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하나의 중요성. 신성욱 교수
상태바
제목 하나의 중요성. 신성욱 교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2.07.26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기에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는 이름과 주인공의 귀여운 연기가 한 몫을 크게 거든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필자 신성욱 교수

물건의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포장이 볼품없으면 고객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책 제목이나 영화의 제목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Like Us on Facebook

서점에 가면 신간서적을 포함해서 독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독자들은 같은 값이면 맘에 드는 제목을 보고 책을 손에 든다. 이렇게 볼 때 책 제목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이 날 것이다.

그동안 늘 궁금증을 유발했던 웹튠만화 소설과 책 한 권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가니 꽤 답답한 마음이 컸다. 오늘은 아침 6시 반, 서울에서 VIP 한 분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 새벽같이 차를 운전해서 약속 장소로 갔다.

처음 뵙는 그분과 성공적인 만남을 가진 후 조만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해서 내려오는 길에 우연히 앞서 가던 좌석버스 뒤편에 '내 남편과 결혼해줘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걸 보았다.

평소 자주 봐오던 제목이라서 무슨 뜻인지 몹시도 궁금했다. 세상에 자기 남편과 결혼해달라는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바보가 아니라면 그렇게 말할 사람이 없을 게다. 오늘은 집에 가서 저 제목으로 된 웹튠의 내용이 무엇인지 꼭 살펴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집에 도착해서 인터넷을 열어 찾아보았다. 궁금증이 풀렸다.

결혼 10년 만에 남편 때문에 위암과 그것으로 인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여인이 있다.

모든 것이 억울해 남편을 찾으러 집으로 간 그녀가 본 것은 절친의 하이힐과 남편의 구두였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두 사람, 다음엔 남편이 휘두른 손에 맞아 죽고 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10년 전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찬찬히 생각하던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이번 생은 더 이상 불행하게 살지 않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지긋지긋한 저 남자를 절친과 결혼시켜야 한다는 것.

대충 이런 흐름의 줄거리다. 10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남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절친과 결혼시키려 한 내용이었다. 내용을 알고 보니 제목이 이해가 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 소설에 딱 들어맞는 제목이다.

또 하나 궁금했던 제목이 하나 있다. 서점에 갈 때마다 자주 보았던 베스트셀러 제목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무도 끔찍스런 타이틀이다.

췌장암은 일단 걸렸다 하면 살아남기 힘든 병이라고들 알고 있다. 지인 몇 명도 그 병 때문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어째서 하필이면 그 무시무시한 단어를 사용해서 책의 제목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너희 췌장을 먹고 싶어'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그래서 마음 먹은 김에 그 책마저 읽어보았다.

이 책 첫 페이지 첫 문장이 뭔지 아는가? 이렇게 시작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책 제목과 첫 페이지 첫 문장이 동일한 내용이다. 저자가 이것을 이 책의 메인 포인트로 소개한다는 뜻이리라. 그럼 어떤 의미로 그렇게 쓴 것일까? 인간이 인간의 고기나 장기를 먹는 행동이나 습관을 뜻하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쭉 읽어내려 갔다.

저자는 이 책 초반에 엽기적인 제목과 첫 문장의 뜻이 무엇인지를 밝혀놓았다. 야마우치 사쿠라가 내뱉은 말은 텔레비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옛 사람들은 어딘가 안 좋은 곳이 있으면 다른 동물의 동일한 부분을 먹었다고 한다. 간이 안 좋으면 간을 먹고 위가 안 좋으면 위를 먹고, 그러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췌장을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2016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스미노 요루의 첫 소설이다. 이 책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녀와 함께한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섬세한 문체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또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서 국내에도 번역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갔다. 무엇보다 파격적인 타이틀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당긴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케이블 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미국 CNN이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에서 세계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한 걸 보았다.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캐릭터’와 ‘공감 가는 메시지’, ‘진정성이 느껴지는 감동’, 이 3박자를 모두 갖춘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거기에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는 이름과 주인공의 귀여운 연기가 한 몫을 크게 거든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손을 모은 채 눈을 깜빡이며 읊어대는 이 멘트가 드라마에 감칠맛을 더해줌은 물론이다. 그렇다.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포장하는 작업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콘텐츠가 중요할수록 구미 당기는 타이틀 하나가 절실하다.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라야 독자들과 청중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 수 있다.

천하보다 소중한 생명의 복음이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더 신경을 써서 준비해보자.

필자 신성욱 교수는

계명대학교에서 영문학(B.A.)과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M.Div. Equiv.)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에서 구약학(Th.M. 수학)과 캘빈신학교에서 신약학(Th.M.)을, 그리고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설교학(Ph.D.)을 전공했다.

2012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아신대학교에서 설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해 설교와 전달’, ‘성경 해석과 강해 설교’, ‘설교와 수사학’, ‘인문 고전과 설교’, ‘원 포인트의 드라마틱한 강해 설교’ 등을 가르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