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운동은 소명… 기쁨으로 하지 않은 것 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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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권운동은 소명… 기쁨으로 하지 않은 것 회개”
  • 이대웅 기자
  • 승인 2015.04.30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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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한자유주간’ 이끌고 있는 수잔 숄티 대표
▲ 수잔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12회째 북한자유주간을 이끌고 있다. 매일 한계를 느끼기에 더욱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바라고 가는 길이라고 고백했다.

북한인권운동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북한자유연합 수잔 숄티 대표는 매일 한계를 느낄 정도로 힘들다고 답했다. 아무도 외치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았던 북한 인권을 외치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지금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그의 꿋꿋한 지난 행적을 볼 때, 매우 의외의 대답이었다. 수잔 숄티 대표는 수시로 다가오는 한계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 처음 서원했던 기도를 기억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매일 간절히 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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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은 수잔 숄티 대표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이다.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적으로 투신하게 된 계기 또한, 성경을 묵상하던 도중에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마음 아파하는 것으로 나의 마음도 아프게 해 달라”는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다가온 것이, 처참한 인권 유린 상황 가운데 처한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들의 눈물이었다. 올해 12회째를 맞는 북한자유주간에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단체 대표들이 대거 초청됐고, 이들의 증언과 주장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새로운 힘을 얻고 있다.

수잔 숄티 대표와의 인터뷰는 북한자유주간 3일차에 진행됐다. 수잔 숄티 대표는 비서도 없이 무거운 서류가방을 혼자 들고 다니고 탈북자단체 대표들을 섬기며 동분서주했다. 숄티 대표에게 북한 인권이란 잠시의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되는 싸움이었다. 이렇듯 힘들고 좁은 길을 갈 수 있는 비결은 신앙과 기도의 힘이다. 지금도 워싱턴DC의 중보기도팀들이 수잔 숄티 대표의 사역과 북한자유주간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중보기도팀들과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하나님이 주신 이 일을 기쁨으로 하지 않고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을 회개했다”는 수잔 숄티 대표는, “북한 인권을 위한 사역은 오늘이라도 북한이 열릴 것이라는 마음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잔 숄티 대표와의 일문일답.

-올해 북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많다. 숄티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자유주간이 시작된 이후 12년간, 특히 지난 1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는데, 올해 북한 내부의 어떠한 변화를 예측하고 있는가.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언제 북한의 체제가 무너지고 문이 열릴 것인지’를 물어 본다. 하지만 북한의 개방의 시기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그럴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바로 내일이라도 문이 열릴 것이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동안 북한 내부에 많은 변화가 온 것이 사실이다. 핵심은 정보의 유출 및 유입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외부에서의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왔다. 하지만 이제 탈북자들이 너무 많아졌고, 그들을 통해서 북한 내부의 다양한 사정들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됐다. 또 탈북자들을 통해서 북한 내부의 주민들에게 정보 뿐만 아니라 돈도 전달됐고, 이것이 북한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점차 자신들의 힘든 삶의 원인이 김정은 정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있는 것이 하나의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의 체제 내에서 이런 급격한 변화가 가능한 것인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현재 위성사진으로 분석했을 때, 북한에 시장으로 파악된 곳만 200곳에 이른다. 위성사진으로 분석되지 않는 내부 장마당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시장이 형성돼 있다. 벌써 북한 내부의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 당국이 시장경제 현상을 막으려고 갖은 노력을 펼쳤고 그 일환으로 화폐 개혁을 단행했지만, 엄청난 실패로 돌아간 이후 손을 떼 버렸다. 더 이상 북한 정권에 의지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 스스로 살 길을 찾겠다는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본인들이 살고자 하는지, 특히 그 영혼들이 얼마나 강인한지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왜 북한에 2000년대 후반에는 대기근이 더 일어나지 않는지’도 설명해 준다. 200만~300만 명이 아사했을 당시에는 장마당도, 서로 물건을 사고파는 개념도 없었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죽지 않기로 결심하고, 나와서 스스로 물건을 사고팔며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결심과 결단이 자신들을 살리고 있다.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정권이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기근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올해 북한자유주간의 주제는 ‘탈북자들의 행동’이다. 탈북자들이 주도하는 ‘꾸준한 정보 유입과 소통’이야말로 현재 북한 자유를 위한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인가.

“늘 강조하지만 탈북자 만큼 북한 인권 개선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되는 사람들이 없다. 탈북자 만큼 북한과 북한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 또 어떻게 하면 난민들을 구출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아는 것도 탈북자들이다. 탈북자들의 활동은 앞으로도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분들의 활동 또한 적은 비용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북한에 변화를 가져온다. 안타까운 것은 탈북자들이 딱 하나 가지지 못한 것이 바로 재정이다. 정말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고 북한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런 탈북자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해줬으면 한다. 그들이 여러분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대신 할 것이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국방을 위해 도입하는 전투기 한 대 가격이면 북한 주민을 더욱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정치권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라고 볼 수도 있는가.

“북한인권운동에 있어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한국 사회 자체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이 너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북한인권법이 미국과 일본에서도 통과됐지만, 한국에서만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한국 정치권의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현상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에 대한 시각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한인동포 사회에서도 탈북자들을 자신들보다 낮게 보는 경향이 문제다. 그래서 북한자유연합은 항상 ‘북한 자유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없으면서 북한의 자유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탈북자들을 자신들과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북한 인권을 두고 보이지 않는 치열한 영적 싸움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을 사람들의 의식에서 지우기 위해서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적인 이슈’라고 판단해 버리고 교회들이 손을 떼게 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영적인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교회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 가장 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해 부활절을 맞아서 북한에 부활절 설교 방송을 보내겠다고 했을 때, ‘정치적인 문제니까 참여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비슷하게는 예전에 탈북자 강제북송 사진 전시를 하려고 기획했는데, 미국 내 한인교회들이 너무나 많이 참가하지 않겠다고 문을 닫아 버린 적이 있다. 이것은 영적 싸움에 있어 북한 인권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마귀의 사악한 수법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인권 유린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인권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 인권을 위한 수잔 숄티 대표의 활동을 볼 때 한국인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교차한다. 어떻게 하면 북한 인권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을까.

“북한 인권 문제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이슈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적인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한국 사람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을 좀 더 불러 일으키려면 탈북자들에게 발언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더 주어야 한다. 그들이 활동하며 본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제적인 여론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저는 사실 미국인으로서 한국 사람들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1950년대 미국의 역할이 너무도 커서 어떠한 결정들이 세계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소련과의 협약으로 38선을 나눈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유를 위한 싸움에 있어 타협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시 중국을 건드릴 경우 다시 세계전쟁으로 확산될 것을 염려해서 멈춘 것이 큰 과오다. 한 번 타협하면 계속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힘든 일을 시작하게 된 데 신앙적 동기도 있나.

“‘스크립쳐 유니온’이라는 큐티를 1992년도에 시작했는데, 2~3년 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으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해 달라’는 기도문이 마음에 박혔다. 그리고 나서 북한 문제를 품게 되면서 이것이 기도 응답이 됐다. 처음에 기도할 때는 몰랐지만, 북한의 상황을 듣고 나서 하나님이 저에게 바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맡기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나 하나님의 도우심을 느낀 순간들이 있는가.

“사실 늘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특별히 힘들었던 순간을 꼽기가 힘들다. 올해 같은 경우도 정말 힘들어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취소할까도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늘 하나님의 도우심과 소명을 생각한다. 항상 재정이나 특정한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기에, 하나님을 믿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 북한 문제를 위해 기도하는 팀이 있다. 오늘 기도하는데 ‘이 일을 기쁘고 즐겁게 하지 못했던 것’을 회개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생각은 ‘오늘과 같은 행사에서 탈북자들이 했던 말은 너무도 심각한 이야기이고, 그것에 비하면 내가 겪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 팔려가는 것도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보호 아래 지금껏 살아왔는데 너무 힘든 것만 생각했다는 것을 회개했다. 탈북자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아픔이 치유되는 것과, 북한에 자유를 가져다 주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

-북한인권위원회의 보고서 발표회에서 “북한제재법이 통과되면 북한 인권이 개선되는 데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이를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펼치고 있는가.

“현재 북한 제재를 위한 법이 하원에서는 통과됐다. 상원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북한 내부에 들어가는 자금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리아·IS 등 다른 곳의 인권 문제들도 너무 많아서, 북한 제재 문제를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놓고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한 계획 중 하나다. 또 한 가지는 국회의원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움직여야 한다. 주민들이 움직일 때 국회의원들이 움직이기에, 주민들이 북한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높이게 하고 여론을 모아 국회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 동안 북한 문제라면 너무 북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때문에 북한 관련 이슈가 정치적 이슈로 분류돼, 교회가 섣부르게 주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교회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 있는가.

“너무 북핵에만 집중해 온 것이 한국과 미국의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황장엽 선생은 처음부터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그 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잘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핵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였는데, 지금의 결과는 북핵도 인권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권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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