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교> 중국,베이징에 과학과 신앙을 전한 서양 선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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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교> 중국,베이징에 과학과 신앙을 전한 서양 선교사들
  • 이대웅 기자
  • 승인 2016.05.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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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미션트립 (中)] 베이징 속 교회와 성당들
▲ ▲중국의 ‘마천루’와 조화를 이룬 고관상대의 관측 기구들. ⓒ송경호 기자

베이징 일정의 첫날은 충원문교회를 비롯한 '기독교 유적' 답사였다. 일행이 공항을 빠져나와 한인타운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구관상타이(古观象台)라 불리는 '베이징 고(古)관상대'였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은 1442년(명나라 정통 7년) 건립돼 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현존 고대 관상대 중 가장 오랜 기간 관측을 계속해 온 곳으로, 건물부터 기기까지 완전히 보존돼 있어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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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대와 서양 선교사들

명·청나라 양대 왕조가 500여 년간 천문대로 사용하며 관측을 수행했고, 14m 높이의 건물에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던 혼천의(渾天儀)와 항성의 위치와 별자리·적도·황도 등을 기입한 모형천구 천구의(天球儀), 천구의 수평과 수직 등 각도를 측정하는 경위의(經緯儀)와 육분의(六分儀) 등 8개의 천문기구가 자리해 있다. 올해 방영된 드라마 '장영실'에서 주인공 장영실(송일국)이 보고 싶어했던 천문기구들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현재 중국 '중요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고관상대는 중국 관광지들 중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드물게 한산한 편으로, 빡빡한 일정이라면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화원처럼 꾸며져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일행이 이곳에 들른 이유는, 이곳에 있는 천문기구들이 서양 선교사(가톨릭)들에게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잠시 언급했던 중국 최초의 선교사 로버트 모리슨을 비롯해 '중국 선교의 아버지' 허드슨 테일러 등 개신교 선교사들이 19세기에야 중국 선교의 문을 연 데 비해, 가톨릭(천주교) 선교사들은 실크로드 또는 바닷길을 따라 1년 가까운 여정을 거쳐 16-17세기부터 중국 땅에서 활동했다. 실제로 이곳의 천문관측기기들은 조형과 장식, 공예 등은 전형적인 '중국식'이지만, 눈금과 계기, 구조 등의 부분에선 철저히 서양식인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지금은 '서양 선교사들'의 그 흔적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봐야 하는 기구들에서만 찾을 수 있다.

 ▲고관상대 기구들은 중국식 외관에 서구식 측정법을 담고 있다. ⓒ송경호 기자

◈남아 있는 성당들과 왕부정 거리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천주교 성당은 남당(南堂)이다. 중국에선 '쉬안우먼탕(宣武门天主堂)'으로 불린다고 한다. 1605년 잘 알려진 이탈리아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 1552-1610) 선교사가 선무문 안에 작은 천주교회 '남당'을 세웠고, 이를 아담 샬(Johann Adam Schall von Bell, 湯若望, 1591-1666)이 1650년 전면 증축했다. 한옥 지붕이 이채로운 남당 입구에는 마테오 리치 선교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호수 뒤 '만복(萬福)'이라 새겨진 바위 위로 성모상이 있다. 호수 안에는 여러 나라의 동전들이 들어 있다. 예배당 건물은 바로크식의 웅장한 아치형 문을 자랑하고, 실내는 로마식 인테리어라고 한다. 의자와 제반 시설들이 매우 낡아 문화재 같은 느낌을 준다. 예배당 건물 뒤에는 결혼식 장소로 쓰여도 될 만한 정원이 둘러싼 숙소 등의 한가운데에 있다.

앞서 언급한 '탕약망(湯若望)'이라 불리는 아담 샬 선교사의 이름은, 올해 홍성사에서 나온 기독교 역사추리소설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에 등장한다. 실제로 아담 샬 선교사는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가 있던 소현세자와 친분을 맺고, 천문서적과 과학서적, 천구의 등을 선물로 받아 서양 문물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거처를 방문하며 대화를 나누고 서신을 주고받기도 했는데, 이러한 내용 중 일부가 이 소설에 소개된 것이다.

남당은 1775년 한 차례 화재로 소실돼 청 건륭제가 하사한 은 2만 냥으로 다시 건축됐고, 서양 문물에 대한 배척운동이 일던 1900년 또다시 불에 타면서 1904년 다시 세워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현재 베이징 내 외국인 천주교 신자들도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1605년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리치가 세운 로마식의 남당 예배당 내부 모습. ⓒ송경호 기자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베이징 최고의 번화가 '왕부정 거리' 인근에 위치한 왕푸징 성당(동당(東堂))이다. 이곳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건물 정면 모습처럼 역사가 오래됐다. 1655년 건설되기 시작했는데, 원래는 청나라 3대 순치제(順治帝)가 두 명의 외국 신부에게 하사한 저택으로 출발했다. 이 둘은 공터에 작은 예배당을 지었으나, 이는 수 차례 훼손과 소멸을 반복하다 1904년과 1980년 다시 건축돼 오늘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2000년 왕부정거리 확장공사 때문에 정부가 무려 1.3억 위안을 투자해 내외부를 다시 손봤다고 한다. 사원 담장을 없앤 대신 사원 앞 광장을 확장하고, 분수와 가로등, 성 요셉 기념 정자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보다 훨씬 길가에 있던 건물은 안쪽으로 2m 정도 이동했다. 오후에 찾은 이곳 광장은 한 예비 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로마식의 외관이 수려했다.

일행은 이후 '왕부정 거리'를 산책하며 중국 베이징의 분위기를 느꼈다. 마치 한국의 '종로' 같은 분위기였고, 아예 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곳도 있어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른 쪽은 밤에만 문을 여는 노점상들로 가득한 시장이 있었으며, 우리의 '먹자골목' 개념의 한쪽 거리는 '살아 꿈틀대는 전갈 꼬치'를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 마치 종로5가의 '광장시장'을 보는 듯했다.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리치가 세운 남당 외관 모습. 바로크식의 웅장한 아치형 문을 자랑한다. ⓒ송경호 기자

◈남아 있는 교회들

베이징관광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1930년대는 베이징 교회당의 전성시대로서 시내에만 약 80개 정도의 교회가 있었고, 그 외 교회에서 설립한 수많은 중학교, 대학교, 병원, 도서관 등 기독교 문화 특유의 건축물들이 존재했다"며 "교회당 등 기독교 건축물들은 옛 베이징 건축의 독특한 일부분으로 남아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베이징관광국이 소개하고 있는 교회들은 전편에서 자세히 설명한 충원문교회를 포함해 5곳이다.

콴제탕(寬街堂·관가)교회는 충원문교회처럼 미국감리회가 베이징에 설립한 8개 교회당 중 하나였는데, 2000년 8월 핑안(平安)대로를 건설할 때 콴제에서 현 디안먼둥다제(地安門東大街)로 이전했다. 이곳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예배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주스커우탕(珠市口堂·주시구)교회는 청나라 말엽인 1904년 착공됐으며, 이 역시 미국감리회가 설립했다. 베이징 남부에서 유일하게 간이 고딕 형식을 살린 이 교회는 3층 높이의 건축물이며, 수천 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 동당처럼 2000년 도로를 확장하면서 교회 건물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정문의 남북쪽으로 보조 도로를 설치했는데, 결과적으로 광안다제(廣安大街) 속 작은 섬 같은 느낌을 준다. 원래 내외관이 매우 소박했으나, 이 과정에서 당국이 1백만 위안을 투자해 예배당을 보수하면서 독특한 외관을 갖게 됐다.

 ▲왕부정 거리에 위치한 왕푸징 성당(동당) 입구와 예배당 모습. ⓒ이대웅 기자

현재 베이징 시내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예배당은 1904년 건축된 강와스탕(缸瓦市堂·항와시)교회다. 현재 베이징 시쓰난따제(西四南大街)에 위치하고 있으며, 저명한 중국 작가 라오서(老舍) 선생이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일부 신도와 교회의 삼자운동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는 또 젊은 시절 이곳에서 개설한 영어 야학을 다닌 적이 있고, 교회 뒤에 위치한 사원에 한동안 머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이덴탕(海淀堂·해정)교회로, 이곳은 원래 베이징 공리회 산하 채플이었다. 1922년 엔징(燕京)신학원을 졸업한 치궈둥 선생이 전도사를 맡았고, 2003년 사스 발생 후 도서성(圖書城)으로 이전했으며, 2005년 새 교회당이 정초식을 갖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본지(크리스천투데이)는 중국 베이징 내 여러 기독교 유적지들을 답사하고 만리장성 등 주요 명승지들을 둘러보는 '베이징 미션트립'에 참여할 교인들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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