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읍시다(放下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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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읍시다(放下着)
  • 박동현 기자
  • 승인 2019.01.07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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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회(목사)는 교회 전체와 교인들을 사유재산처럼 생각해 절대로 놓지 않고 자신의 정년이 오면 직계자손에게 대물림하는 일을 과감히 시행하고 이를 지적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악한 사탄(마귀)이라고..
▲ 김형태 한남대 전 총장

최근에 ‘내려놓기’, ‘비우기’, ‘낮아지기’ 같은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채우기, 쌓기, 쟁이기, 높아지기’의 반대 개념이다. 가득 채워서 기뻐하는 ‘만족’(滿足)보다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모든 상황에서 기뻐하는 ‘자족’(自足)(빌 4:12)을 권하는 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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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은 사실 끝이 없다. 종을 두면 말 타고 싶은 것이다. 소와 양을 많이 가진 사람이 옆집의 가족같이 여기는 1마리의 양을 빼앗아 자기 손님 접대를 하는 게 인간의 심사 아닌가?(삼하 12:1-15)

마치 소금물을 마시는 것처럼, 마실수록 더 큰 갈증이 일어나는 게 물욕(物慾)인 것이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소유물의 짐을 가벼이 하고 물질 대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부유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예수님도 12제자를 2인조 팀으로 구성해 파송하시면서 여행을 위한 지팡이 외에 양식이나 배낭 및 전대의 돈을 갖지 말고 단지 신발만 신고 두 벌 옷도 입지 말라고 하셨다.(막 6:7-13)

오늘 주님의 제자라고 자칭하는 목회자들이 오직 말씀(지팡이)만 들고 갈 뿐 집이나 자가용이나 비자금 같은 물질 소욕에 초연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떤 교회(목사)는 교회 전체와 교인들을 사유재산처럼 생각해 절대로 놓지 않고 자신의 정년이 오면 직계자손에게 대물림하는 일을 과감히 시행하고 이를 지적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악한 사탄(마귀)이라고 규정하고 교인들에게 일어나 대항해 싸우라고 선동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세상에서 그 교회와 그 목사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선 눈과 귀를 닫고 전진모드로 간다. 하기야 그 교회 교인이 아닌 한 의견을 제시할 뿐 어쩔 도리가 없다. 남이야 전봇대로 이를 쑤시든지, 푸세식 화장실에 가서 낚시질을 하든지 네가 왜 상관하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과연 끝까지 그럴까. 그들이 대한민국 안에 존재하는 한 국민들, 특히 비 그리스도인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가 문제되고, 그것은 곧 한국 교회 전체의 이미지나 선교사역에 독약을 뿌리는 것이 된다.

세상 사람들은 한 교회나 특정 개인사로 보지 않는다. 한국 기독교가 다 그런 줄로 생각한다. 집단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니까 걱정과 근심, 고민과 우려를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불교 수도자 법정(法頂)스님의 글을 읽어보자. “사람아, 무엇을 비웠느냐? 사람마다 생각하는 대로 다 버릴 수 있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대로 다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버릴 수 없는 것은 그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얻지 못하니 이것이 너와 내가 숨 헐떡이며 욕심 많은 우리네 인생들이 세상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이라 하지 않더냐.

사람들마다 말로는 수도 없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린다고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마음속에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버려야만 하는지 알지 못하고 오히려 더 채우려 한단 말이더냐?

사람들마다 마음으로는 무엇이든 다 채우려고 하지만 정작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몸밖에 보이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허울 좋고 게걸스런 탐욕뿐일진대,

사람아, 그대가 버린 것이 무엇이며 얻은 것 또한 무엇이란 말이냐.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것은 끈적거리는 애착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과 불만족스러운 무거운 삶뿐인 것을. 비울 것이 무엇이며 담을 것 또한 무엇이란 말이냐? 어차피 이것도, 저것도 다 무거운 짐인걸.”

옛날 왕의 자리 옆에는 ‘계영배’가 있었다. 물이 70% 이상 담기면 스스로 기울어져 담긴 물을 다 쏟아내게 돼 있는 배(cup)인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가르치는 장치였다.

이런 와중에 어떤 교회 어떤 목회자는 65세에 자진 은퇴하며 보다 젊은 새 후임자에게 교회발전의 바통을 인계하기도 하니, 참 세상엔 이렇게 입장 차가 크기도 한 것인가? “조기 은퇴하는 목회자들이여, 그 충성된 마음과 결단에 영원한 주의 복이 함께하기를….”

글 :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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