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법원, 기독교 예배 방해한 무슬림에 ‘징역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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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법원, 기독교 예배 방해한 무슬림에 ‘징역 3개월’
  • 박동현 기자/강혜진 기자
  • 승인 2023.08.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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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권리 운동가, “형량 부당하게 가볍다” 주장, 인도네시아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Open Doors)가 선정한 ‘2023년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33위를 차지했다. 오픈도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회는 보다 보수적인 이슬람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전도 활동에 참여하는 교회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표적이 될 위험에 처한다.
인도네시아 국기. ⓒUnsplash
인도네시아 국기. ⓒUnsplash

인도네시아 법원은 최근 기독교 예배를 방해한 한 무슬림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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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스타뉴스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무슬림이 교회와 합의한 것과 더불어 신성모독 혐의를 예배 방해 혐의로 줄인 결과,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기독교인에게 내려졌던 형량보다 더 가벼운 형량이 내려졌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수마트라섬의 탄중카랑지방법원은 15일(이하 현지시각) 람풍주 반다르람풍시 라자바사 구역 라자바사 자야 RT 012 마을 대표 와완 쿠르니아완(Wawan Kurniawan·41)에게 ’다윗의장막 기독교교회’(Tabernacle of David Christian Church)의 예배를 방해한 혐의로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반다르람풍의 탄중카랑지방법원 재판부는 쿠르니아완이 인도네시아 형법 335조를 위반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예배를 방해하는 것은 동네 대표로서의 권한을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것보다 한 달이 적었다. 삼수마르 히다야트(Samsumar Hidayat) 재판장은 “피고인과 교인들 사이에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형이 가벼워졌다”고 밝혔다.

이에 종교 권리 운동가인 사트야 누그라하 야누타마(Satya Nugraha Yanutama)는 모닝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형량이 부당하게 가볍다”고 주장했다.

콤파스닷컴(Kompas.com)에 따르면, 경찰은 인도네시아 신성모독법에 따라 3월 22일 쿠르니아완을 구금했다. 그러나 람풍고등검찰청 정보법률과장 마데 아구스 푸트라(Made Agus Putra)는 “지난 5월 11일 반다르람풍 검찰청 검찰팀이 와완의 혐의를 줄이고, 아내와 법정 대리인을 통해 그를 석방했다”며 “그의 변호사는 구금 정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트야는 “이번 유죄 판결은 소수 집단에 해를 끼치는 인도네시아 사법 제도의 불균형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법의 적용은 때때로 사건에 누가 관여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주민들 사이의 평화와 질서 및 화합을 개선하기 위해 모스크 음향 시스템의 볼륨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으나, 모든 당사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다”며 ”처벌이 없으면 문제는 계속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모스크가 교회 건물 근처에 지어졌으며, 시끄러운 음향 때문에 교회 예배가 방해를 받는다”고 했다.

루카스 수트리스노(Lukas Sutrisno) 목사는 “2016년 한 불교 여성이 무슬림의 기도 소리가 크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폭력 사태를 촉발해 1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법 적용에 있어서 편견의 전형적인 예”라며 “법(처벌)은 소수자에게만 적용된다”고 했다.

그녀의 사건에 적용된 법률은 인도네시아 형법 156a장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종교와 관련해 본질적으로 적대적인 감정을 의도적·공개적으로 표현하거나 또는 학대나 모독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에 의하면, 불교 신자로서 중국계 여성인 메일리아나(Meliana·49)는 당시 북부 수마트라의 탄중 발라이에 거주 중이었다. 그녀는 2016년 7월 22일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 인근에 있는 모스크의 기도 소리가 너무 크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후 모스크 이맘과 일부 관계자가 그녀의 집을 방문해 열띤 논쟁을 벌인 후 메일리아나의 남편이 용서를 구했고, 긴장은 진정됐다. 그러나 몇 분 후 모스크 직원들이 그녀를 지역 마을 이장에게 데려갔고, 그 이장은 중재 시도를 위해 그녀를 경찰에 데려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재 과정 중 마을의 외부 사람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동이 발생했다.

그 결과 메일리아나의 집과 탄중 발라이 주변의 불교 사원과 수도원이 파괴됐고, 새벽까지 이어진 폭동은 아사한 강 유역에 있는 트리 라트나 사원과 데위 사무데라 사원에 대한 공격으로 정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최소 3개의 수도원, 8개의 사찰, 2개의 중국 재단 사무실, 1개 의료 센터가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폭동과 관련해 총 20명을 구금했다.

2017년 3월 메일리아나는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으며, 수도원과 사원 파괴에 연루된 현지인 8명도 체포돼 1~3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메일리아나는 무슬림의 기도 소리가 크다고 불평한 혐의로 1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인도네시아와 해외 인권 운동가들의 항의로 인해 9개월의 복역을 마치고 2019년 5월 21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당시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메일리아나의 석방을 요청하는 청원이 성공적으로 시작돼, 3만 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대규모 무슬림 단체인 나흐드라툴 울라마(Nahdlatul Ulama)와 무하마디야(Muhammadiyah)는 주요 유명 인사들과 함께 그녀에 대한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인도네시아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Open Doors)가 선정한 ‘2023년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33위를 차지했다. 오픈도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회는 보다 보수적인 이슬람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전도 활동에 참여하는 교회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표적이 될 위험에 처한다.

보고서는 “특히 시골 지역에서 교회가 복음을 전파하는 것으로 보이면 곧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며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비전통적인 교회들이 교회 건물 허가를 얻고자 애쓰고 있으며, 당국은 종종 그들의 서류 작업을 무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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