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샤오미' 회장도 쩔쩔…1800억원 내기 거는 여성사업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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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샤오미' 회장도 쩔쩔…1800억원 내기 거는 여성사업가는?
  •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 승인 2016.03.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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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거리' 둥밍주 회장, 레이쥔과 양회서 나란히…레이쥔과 1800억 내기 걸고, 샤오미 폄하도 서슴치않아
▲ [샤오미 레이쥔 회장(오른쪽)과 그의 저격수로 한때 "샤오미는 도둑질한 기업"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던 거리 둥밍주 회장(왼쪽)이 4일 중국 양회에서 한 자리에 만났다. 둘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광저우 대표단으로 회의 내내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이 둘은 2013년 1800억원을 걸고 내기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오른쪽)과 그의 저격수로 한 때 "샤오미는 도둑질한 기업"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던 "거리" 둥밍주 회장(왼쪽)이 4일 중국 양회에서 한 자리에 만났다. 둘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광저우 대표단으로 회의 내내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이 둘은 2013년 1800억원을 걸고 내기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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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핸드폰업체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에게는 앙숙 중의 앙숙으로 통하는 여성 사업가가 있다. 중국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인 "거리"의 둥밍주 회장이다. 레이쥔은 둥밍주의 막말(?)에 한 두 번 당한 것이 아니다.

이런 두 기업가가 4일부터 본격화한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에서 나란히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광둥성 대표로 참석했다. 정협은 국정 최고자문기구로 정치, 경제, 과학, 인터넷 등 각계 전문가들의 총 집합체다. 때문에 내로라하는 기업가인 둘이 함께 정협 위원으로 활약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문제는 자리 배치다. 2214명의 정협 위원 중 하필 "레이쥔과 둥밍주는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게 됐다. 레이쥔의 저격수로 불리는 둥밍주를 굳이 회의석 상의 짝꿍으로 앉힌 장면은 어찌보면 잔인한(?) 배려로도 읽힌다.

둘의 질긴 악연. 출발점은 어디일까. 2013년 12월12일로 가보자.

◇레이쥔과 둥밍주, 1800억원 놓고 내기.
당시 중국 CCTV는 ‘제14회 올해의 중국 경제 인물’ 시상식을 중계했다. 수상자는 레이쥔와 둥밍주로 짧은 토론회가 함께 열렸다. 여기서 느닷없이 둘은 10억위안(1850억원)을 걸고 내기를 한다. 이 장면은 CCTV 화면을 타고 전국으로 중계됐다.

내기 내용은 간단했다. 앞으로 5년 내 샤오미가 거리의 판매액을 추월할 경우 레이쥔 회장이 이긴다. 반대로 추월하지 못하면 레이쥔 회장이 지는 것이다. 이 흥미진진한 내기에는 전년도 수상자로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알리바바 마윈 회장과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까지 덩달아 가세했다. 그런데 마윈 회장과 왕젠린 회장의 선택이 의외다. 마윈 회장은 당연히 같은 인터넷 기반의 샤오미 편을 들 것으로 보였지만 둥밍주를 지지했다. 마윈은 샤오미의 사업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체적인 사업을 하는 둥밍주가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시상식 사회자가 레이쥔에게 둥밍주의 인상을 물었다. 레이쥔은 그녀의 "살기가 무섭다"고 했다. 사회자는 둥밍주에게도 레이쥔의 인상을 물었다. 둥밍주는 “레이쥔은 이 내기에 겁을 먹고, 벌벌 떨고 있다”고 했다.

◇둥밍주, "도둑질한 기업" 폭탄발언 서슴치 않아

꼬박 1년 후인 2014년 12월 중국 기업인 송년포럼. 둥밍주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레이쥔을 까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레이쥔의 샤오미가 해외로 나가기를 원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지 공항과 세관에서 반입이 금지당할 것”이라며 “레이쥔은 다른 사람의 특허를 훔쳤다”고 했다.

폭탄발언은 급기야 수위를 넘었다. 그는 “(샤오미처럼)도둑질한 기업을 위대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냐”며 “나 같으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당시 둥밍주가 이렇게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지만 레이쥔은 명예훼손 소송은 물론 아무 반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쥔은 진산그룹 퇴사 후 막대한 퇴직금으로 엔젤 투자자로 이름을 날렸는데 당시 그가 투자한 기업은 결국 그의 차지가 됐다. 샤오미는 애플의 복제판이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둥밍주의 이날 발언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둥밍주가 이끄는 거리의 최대 라이벌인 메이더와 샤오미가 이 직전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메이더는 사사건건 거리와 경쟁을 벌이는 기업이다. 수 년 전에는 거리의 특허권을 갈취한 혐의로 200만 위안을 거리에게 배상하라는 판결도 받은 바 있다. 둥밍주가 아무 꺼리김없이 샤오미와 메이더를 ‘도둑질한 기업’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둥밍주 "핸드폰 사업성? 레이쥔에게 물어봐야지…"

둥밍주의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듬해인 2015년 3월 거리(Gree) 브랜드로 핸드폰 시장에도 뛰어든 것. 거리 핸드폰은 사물인터넷 개념을 도입해 에어컨이나 다른 가전제품을 자동으로 컨트롤하는 기능을 담았다. 거리는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홈 시장에 적극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둥밍주는 4일 정협 회의 직전 옆자리의 레이쥔과 아무렇지 않은 듯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레이쥔은 둥밍주가 보여준 거리 핸드폰에 대해 “좋다”고 말했다. 둥밍주는 “앞으로 핸드폰 사업을 계속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레이쥔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라, 그의 핸드폰 사업은 봄날 아니냐. 그가 좋다고 한다면 우리도 계속 사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둥밍주는 레이쥔과 관계도 언론에서 상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레이쥔과 나는 각각 다른 사업 관점을 갖고 있을 뿐 우리 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정협 회의에 출석하는 레이쥔에게 기자들은 둥밍주와 내기가 아직 유효하냐고도 물었다. 레이쥔은 “둥밍주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기자들은 둥밍주를 찾아가 물었다. 둥밍주는 “내기를 어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2월, 누가 판돈 10억위안의 주인공이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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