상화를 하지 않으면 통합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한교총에 대해서는 정체성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소강석 한교총 대표회장님과 여러 차례 대화하면서 조금씩 서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큰집에서 다른 이들을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한국교회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권태진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코로나 앞에서 무력해진 한국교회뿐 아니라, 우리의 근원적인 모습도 돌아보면서 회개해야 한다”며 “우리가 너무 화석화된 것 아닌가. 특별히 조국 교회가 너무 카르텔 헤게모니에 빠져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한국교회 연합은 단순한 동거나 기관 운영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답했다.

소강석 목사는 “한국교회는 코로나 이전 문화막시즘과 네오막시즘의 무차별 공격 앞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가운데서 코로나를 맞아야 했다. 한 마음을 갖고 싸워도 힘든데, 이렇듯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서로 이질감을 느끼는 가운데 한국교회를 지킨다는 것은 너무 힘들고 벅찬 일이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한국교회 공익을 지키고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정부와 조금은 의논하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교회가 함께 자율 방역, 선제적 방역으로 가야 한다. 위드 코로나에서는 제약을 벗어나 예배를 진정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 세 기관이 하나돼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소 목사는 “영화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은 모든 지혜와 전략이 있었지만, 자신보다 못한 주유를 앞세워 조조를 따돌렸다. 이처럼 양보를 넘어, 서로의 기관을 더욱 치켜세우는 것이 어떨까”라며 “다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신 것 아닌가. 가을이 없어졌다지만,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하나님께서 반드시 주실 것이다. 그 날이 바로 오늘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교총 소강석 대표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여기 오신 대표회장님들과 추진위원장님들을, 제 젖은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감사드린다. 특히 길자연 목사님은 대표회장 시절 한국교회가 찢어졌지만, 그 모든 역사를 자성하시고 다시 합치겠다는 귀한 마음으로 오셨다”며 “세 명이 마음을 합치면 나라도 이룬다는데, 우리 세 기관이 하나 된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한국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라면, 양보를 넘어 서로를 치켜세우면서 얼마든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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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통합추진위원장들도 발언했다. 먼저 통추위원장 자격으로 다시 발언한 김현성 변호사는 교섭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간단히 언급했다. 그는 “3개 기관이 양자 간 교섭을 하고 있다. 각 기관이 상대방에 요구사항이 있겠지만, 순서가 잘못됐다. 양보가 먼저다. 그리고 요청할 때는 상대가 수용 가능한 내용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역지사지(易地思之)’하지 않는다면 공허한 요구에 불과하다. 교섭이 아니라 고집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성 변호사는 “교섭은 먼저 양보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 요구는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할 뿐”이라며 “한기총 정상화를 말씀하시지만, 지금도 비정상이 아니다. 다만 위기상황일 뿐이다. 한기총뿐 아니라 연합기관과 교회 전체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단 문제에 대해선 “이단을 한기총 자체적으로 모두 정리하라는 요구는 무리하다고 수 차례 말씀드렸다. 논란의 대상인 교단 역시 현재로서는 어찌 됐든 한기총 회원”이라며 “통합을 위해 회원을 배제하는 것은 통합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그런 교단에도 기회를 주고, 잘못했다면 회개의 기회를 주고 회개했다면 용서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인드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단 여부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며 “기관 간 통합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술적 역량을 제공하고, 되돌아가지 않도록 불가역적 절차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 새 기관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시작은 32년 전 한기총”이라며 “한기총이 처음 만들어질 때의 정신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이 역사도 버릴 수는 없다. 부끄러운 역사도 있었지만 그것을 버려야 하는가.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버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반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기총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기총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 변호사는 “한기총 역사를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이 됐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와 직결된 문제는 통합된 기관의 명칭인데, 이 역시 한기총으로 가야 한다.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반대도 있겠지만, 한기총 이름이 남아버린다면 누군가 그것을 또 사용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통합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교연 권태진 목사는 “한기총 정상화에 대해 오해하지 않으시면 좋겠다. 엄밀히 따지면 김현성 변호사님은 국가에서 한기총에 보냈는데, 자칫 변호사님이 통합시킨 게 될 수 있으니 일단 대표회장 문제부터 마무리하고 통합하자는 이야기”며 “한교총 정체성에 대해선, 한교총 산하 교단들 중 통합을 반대하는 곳들도 있더라. 그런데 우리끼리 통합해 버리면 문제가 생길까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태진 목사는 “우리는 원하는 것이 없다. 예배 위해 몸부림치는 작은 교단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뿐”이라며 “우리가 통합하는 것도 아니다. 각 총회가 추인해야 한다. 우리끼리 서명했는데 각 총회에서 부결되면 우리 모습이 상당히 비참해질 수 있으니,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 목사는 “한 마디 덧붙이자면, 우리가 가난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러다 보니 통합을 하면 ‘돈이 급해 항복했다’고 오해할까 하는 염려도 있다”며 “저는 대표회장 시절 한기총과의 통합에 두 번 서명했는데, 그 일로 많이 어려웠다. 대표회장님은 이런 염려를 표명하신 것이다. 총회에서 부결될 정도로는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교총 김태영 목사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며 “이제 실제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싶다”고 간단히 말했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출처 :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43296?utm_source=d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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