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 목사>, “몸은 고되도 마음만은 행복합니다”
상태바
<‘퀵서비스’ 목사>, “몸은 고되도 마음만은 행복합니다”
  • 홍의현 기자
  • 승인 2016.02.09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기독교감리회는 교단 중 최초로 목회자 이중직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

Like Us on Facebook
박성진 목사는 퀵서비스가 평신도들의 어려운 삶을 이해할 수 있어 목회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뉴스미션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한해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적 허용이었지만,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논의만 무성하던 상황에서 획기적인 시도였다는 평가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의 현실로 다가온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성도를 이해하고 싶어 일 시작. 

서울 은평구 무지개교회를 담임하는 박성진 목사. 그는 주일을 제외한 평일엔 오토바이로 이곳저곳을 누비는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직업 전선에 뛰어든 건 생계 문제 때문이 아니다. 교인들과 담소를 나누다 우연히 듣게 된 한마디가 그의 뇌리에 박혔다.
 

“부교역자로 생활할 때, 주일 예배를 마치고 성도님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중에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어요. 월요일에 저는 가족들과 등산을 갈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어떤 성도님이 ‘저는 내일 출근해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아, 나는 이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구나. 나는 진심으로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겠구나’라고 말이죠.”
 
박 목사는 이후 부교역자 생활을 접고 세상으로 나왔다. 교회 성도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다. 그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목회 이외의 첫 직업이 생긴 것. 하지만 녹록치는 않았다.
 
“학원을 운영하는 일은 제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꺼려졌거든요. 그리고는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기도 하고 녹즙배달도 해봤어요. 그렇게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우연한 기회에 퀵 배달을 시작하게 된 거죠.”
 
사례비 받지 않고 퀵서비스 수입으로 생활비 충당
 

박 목사가 시무하는 무지개교회는 새벽예배와 수요예배가 없다. 주일 하루만 성도들과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교회 울타리를 넘어 세상에서 예수의 향기를 내는 성도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예전에 부목사로 있을 때는 저도 새벽예배를 강조했어요. 하지만 다른 일들을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평신도들이 새벽예배나 수요예배에 나오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새벽예배에 나오지 않는 성도들을 마치 죄인인 양 치부해버리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목사는 일을 하면서 성도들이 헌금하는 천 원짜리 한 장이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인지 알게 됐다.
 
“나는 행복한 목사입니다”
 
어느덧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박성진 목사. 그는 스스로를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행복한 목사’라고 표현한다. “주변 분들이 그래요. ‘너도 다른 목사들처럼 편한 삶을 살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떳떳합니다. 내가 노동해서 번 돈으로 우리 아이들 가르치고 먹일 수 있어서요. 교회에서 성도들 눈치도 안 봅니다. 나도 그들처럼 일하고 그들만큼 봉사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행복한 목사입니다.”
 
박 목사는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회자들도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교회가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돈 문제라고 봅니다. 담임목사가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사례비는 얼마나 가져갔는지…이런 걸로 분쟁이 일어나는 거죠. 정말 가족 같은 공동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려면, 목사와 교인들 모두가 자립할 수 있어야죠.”
 
목회자도 결국 장로, 집사와 같은 하나의 직분자일 뿐이라고 말하는 박성진 목사. 그의 이야기는 한국교회 현실로 자리한 목회자 이중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또 하나의 시각을 제공한다. 단순한 찬반 논리를 넘어서 한국교회 전반의 인식 전환과 구체적 행동이 필요한 때다. 출처 : 뉴스미션 홍의현기자 (honguihyun@gmail.com)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