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의 격변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 (대통령 탄핵심판을) 조속히 결론 내려야 한다는 건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박한철 제5대 헌법재판소 소장은 퇴임하면서도 탄핵심판의 신속한 결정을 당부했다. 박 소장은 31일 오전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 같은 말을 전하며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우려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동료 재판관을 비롯한 헌재 구성원들이 노력을 다해 사건의 실체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재가 최종적 헌법 수호자 역할을 다 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당부하며 "국민들께서도 헌재의 엄정하고 철저한 심리를 믿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한철 소장은 지난달 9일 탄핵심판이 시작된 날부터 지난 25일까지 총 12회의 탄핵심판을 주재해왔다.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약 50일 동안 연속으로 출근하며 탄핵심판에 꾸준히 집중해왔다. 이에 박 소장의 임기 내에 선고가 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8회 변론기일부터 증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탄핵심판은 2월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박 소장은 지난 25일 9회 변론을 마지막으로 주재하면서 "3월13일까진 최종결정이 나야 한다"고 선고시한을 제시하기도 했다. 3월13일에 이정미 재판관마저 임기가 끝나 심판을 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인 7명만 남게 되면,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해서다.
이외에도 박한철 소장은 퇴임사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개헌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소장은 "헌법 개정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 국민의 행복과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헌법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지금 우리는 유럽과 미주 여러 곳에서 분노가 표출되는 걸 보고 있다"며 "우리 사회도 혹여 이런 위험에 처해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적 대의 간 지속적인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정치적 기반이 결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선 안 되고 대화와 타협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퇴임식은 김용준(2대)·윤영철(3대)·이강국(4대) 전 헌재소장을 비롯한 초청 인사들과 박 소장의 가족·친지, 헌재 직원들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박 소장은 퇴임식 직후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고, 기념촬영을 마친 뒤 귀가했다.
1953년 부산광역시 출신인 박 소장은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13기로 수료했다. 1983년부터 검사로 재직하다 2007년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 검사장,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을 역임했다.
헌법재판관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추천으로 2011년 2월 임명돼 임기 6년을 시작했다. 헌재소장에는 2013년 4월 올랐다. 6년 동안 박 소장이 맡은 심판은 △위헌법률심판 174건 △헌법소원심판 10085건 △정당해산심판 2건 △권한쟁의심판 28건 △탄핵심판 1건 등이다.
박 소장은 2014년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사건에서 정당해산 선고를 내린 바 있으며, 2015년 간통죄 사건에서도 위헌 선고를 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규정한 교원노조법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했다. 본사협약 포커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