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목사님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데, 목사님께서 생선을 발라 제 그릇에 올리시면서 ‘목사님, 좋은 목사 되세요’라고 하셨다. 좋은 목사란 어떤 것일까. 이 말씀이 평생의 숙제처럼 남아 있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였던 故 한경직 목사를 회고하며, 영락교회 담임 김운성 목사가 말했다. 김 목사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성도들에게 “땅의 것이 아닌 영원한 것에 헌신할 때 ‘좋은 성도, 좋은 목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이사장 김운성 목사)가 주최한 ‘2024 한경직 목사 추도예배’가 19일 오후 2시 고인이 안장돼 있는 남양주시 영락교회 공원묘원에서 개최됐다. 예배는 최승도 목사의 인도, 박광준 은퇴장로의 기도, 김운성 목사의 말씀, 차영균 장로의 광고, 이철신 원로목사의 축도로 진행됐다.
박광준 은퇴장로는 대표기도에서 “너무나 그리운 한경직 목사님은 무지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육신적으로 매우 연약했다. 집 한 채, 통장 한 채 갖지 못했고, 항상 자신은 죄인이라고 했다”며 “그럼에도 전도사역과 교육, 복지, 교회연합 사역을 감당했다. 앞으로 영락교회도 아시아와 온 세계 복음화에 헌신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소유와 권세에 대한 욕망 일체 없어, ‘잠시’ 머물며 모두 불살라 주께 드려, 땅의 것에 집착하지 않은 진정한 자유, 영원한 가치에 헌신하며 자신 이기길..
김운성 목사는 ‘무엇을 볼 것인가’를 주제로 전한 설교에서 “목사님의 시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지하고 가난한 시대, 나라를 빼앗긴 시대, 전쟁과 혼란의 시대였다”며 “목사님께서 살아계시다면 이 시대에 응답하시는 삶, 온 몸을 다해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으로 주신 사명에 응답하시는 삶을 사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목사님 묘소 앞에 와 있지만, 목사님은 이 땅에 집착하지 않으셨다. 소유와 권세에 대한 욕망이 일체 없으셨고, 제왕들처럼 사후 굉장한 무덤을 남길 생각은 털끝조차 없으셨다. 오직 하늘의 것을 사모하고 영원한 것만 바라보시며, 이 땅에 잠시 머무는 동안 당신의 모든 것을 불살라 하나님 앞에 드리신 분”이라고 했다.
이어 “어떻게 세상의 것을 다 내어버리시고 부귀영화에 관심을 갖지 않으셨나. 일평생 마음의 눈의 주님의 나라를 바라보고 계셨기 때문”이라며 “영원한 가치를 바라보셨기에 땅의 것을 집착하지 않으신, 진정한 자유인이셨다”고 전했다.
한경직 목사가 은퇴 후 한적한 남한산성 계곡에 터를 잡고 살던 당시, 교계 중진 목회자들이 그를 방문했을 때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세요”라고 권면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김 목사는 “저에게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경직기념사업회를 통해 3년간 장학금을 받을 때, 1년에 저희를 두어 번 부르셨다. 마주 앉아 밥을 먹는데 생선을 발라 제 밥그릇 위에 올리시면서 ‘목사님, 좋은 목사 되세요’라고 하셨다. ‘좋은 목사는 어떤 것일까’ 평생의 숙제처럼 남아 있다. 한 목사님이 여기 오셨다면 ‘여러분, 좋은 성도 되세요’라고 하셨을 것이다. 아마도 이 땅의 욕심을 다 버리고 영원한 것을 바라볼 때 좋은 성도, 좋은 목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내려가면 복잡하고 어려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러 유혹도 다가올 것”이라며 “목사님을 생각하며, 땅의 것을 바라보지 말고 하늘로 눈을 들어 영원한 가치 위에 헌신하며 자신을 이기며 살아감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고 전했다.
이후 차영균 장로의 광고와 이철신 원로목사의 축도로 추도예배를 마무리했다.
한경직 목사의 삶과 신앙을 후세에 기리고자 제정한 ‘한경직상’ 올해 수상자로는 송광옥 인도네시아 선교사가 선정됐다. 또 27일까지 한경직목사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는 한 목사의 삶과 신앙 여정 속에서 템플턴상 수상이라는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기념전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한경직 목사는 평남 평원 출생으로 1925년 평양 숭실전문학교, 美 엠보리아대학, 프린스턴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1948년 엠포리아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5년 서울 영락교회 목사로 부임하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과 숭실대학 이사장, 서울여대 재단이사장, 영락상고 재단이사장, 대광중고교 재단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종교부문 노벨상’에 해당하는 템플턴상 등을 수상했다. 2000년 4월 19일 영락교회 사택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당대의 타 종교자들도 한경직 목사를 성자 또는 애국자로 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