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딜레마에 빠진 韓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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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딜레마에 빠진 韓경제
  • 이규하 기자
  • 승인 2017.02.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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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인상 등 물가상승 압력 심화 AI·구제역과 연근해어업 생산 하락·국제유가 등 물가불안 가중
▲ [경제, 위기, 추락, 하락, 불황]ⓒ게티이미지/이매진스 photo@focus.kr

(세종=포커스뉴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저성장 국면과 맞물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저성장·고물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은 구제역과 연근해어업 생산 하락, 국제유가 상승까지 물가불안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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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2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1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과 비교해 대폭 오른 2.0%를 기록하고 있다.

상품물가는 공업제품을 중심으로 전년동월대비 1.9% 상승했다. 농축수산물가격은 AI으로 인해 축산물가격이 전년보다 8.5% 뛰었다.

공업제품가격도 석유류를 중심으로 전년보다 1.6%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물가 역시 공공(1.1%) 및 개인(2.8%) 서비스가격이 늘면서 전년보다 2.2% 오른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경제회복의 긍정적 시그널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뛰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KDI 측은 “1월 중 소비자물가가 장기간의 낮은 상승세에서 벗어났지만 수요회복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주로 기인했다”며 “경기상황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 출처=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가들은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예상하는 등 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부진하면 물가상승률이 낮지만 공급 측 충격으로 경제 내의 공급능력이 감소할 경우 경기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국경제’ 보고서를 보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은 미흡해 가계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지표물가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국내 경제의 경기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물가가 비교적 크게 오르는 등 저성장-저물가 구조에서 저성장-고물가 구조로 돌아선 셈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경제는 저성장-고물가 기조로 이행해 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되는 것은 공급 측에 의해 주도되는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국내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출처=한국개발연구원(KDI)>

김 연구위원은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의 문제점은 내수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투자 등 실물 부문의 침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면서 “정책금리 인상 및 인하 모두 어렵게 해 통화정책 역시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소비자물가의 상승이 이전보다 더욱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 둔화가 경제의 발목을 더욱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1% 후반대의 소비자물가를 점치고 있지만 유가와 수입원자재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2016년 초 배럴당 20달러 후반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50달러 중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시세를 나타내는 CRB선물지수도 지난해 2월 말 163.2포인트에서 올 1월 말 193.3포인트로 상승했다.

농축산물 물가는 폭염 및 가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급등한데다, AI에 이어 구제역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불안정한 흐름이 증폭될 전망이다. 수산물 역시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44년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어장변화와 중국의 싹쓸이 조업에 씨가 마르면서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00만 톤 아래로 추락한 수준이다.

지난달 공개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동향분석을 보면 2016년도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던 1986년 173만톤과 비교해 46.5% 감소했다. 생산금액마저 4년 연속 3조7000억원대로 정체되면서 심각성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세계 수산물의 생산 증가 둔화에도 국제 가격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2016년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률에서도 농림수산물의 수입활용률(82.6%)이 주요 소비재인 섬유류(76.6%)보다 높아지는 추세다.

권오민 KMI 수산연구본부 FTA이행지원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세계 수산물 공급난과 가격 상승에 대응한 안정적인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며 “2017년 세계 수산물 시장의 전반적인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예상되다. 우리나라 주요 품목의 수급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국내 생산 기반 확충, FTA 활용 등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I 측은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나 민간소비는 둔화되면서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소비심리 악화로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제조업 고용도 부진을 지속하면서 경제 전반으로 회복세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사 협약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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