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신상정보 알려준 '황당' 경찰, "정부가 대신 3000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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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신상정보 알려준 '황당' 경찰, "정부가 대신 3000만원 배상"
  • 송원형 기자
  • 승인 2016.02.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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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씨에게 피해자인 B씨와 B씨 남편의 직업, 또 B씨가 임신한 사실을 말했다.
▲ /조선DB

2005년 A씨는 원룸 임대 광고를 보고 B(여)씨 집 초인종을 눌렀다. 빈방을 둘러본 A씨는 집에 B씨 혼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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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잠시 후 다시 B씨 집을 찾았고, ‘계약하러 왔구나’라고 생각한 B씨는 문을 열어줬다. A씨는 칼로 B씨를 위협해 성폭행하고, 현금 2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에 신고한 B씨는 이사를 하였고, 이름까지 바꿨다.

A씨는 사건 발생 8년 만인 2013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씨에게 피해자인 B씨와 B씨 남편의 직업, 또 B씨가 임신한 사실을 말했다. 또 A씨를 면회하러 온 가족에게는 개명하기 전 B씨의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는 그해 9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A씨는 항소했다.

A씨의 여자 친구는 1심 재판이 끝난 후, 변호인에게서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돈을 공탁해야 감형된다는 말을 들었다. A씨 여자친구는 2심 국선변호인을 만나, A씨와 A씨 가족에게서 들은 B씨 개명 전 이름과 직업 등을 말하며 피해자를 찾고 싶다고 했다. A씨 여자친구와 변호사는 몇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B씨를 찾아냈다.

A씨 여자친구는 2013년 10월 B씨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는 B씨에게 합의해 줄 수 있는지, 공탁을 위한 자료는 줄 수 있는지 물었다. B씨는 합의하지 않았고, 공탁금을 받는 것도 거부했다. A씨는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B씨는 2014년 10월 “경찰관들이 자신의 인적사항과 사생활을 누설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성폭력범죄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피해자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 사진 또는 피해자 사생활 관련 비밀을 공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양은상 판사는 “정부는 B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양 판사는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이 B씨 직업과 사생활 비밀인 임신 사실을 누설한 것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 신상 정보가 노출되면서, 가해자 A씨의 여자친구가 합의를 위해 B씨를 찾아왔다”며 “B씨가 보복·협박 등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발생한 과거사 사건 관련 국가 배상 사건을 제외하면, 정부의 배상 금액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법원이 성범죄 피해자의 개인 정보 누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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