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서 하는 카페? 아뇨, 여기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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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서 하는 카페? 아뇨, 여기가 교회
  • 김정근 기자
  • 승인 2015.10.30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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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보다 세상과 친해지려는 ‘지저스커피’교회

진한 커피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지저스커피(Jesus Coffee)’.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서 4년 전 문을 연 카페다.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수요일과 일요일엔 예배가 열리고 어린이 성경학교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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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저녁 7시에는 신자들의 찬송가가 울려퍼졌고, 평소엔 카페 주인장 역할을 하는 안민호 목사(41)가 설교를 했다. 예배가 끝난 후 신자들과 카페 손님들은 이내 자유롭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이곳은 카페 공간이 그대로 예배당인 ‘지저스커피’ 교회다.

커피를 볶는 교회, 악기를 배울 수 있고 독서모임이 활발한 문화센터 교회, 국밥 장사를 하며 일요일 미사를 드리는 곳까지 기성 교회에 반기를 든 새로운 형태의 교회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교회가 갈수록 대형화하고 교세 확장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작 그리스도인의 본원적 삶에서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자성에서 비롯된 한 흐름이기도 하다.
서울 갈월동에 위치한 카페교회 ‘지저스커피’에서 지난 21일 신도들이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저스커피가 갈월동 한적한 동네에서 문을 열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는 주민이 많았다. “어느 교회에서 하는 카페냐고 묻는 분들에게 ‘여기가 교회’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지저스’를 ‘제우스’로 읽으며 전혀 눈치 못 채는 손님도 계셨어요.” 전통적인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안 목사는 교인들이 예배를 보는 날에만 잠깐 왔다가 뿔뿔이 흩어지고 교회에 오는 것을 즐겁게 여기지 않는 것에 회의가 들었다.


그는 “왜 교회가 이런 모습이 됐을까, 평일엔 내내 잠겨 있는 거대한 본당을 보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며 “교인이 많은 교회보다 예수님 말씀대로 서로 교제하고 봉사하며 사회적으로도 역할을 하는 교회가 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 온 김모씨(59)는 “한때는 신도수가 몇만명 되는 대형교회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어느 순간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카페라는 공간과 형식이 자유롭지만 교회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지저스커피 교회의 신자는 현재 20여명이다.

지저스커피 교회는 올해 들어 경기 의정부와 서울 마포에 두 곳이 더 생겼다. 의정부점은 병원 안에 있는 카페로 ‘커피사역’으로 몸과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마포점은 사회적 재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커피 교육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해준다. 안 목사는 “카페에서 예배를 본다고 하면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1년간 출석한 후에야 등록교인 자격이 주어지고 그리스도인 본연의 자세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성공회빌딩 지하 1층에 있는 국밥집 교회도 여느 교회와 다르다. 성공회푸드뱅크가 운영하는 ‘정동국밥’이 일요일 오후 4시에는 미사를 드리는 교회가 된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 11월30일 첫 미사를 드린 후 매주 15명 안팎의 신도가 참여하고 있다. 국밥집 손님과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한다. 담당사제 김한승 신부(49)는 성공회푸드뱅크 대표이사로 평소엔 6000원짜리 구수한 돼지국밥 맛을 자랑하기 바쁜 국밥집 주인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한뎃잠 자는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국밥을 대접하기로 하면서 국밥집까지 열게 됐다”며 “일반 손님을 대상으로 장사해 얻는 수익은 다시 푸드뱅크 운영 등에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밥집 교회는 개인의 삶 속에서 신앙을 만날 수 있는 교회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며 “교회가 신앙의 전부인 양하고 목회자를 부양하는 듯한, 본말이 전도된 제도권 교회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감리교신학대에서는 ‘교회, 그 길을 걷다’라는 주제로 ‘2015 교회의 날’ 행사가 열렸다. 한국 교회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강연자로 나선 김용민씨는 장로·권사·집사 등 직분제가 없고, 목회자가 없으며 헌금이 없는 3무 교회인 ‘벙커원교회’를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1980년대 새로운 교회에 대한 논의가 담론에 그쳤다면, 2000년대 들어 실제 기존 형식을 깨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개인의 창발성이 높은 젊은 신자와 목회자가 주축이 돼 새로운 신앙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는데 주류 교회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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