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스카지로 목사 목회자와 성도들의 정서적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철저히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뉴욕 퀸즈에 위치한 뉴라이프펠로십교회의 설립자로 26년간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1987년 9월, 45명의 교인으로 시작한 교회는 6년 만에 영어예배 출석자가 400명, 스페인어 예배 출석자가 250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데 1994년 스페인어 사역자가 아무 상의도 없이 200여 명의 교인들을 데리고 나가버렸고, 비슷한 시기에 아내마저 교회를 떠나겠다는 충격 선언을 하게 된다.
그는 또 교회가 지나치게 많은 업무로 바쁘게 움직이면서 성장만을 위해 달리다 보니, 정서적 건강함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카지로 목사는 “교회가 너무 바쁘고,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성장하려는 노력에만 치우쳐 있음을 보게 된다. 많은 교회들이 숫자와 규모에만 매달린다”며 “목회자가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을 소유할 때 교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런 징후 나타났다면…
영적 건강 ‘적신호’그렇다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일까. 스카지로 목사는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영성을 가진 사람들의 10가지 증상을 소개했다.△내 만족을 위해 하나님의 일을 한다 △분노, 슬픔, 두려움의 감정은 즉시 억누른다 △음악, 미술, 기쁨 같은 욕구는 왠지 사치라고 생각한다 △발목을 잡는 과거를 덮어두려고만 한다 △‘속된 것’과 ‘거룩한 것’을 칼같이 나눈다 △하나님과 동행하기보다 사역에만 바쁘다 △사람과의 갈등은 무조건 피한다 △상처, 약점, 실패는 철저히 은폐한다 △내 한계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쉽게 평가하고 판단한다 등이 그것.
그는 “위의 증상들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영적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며 “건강한 정서가 바탕이 되지 않은 기독교 영성은 자기 자신과 하나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치명적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카지로 목사는 가장 알아차리기 어려운 유해 요소로 ‘내 만족을 위해 하나님의 일을 한다’를 꼽았다. 이는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미명 아래 하나님이 내 삶에서 변화를 원하는 부분들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하나님이 아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하나님의 일을 할 때, △하나님이 요구하시지 않은 일을 그분의 이름으로 할 때,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기보다 내 뜻을 이뤄달라고 기도할 때, △좋은 평판을 얻으려고 그리스도인의 미덕을 보여줄 때,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 폄하하는 데 하나님의 말씀을 사용할 때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카지로 목사는 정서적인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안식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에게 주의를 집중하며 그들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날”이라며 “우리의 인간됨과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전한 안식과 쉼은 목회자에게 사역의 방향을 제시해 줄 뿐 아니라 보다 풍성한 열매를 안겨주기도 한다”며 “사역 7년째 해를 쉬는 안식년 외에도 매년 일정 기간을 휴가로 정해 수련회나 컨퍼런스에 참석해도 좋고, 주기적으로 개인적인 수련의 시간을 갖거나 성도들과 함께 선교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