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망가지면 사회도 망가집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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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망가지면 사회도 망가집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3.25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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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썩은 것을 썩은 것이라 말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것이 뉴 노멀이 되면, 썩은 사람들은 의로운 능력자가 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무능한 바보 취급을 받게 됩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정치가 망가지면 사회도 망가집니다. 조국사태가 갖는 의미가 바로 그것이죠. 정치에서 불법과 편법을 용인한다는 것은 곧 사회 전체에서 불법과 편법을 용인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경우 불법과 편법이 아예 시민사회의 새로운 윤리로 자리잡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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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썩은 것을 썩은 것이라 말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것이 뉴 노멀이 되면, 썩은 사람들은 의로운 능력자가 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무능한 바보 취급을 받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누구나 의롭고 능력 있는 자가 되려고 자기에게 허용된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려할 겁니다. 그럼 사회가 뭐가 되겠습니까?

실제로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나도 조국이다"를 외치며 조국일가의 매우 독특한 모럴 코드를 자기 것으로 내면화했습니다. 조국일가가 저지른 비리는 자기들도 이미 저질러왔고, 앞으로도 저지를 것이라 굳게 결심까지 했습니다.

법 앞에서 평등을 말했던 이들이 이제는 불법과 편법, 비리 앞에서 평등을 얘기합니다. 불법과 편법과 비리를 저지를 권리를 주장하며, 법을 집행하는 검찰을, 이 권리를 억압하는 악당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실제론 법 앞에서 평등하지 않듯이, 불법과 편법과 비리 앞에서도 우리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분들은 불법과 편법과 비리 앞에서 우리보다는 훨씬 더 많이 평등할 테니까요.

예, 우리 모두 썩었습니다. 카드 대신 현금 내면 할인이 된대요. 그것도 탈세라면 탈세라고 할 수 있죠. 누구든 현금 내는 사람에게는 할인을 해주는 것을 보니, 우리 모두 불법과 편법과 비리 앞에서 평등함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분들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들끼리 평등합니다. 몇 천, 몇 만 원이 아니라 수억, 수십업, 수백억을 해드시거든요. 라임사태를 보니 단위가 수조, 수십조 원이더군요.

서민들이 문빠 박빠 차별없이 평등하게 몇 천 원, 몇 만 원 훔칠 때, 그 분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나라 곳간과 서민들 장롱을 통째로 터십니다. 이렇게 불법과 편법과 비리 앞에서도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평등합니다.

나도 우리 아이 숙제 봐줬다? 미국대학의 시험 대신 봐주는 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그것도 부모가 서울대 나와 유학을 했으니 가능한 겁니다. 논문에 저자로 이름 올리고, 대학총장 표창 위조하고, KIST 인턴 증명서 만드는 거, 그것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그것도 가지고 배우신 잘난 부모들의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이니 하는 겁니다. 강남에 건물 살 꿈은 아무나 꾸나요? 그 꿈도, 꿀만한 사람들이니 꾸는 겁니다. 도대체 주제파악들을 못 해요. 문빠, 조빠 여러분은 그 주제가 못 되세요. 저 사람들, 왜 저러는지 아세요? 자기 자식만은 너희들처럼 만들지 않으려고 저러는 거예요.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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